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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찐 병아리 Dec 26. 2015

나의 설리번 선생님

학창시절 추억여행

구작가 저서 '그래도 괜찮은 하루' 책에 버킷리스트 중 "나의 설리번 선생님 찾아뵙기"가 있습니다.

헬렌 켈러의 은사님이신 설리번 선생님이요.

그렇다면 나의 설리번 선생님은 누가 계실까.. 생각하다 보니 학창시절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이제는 교복을 입어본지가 언제인지 아득하지만 그래도 소소한 추억들이 기억에 남네요.


1) 모두에게 생일날 장미꽃을 선물해 주신 故김맹희 선생님

고3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故김맹희 선생님.

수능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고3은 가장 예민하고 까칠한 녀석들이지요.

매일 야자(야간 자율학습)에 모의고사에 치열한 공부 전쟁에 지친 한숨들이 가득했던 고3 시절이었습니다.

우리가 이 정도라면 담임선생님들의 고충 또한 말이 아니었겠죠.

그런 힘든 와중에도 저희 담임선생님은 그 달에 생일이 있는 생일자들에게 장미꽃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한명 한명에게 예쁜 장미꽃과 손수 쓴 편지를 선물하고 케익도 사비를 털어서 매달 조촐한 생일 축하 파티를 꼭! 잊지 않고 해주셨습니다.

1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말이죠. 반 아이들 모두에게 장미꽃과 손수 쓴 편지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너희들이 이 세상에 태어난 날만큼은 꼭 축하를 받아야 한다고,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 수 있다는 것은  축복받아야 하는 소중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졸업을 하고 선생님께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는데 몇 해 지나지 않아 대장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환하게 웃으시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시고 빨간 장미꽃을 예쁘게 포장하고 한명 한명에게 편지를 소중히 쓰고 계시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축복해주신 하루하루를 감사히 보내겠습니다. 하늘에서는 선생님께서도 평안하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2) 방귀쟁이 수학선생님

설리번 선생님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좀 거시기 하지만요.

고2 때 두꺼비를 닮은 수학선생님이 계셨는데 이 선생님은 어찌나 소화력이 좋은지 말입니다.

시시때때로 방귀를 뀌면서 돌아다니시는 게 특기였습니다.

"자, 이거 중간고사에 꼭 나오는 문제들이니까 숨소리도 들리지 않게 집중해서 풀어!"

엄포를 놓으시고 교실을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닙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뿌우웅~ 푸시쉬~ 뿌우우웅~ 빠앙"하는 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처음 이 소리를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소리야? 자동차 소리야?"하고 놀랐지만 몇 번 듣다 보니 놀랍지도 않습니다.

방귀쟁이 수학선생님은 괴상한 소리로 방귀를 뀌고도 천연덕스럽게 문제 풀고 있는 아이들에게 와서 말을 겁니다.

가끔씩은 문제 푸는 아이들에게 가까이 와서 방귀 뀐 엉덩이를 털고 갑니다.

아주 매력 터집니다.


3) 작가의 꿈을 갖게 해주신 국어선생님(오현숙 선생님)

중3 때 내성적이고 조용한 저는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내는 아이였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만 하는 모범생도 아니었고 그냥 잡다한 망상이 많았던 아이였지요.

그 망상들을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심심하면 끄적끄적 시나 소설로 쓰곤 했습니다.

어느 날 국어수업이 시작하기 전이였는데 국어 선생님이 일찍 들어오셨더라고요.

선생님이 오신 줄도 모르고 저는 한참 시를 쓰고 있었습니다.

제가 시를 쓰는 모습을 뒤에서 몰래 지켜보던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제안을 하셨습니다.

선생님 사비로 상품을 준비할 테니 "시 쓰기 경연대회"를 해보자고요.

상품이 제법 비싼 물건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반 아이들은 선생님의 뜬금없는 제안에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짜증을 내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썼던 시 중에 3개 정도를 골라서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사비로 준비한 "시 쓰기 경연대회"에서 제가 처음 1등이란 걸 해봤습니다.

그때 국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습니다.

"너의 글쓰기 달란트를 꼭 펼쳐봐. 그리고 좋은 작가가 되면 선생님 잊지 말고 꼭 연락해줘라. 네가 쓴 책 선생님 꼭 사서 읽어볼 테니까."


'선생님.. 그 약속 제가 꼭 지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보고 싶어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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