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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Nov 12. 2015

서른 넘은 여자들의 대화

어른이 된다는 것

서른이 넘은 여자들의 궁상맞은 대화

친구 – 에익씨 나 요즘 다 때려치우고 잠수 타고 싶다.

나 – 갑자기 무슨 일이뇨?

친구 – 회사에선 어린 여자 신입사원들만 애지중지하고 난 이제 완전 똥차 취급이야.

나 – 거지 같은 회사구나.

친구 – 이 나이에 어딜 또 들어가기도 그러니 사표는 못 던지고 그렇다고 어린 신입사원한테 대놓고 질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 나는 안 챙겨주냐 물어볼 수도 없다. 나이 들어서 노망났냐 할테니.

나 – 넌 남친이가 있으니 이참에 확 시집이나 가버려라.

친구 – 시집이나!라니!! 요즘은 시집 가는 게 젤 어려운 거다. 평생직장이 어디 그리 쉬운 줄 아니? 남친이 부담스러워할까봐 시집의 ‘시’자도 못 꺼내고 있다.

나 – 그럼 인형 눈알이라도 붙여봐라.

친구 – 어이구 이 아줌마야. 빽 없으면 인형 눈알 붙이기도 못한단다. 반장 아줌마한테 잘 보여야 할 수 있고 그 바닥도 아줌마들 파워가 장난 아니야.

나 – 음.. 아프다 하고 며칠 휴가 받아서 여행이라도 다녀와봐라. 며칠 쉬고 나면 재충전이 되지 않겠냐?

친구 – 팔자 좋은 소리하고 있다. 돌아오면 내 책상도 함께 짜이찌엔 사요나라 하는 거다.

나 – 나이 드니 뭐 이렇게 못하는 게 많은 거냐? 서럽다야.

친구 – 나도 요즘 툭하면 서럽고 슬퍼서 눈물 주룩주룩 청승이야.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엔 두려운 것도 제약도 많아서 자꾸 부정적인 생각만 들고. 사주 보러 다니면서 언제 로또 당첨되나 듣는 게 사는 낙이다.

나 – 우리가 아직 무늬만 어른이어서  그런가 보다. 머리와 마음은 스무 살에 머물러 있는데 시간만 흘러 어느덧 우리 보고 어른이라고 하니 적응을 못하는 거지.

친구 – 우리도 부모님처럼 어른이 되면 이런 걱정 안 하고 살겠나?

나 – 글쎄... 근데  어른이라고 완벽해야 하는 건가? 우린 인간이지 신이 아니잖아. 실수하지 않고 완벽한 삶을 사는 것은 어쩌면 신에게 도전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친구야. 어른들도 분명 때론 넘어지고 찌질할거라고. 그래도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날 거라고. 우리처럼.


친구와의 대화를 마치고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어른에 대해 내린 생각입니다.

어른이라 해도 아픈 것은 마찬가지다.
어른이라 해도 흔들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어른이라 해도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다만 어른이란 감투 때문에 참고 뒤에서 우는 것뿐이다.


현명하고 똑똑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똑 부러지고 영리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우린 신이 아닙니다.

한 번도 실수하지 않은 완벽한 삶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실망하지 말아주세요.

우리가 겪는 이 시간은 어른들도 어른이 되지 않은 사람들도 모두 지금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당연한 과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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