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빠르게 가고 나이만 잡숴.
'이제 곧 12월 31일.
후아...뭘 했다고 벌써 12월 31일.
시간아 제발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나가거라. 제발~~'
시간 도둑이 있나봅니다.
눈 깜짝할 사이 후다닥 시간은 흘러 이제 한 살 더 먹어요!!!
으악!!!!
서른 커트라인 통과한 날부터 새해엔 떡국을 먹지 않게 됐습니다.
"떡국 먹지 않으면 나이 안 먹는걸로~"라고 우겨봅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설날 연휴엔 웬만해선 고향에 내려가지 않습니다.
하늘도 내려가지 말라는 뜻인지 고맙게도 고향가는 비행기 티켓이 늘 매진입니다.
설 연휴에 뵙게 되는 친척 어르신들이
외가쪽 가까운 친지들만 스물 두분이 계시고,
친가쪽 가까운 친지들이 여덟분 계십니다.
최소 서른분 넘게 세배를 드리는데
매번 자동녹음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똑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올해는 꼭 시집가야지? 만나는 사람은 있니? 올해 시집가야 한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를 낳지. 남자 별놈 없다. 너한테 잘해주는 놈 골라서 어서 시집가거라."
서른번 넘게 저는 죄인이 된 모양새로 "네 네" 거리며 굽신굽신합니다.
나중에는 자다가 환청이 들립니다.
'시집가야지~ 똥차야~~'
자는데 눈물이 납니다.
이십대 때는 서른 넘은 언니들이 설 연휴에 해외로 도망가는 게 이해가 안됐습니다.
지금은.. 그분들도 살기 위해서였음을 알게 됐습니다.
똥차들도 살긴 살아야지요.
저도 내년부터는 시집을 가지 않는 이상 아마 설 연휴에 해외 나가는 비행기 티켓을 들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라고 가족 친지들과 새해를 시작하는 훈훈한 덕담과 웃음이 넘치는 설 연휴를 보내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설 연휴에 듣기 싫은 말들 있으시죠?
취준생은 "취업은 됐니?"
노처녀 노총각은 "시집(장가) 언제 가니?"
아이 없는 부부는 "아기 소식은 아직이니?"
아이 한명 있는 부부는 "둘째는 안 만드니?"
학교 다니는 아이들은 "공부는 잘하니?"
듣기 좋은 말도 한두번입니다.
하물며 듣기 싫은 말들은 얼마나 스트레스가 되겠습니까.
상대방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받으며 새해를 시작하지 않길 바래봅니다.
"새해에는 늘 건강하고 바라는 일들 모두 이루는 행복한 한해가 되거라.다 잘 될거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딱 여기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