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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Black Dec 07. 2023

안녕, 발리

2023.7.28

발리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

누사두아에서 덴파사르로 이어지는 만다라 고속도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길게 이어진 이 대교에는 오토바이 전용 도로가 있었는데 바다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오토바이로 달린다면 정말 멋질 것 같았다.

역시. 발리는 오토바이야!


K-드라마와 K-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던 택시 기사님의 배웅을 받으며 3주간 머물렀던 발리를 뒤로하고 공항으로 들어섰다. 여행 기간이 길어서인지 아쉬움보다는 얼른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지금껏 쉬었는데.

또 쉬고 싶다니.


남은 돈으로 뭐 살게 없나 면세점을 기웃거리다 시간에 맞춰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멀어지는 발리섬을 바라보며 20일간의 발리 여행을 돌이켜 본다.


늘 그렇지만 이번 여행도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발리에 오기 전에는 아름다운 풍경과 그 못지않게 아름다운 나를 그리며, 낯선 이들과 선뜻 대화를 나누고 모든 사람에게 환대받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하지만 풍경이나 인종들만 낯설 뿐, 마주하게 되었던 건 한국에서와 다를 바 없이 맛집에서 줄을 서고 지도를 검색하고 후기를 읽고, 행여 손해 보는 것은 아닌지 은근히 속을 끓이게 되는 것이 다반사. 버벅거리는 영어에 진땀 빼기 일쑤이고 아무리 최적의 경로를 검색해도 하루에 만보 이상은 걷고, 그렇게 찾아온 식당은 맛집이라는데 맛이 없다. 한껏 기대했던 숙소는 사진과 어딘가 다르고 눅눅한 침구에 잠자리까지 불편했다.


상상 속의 환대와 친절은 온데간데없고 돈을 벌러 나온 그들에게 나는 많고 많은 관광객 중 하나일 뿐. 눈치 보는 삶을 피해 여기까지 왔는데 여전히 시종일관 낯선 사람들의 눈이 신경 쓰였다. 20일 내내 익숙하지 않은 곳과 사람들을 마주하고 있으니 집에 콕 박혀 당분간 혼자 있고 싶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연락이 없어도 2시간 정도는 거뜬히 기다려 준 픽업 기사, 오토바이 시동 켜기에 동참해 준 사람들, 평화로웠던 요가 시간, 우연히 만난 부부, 밤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던 소년들, 서툰 한국어를 건넸던 청년, 무질서의 끝을 보여준 스미냑의 도로, 한국 시골과 비슷한 칸디다사의 풍경, 연못에 떨어진 연을 건지던 아이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떠올리게 했던 오토바이 여행자, 응급 상황을 도와주던 의사, 한국의 겨울을 경험해 보고 싶다고 하던 렌트샵 직원.


잘 가꾸어진 리조트에서 휴식을 즐겼던 기억보다 어쩐지 이런 소박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기억들이 비행기 창 밖으로 멀어지는 발리섬을 바라보는 중에 문득 떠오른다. 여행은 이렇게 대중없고 사소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들을 경험하며 내가 사는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는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발리에게 안녕을 고했다.


다음에는 오토바이 여행으로 만나. 발리.






J와 K의 여행 - J편

https://brunch.co.kr/@0c0c828521144f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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