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법
1화에서 마케팅이 광고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 마케팅의 대표 도구,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마케팅'과 혼동하는 바로 그것 — 광고 이야기를 해보자.
광고는 우리 일상에 너무 깊이 스며들어 있어서 오히려 제대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유튜브 영상 시작 전에 뜨는 5초짜리 영상도 광고고,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붙은 포스터도 광고고, 인스타그램 피드 사이에 끼어드는 게시물도 광고다. 심지어 인플루언서가 자연스럽게 들고 나온 텀블러도 광고일 수 있다.
이렇게 광고는 어디에나 있다. 그런데 막상 '광고가 뭐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얼마 전, 신제품을 준비 중인 뷰티 브랜드 담당자와 미팅을 했다. 대화가 이렇게 흘렀다.
브랜드 담당자 이번에 신제품 론칭하는데 광고를 좀 크게 해야 할 것 같아요. 유튜브랑 인스타그램 광고요.
나 어떤 분들한테 알리고 싶으세요? 그분들이 유튜브에서 어떤 콘텐츠를 보는지 알고 계세요?
브랜드 담당자 그냥 20~30대 여성이요. 다들 유튜브 많이 보니까요.
나 20~30대 여성이면 약 1,000만 명인데요. 그중에서 우리 제품이 필요한 분들은 누구일까요?
브랜드 담당자 ...생각해본 적이 없었네요.
광고를 집행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질문들이 있다. 누구에게, 무슨 메시지를, 어떤 매체로 전달할 것인가. 이 세 가지를 모르면 광고비는 그냥 공중에 흩어진다. 그래서 광고를 이해하려면 먼저 광고의 정의부터 제대로 짚어야 한다.
광고주가 비용을 지불하고, 특정 매체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제품·서비스·아이디어를 알리거나 설득하는 유료 커뮤니케이션 활동. 핵심 키워드는 세 가지다 — 유료, 매체, 설득.
이 정의에서 중요한 단어를 하나씩 뜯어보자.
첫째, '유료(Paid)'다. 광고는 돈을 내고 하는 것이다. 뉴스에 자연스럽게 보도된 기사, 고객이 자발적으로 올린 후기는 광고가 아니다. 그건 홍보(PR)의 영역이다. 광고와 홍보가 다른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바로 이 '유료냐 아니냐'에 있다. (홍보에 대해서는 3화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둘째, '매체(Media)'를 통한다. 광고주와 소비자 사이에는 반드시 중간 다리가 있다.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옥외 간판, 유튜브 — 이것들이 모두 매체다. 광고는 이 매체를 통해 전달된다.
셋째, '설득'이 목적이다. 단순히 알리는 것(인지)을 넘어서, 소비자의 생각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광고의 궁극적 목표다.
매체 (Media)
광고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모든 채널과 수단. 전통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와 디지털 매체(유튜브, 인스타그램, 검색엔진, 팟캐스트)로 크게 나뉜다.
매체 선택은 광고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같은 예산이라도 어떤 매체를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아래 표를 보자.
매체는 '도달(Reach)'과 '타겟팅(Targeting)' 사이의 균형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TV는 많은 사람에게 닿지만 내가 원하는 사람만 골라서 보여주기 어렵다. 반대로 디지털 광고는 정밀하게 타겟팅할 수 있지만 도달 범위가 좁다. 어느 하나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광고 캠페인 (Advertising Campaign)
하나의 목표를 향해 기획된 일련의 광고 활동 전체. 단발성 광고 하나가 아니라, 일정 기간 동안 일관된 메시지를 다양한 매체에서 통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캠페인이다.
캠페인이라는 단어는 원래 군사 용어에서 왔다.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벌이는 작전. 광고에서도 그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나이키의 'Just Do It' 캠페인을 생각해보자. TV CF 하나, 인스타그램 게시물 하나, 유명 선수 인터뷰 하나 — 이것들이 따로따로 떠다니는 게 아니라, 'Just Do It'이라는 하나의 메시지 아래 일관되게 묶여 있다. 그것이 캠페인이다.
반면 '이번 달에 배너 광고 좀 돌려봐요'라는 건 캠페인이 아니다. 광고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이것 — 캠페인 없이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다.
<좋은 캠페인 반드시 있다는 세 가지>
1. 명확한 목표 (브랜드 인지도 향상? 신제품 판매? 앱 다운로드?)
2. 일관된 핵심 메시지
3. 목표 달성을 위한 매체 계획
USP (Unique Selling Proposition)
우리 제품만이 줄 수 있는 독보적인 혜택이나 차별점. 단순히 '좋다'가 아니라, '경쟁 제품과 비교해서 우리만이 가진 것'을 뜻한다. 광고의 핵심 메시지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USP는 1940년대 광고인 로저 리브스(Rosser Reeves)가 정립한 개념이다. 그의 주장은 단순했다. 광고는 소비자에게 딱 하나의 이유를 줘야 한다. 이 제품을 사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
실제 사례를 보면 이해가 빠르다.
눈치챘는가? 위에 나열한 USP들은 하나같이 단순하다. 복잡하지 않다. 광고에서 '모든 것을 말하려는 욕심'이 오히려 아무것도 전달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다. USP가 강력한 이유는 바로 이 단순함에 있다.
광고 카피 (Ad Copy)
광고에 쓰이는 모든 문구. 헤드라인, 본문, 슬로건, 자막까지 포함한다. 카피는 단순히 '문장 쓰기'가 아니라, 소비자의 감정과 이성에 동시에 작용해 행동을 이끌어내는 전략적 글쓰기다.
'카피라이터(Copywriter)'라는 직업이 따로 있을 만큼, 광고 카피는 전문적인 영역이다. 단어 하나가 광고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고 카피의 구조를 살펴보면 보통 이렇다.
광고 연출을 하면서 가장 많이 싸우는 부분이 카피다. 클라이언트는 제품의 장점을 전부 넣고 싶어 한다. 하지만 소비자는 3초도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피라이터의 역할은 '무엇을 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광고 효과 (Ad Effectiveness)
광고가 목표한 바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를 측정하는 것. 크게 '커뮤니케이션 효과'(인지도, 태도 변화)와 '판매 효과'(실제 매출 변화)로 나뉜다.
광고를 집행하고 나서 '어떻게 됐어요?'라는 질문에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답하는 건 정답이 아니다. 광고 효과는 반드시 측정 가능한 지표로 확인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광고 효과는 크게 두 단계로 나눠서 본다.
디지털 광고가 발달하면서 광고 효과 측정은 훨씬 정밀해졌다. CTR(클릭률), CVR(전환율), ROAS(광고비 대비 매출) 같은 숫자들이 실시간으로 나온다. 이 지표들은 15화 '마케팅 성과 측정'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중요한 건 광고를 집행하기 전에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 없는 광고는 효과를 판단할 기준도 없다.
20년 가까이 광고를 만들면서 깨달은 하나의 진리가 있다.
좋은 광고는 제품을 설명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이야기를 한다.
클라이언트는 항상 제품의 기능과 스펙을 광고에 담고 싶어 한다. 이해할 수 있다. 만드는 데 공들인 것들이니까. 하지만 소비자는 제품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주는지에 관심이 있다.
애플의 아이팟 광고를 기억하는가? '1GB 저장 용량의 MP3 플레이어'라고 하지 않았다. '주머니 속에 1,000곡을'이라고 했다. 같은 제품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의 언어로 바꾼 것이다. 그것이 카피고, USP고, 광고의 힘이다.
우리 업계에서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독특한 표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방향이 틀린 크리에이티브는 오히려 독이 된다. 아무리 재미있는 광고도 'USP가 없거나 타겟이 잘못 설정되면' 그냥 재미있는 영상으로 끝난다.
이 광고의 목표는 무엇인가? (인지도? 판매? 앱 설치?)
우리의 타겟은 누구인가? (나이, 라이프스타일, 고민은?)
그들에게 전달할 핵심 메시지(USP)는 무엇인가?
어떤 매체가 가장 효과적으로 타겟에게 닿을 수 있는가?
광고 효과를 어떤 숫자로 측정할 것인가?
이 다섯 가지 질문에 답이 나오면, 비로소 광고 기획의 절반은 끝난 것이다. 나머지 절반은 좋은 카피와 크리에이티브의 몫이다.
광고는 마케팅의 일부지만, 가장 눈에 띄고 가장 많이 오해받는 부분이다. 광고를 잘 이해하려면 이 세 가지를 기억하면 된다.
광고는 유료다. 공짜로 퍼지는 건 광고가 아니라 PR이거나 바이럴이다.
매체가 다르면 전략도 달라야 한다. 유튜브 전략이 신문 광고 전략과 같을 수 없다.
광고의 핵심은 USP다.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하나로 명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다.
다음 화에서는 광고와 가장 많이 혼동되는 개념, 홍보(PR)를 다룬다. 광고와 PR,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현업에서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들이 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