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다는 그 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여기는
오랜 중학교 친구를 만난게 몇주 전.
그 후 나는 이겨낼 수 없는 생각들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당시 그녀의 꿈은 치과의사.
나의 꿈은 드라마 작가.
한번 파고들면 끝까지 가는 그녀와
조용히 앉아 몽상하길 좋아했던 나.
우리는 서로의 꿈을 응원해주며
교실에 늦게까지 남아 함께 공부했다.
체력이 필수라고 하던 그녀의 말에
집 앞 뚝방길을 함께 걷기도 하고.
그러나 늘 함께라 생각했던 나의 생각과 다르게
우리는 고3을 기점으로 달라졌고, 또 멀어졌다.
미국유학을 결심한 그녀는 수능을 포기하고 SAT에 매진, 오빠와 같은 학교에 합격해 유학길에 올랐다.
나?
나는 '적당히' 수능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들어왔다.
남들 다한다는 휴학계를 내고
내가 '적당히' 방황하던 시간
그녀는 타지에서 학업에 전념했다.
몇년 뒤 역시나
그녀가 훌륭한 성적으로
치의학대학원에 진학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매번 다정한 편지를 주고받았던 우리의
편지가 끊긴 것이 이때쯤이다.
나는 열등감에 눈이 멀었다.
그로부터 몇년 뒤
내 꿈과는 너무도 먼 지금의 직장에 입사해
'적당히' 연차를 쌓아가고 나에게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재 한국의 한 미군기지에서
군인이자 치과의로 복무하고 있다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의 만난 우리.
이제는 너무 많이 달라져있었다.
드넓은 활주로를 가진 곳에서
안정된 일과 월급, 개인의 오피스를 소유한
의사가운을 입은 친구.
이 길은 내 갈길이 아니니
지금이야말로 회사를 그만두어야겠다만
무한반복하는 나.
그녀가 고민하는 나에게 말했다.
꿈을 이루는 것이 나이제한은 없다고.
그래도 지금이 결심할 수 있는 가장 젊은 나이라고.
100을 노력하면 항상 120아니 150으로
끝까지 가던 이,
내 경쟁자는 옆 사람도 그 누군가도 아닌
그냥 바로 바로 나 내 자신임을.
그녀는 그녀의 지나온 세월과 노력으로
내게 증명해주었다.
나는 이제 기로에 섰다.
누군가 '나에게 이제는 결정해야할 때다.'라고는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깊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계속될 수록 나는 깨닫게 된다.
다시 한 번,
시작할 때가 되었다.
내 진정한 업,
내 꿈을 찾아가는 이 길.
더이상
'적당히'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