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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Oct 17. 2017

뤼겐 섬의 백악 절벽

그저 한순간의 작은 일렁임일뿐

뤼겐 섬의 백악 절벽
- 카스파르 다피트 프리드리히 作
 
프리드리히가 신혼여행을 가서 그린 풍경화.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는 화가가 그린 것치고는

왠지 황량하다.
화가는 왜 이처럼 막막한 느낌이

드는 풍경을 그린걸까?
그것은 아마도 화가가 지금 당장의 행복보다는

부부가 함께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긴 여정을

거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기 때문일것이다.
 
그림 속 주인공들이 보고있는 것,
가리키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의 시선을 바다쪽으로,

드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게 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이와 같다.
눈앞의 사건이 뭔가 대단한 일인 것 같고,
큰일인 것 같아 깊이 빠져들다가도
지나고보면 한순간의 작은 일렁임이라는 생각에

다시 먼눈으로 인생을 조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거대한 우주 앞에서

일희일비하기보다
우주의 흐름에 조용히 순응하는 것이
진정으로 지혜로운 삶을 사는 길임을 깨닫는다.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中



영화 '달마야 놀자' 스님이 낸 문제 하나.
밑이 깨진 독에 어떻게 하면 물을 채울 수 있을지.
답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젓는 제자들 앞에서
스님은 휘~익 하고 독을 물 속에 던져 넣었다.
물 속에 가라앉으니

밑의 깨진 틈과 입을 통해 저절로 차오르던 독.
 
나의 모나고 구멍난 부분 메우기 급급한 인생,
눈앞의 일만 연연하고

 '아~ 죽겠네' 투덜대기에 바쁘지만
깨닫게 되었다.

내게 닥쳐올 것이 고통이든 행복이든

내 인생에 그저 퐁당 몸을 맡기면 되는 거라고,

그럼 담담히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되는 거라고,

그게 사는 거라고.
 
우리네 인생과 너무도 닮은 바다,


하여 조용히 바다를 내려다보는
그림 속 남자에 무한 감정이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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