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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이 Aug 21. 2017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

우리 엄마와 같은

사춘기 시절,

부쩍 말 수가 적어진 나.


그때부터였을까

엄마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나의 방에 들어왔다.


엄마는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침대에 누워서는

책상 앞에 앉아있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물었다.


"오늘은 무슨 일 없었어?"

"일은 무슨..."


퉁명스럽게 내뱉다가도

이런 일, 저런 일 하나씩 이야기하다 보면

본격적으로 엄마 쪽으로 돌아 앉아 수다꽃을 피웠다.


특이한 선생님 흉내내기,

친구들과 다툰 일 이야기,

학교 성적 고민 등

소소한 일 모두 재잘거리는 나였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배꼽을 잡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며

공감해주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조용히 사춘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엄마 덕이다.


학교에서는 입을 꾹 다물고

스트레스만 잔뜩 담아왔던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엄마와의 수다로

머리를 식히고,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도 이제 '엄마'가 되었다.

어떤 엄마가 되어야 할까?

'친구 같은 엄마'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 필요도 없다.

나는 딱 나의 엄마만큼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지금도 마음이 적적해질 때면

어느 때든 통화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언제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엄마가 있다.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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