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즐건 Jan 24. 2023

[9호선 직장인] 이직을 했다

6개월의 꿀 같은 휴식을 뒤로하고

2021년 10월. 무려 5년 4개월이나 다닌 회사를 퇴사했다. 겁도 없이 다음 행선지는 정하지 않았다. 아니, 정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 직장에서 5년 넘게 다닌게 대단하다고 하는 부류와 그게 무슨 대수냐 싶은 부류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나는 전자를 택했다. "5년이나 다니다니" 오픈 멤버로 합류해 오만가지를 했고, 그에 따라 조직 개편도, 사람도 많이 바뀌는 탓에 내 나름대로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이대로 다음 직장에 간들 1년 아니, 6개월은 다닐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환승 없는 퇴사를 무모하게 했다. 무모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건 마음 속 깊이 '어떻게든 살겠지'가 은근히 깔려있었다. 무책임한 결정이었을 수도 있겠네.


퇴사 일자는 10월 중순으로 결정됐다. 막막하긴 했지만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벗어난다는 생각에 기뻤다. 광대가 내려오지 않고 뭉쳤던 어깨가 가벼워진 기분이 훨씬 컸다. 그러면서 은연 중엔 '내년 초(1~2월)까지 놀고 2~3월쯤 준비하면 4월엔 취업하겠지?' 라는 다분히 P성향스러운 계획이 있었다. 


어이없게도 이 계획은 실행됐다. 여태 여러번 백수와 재취업을 했는데 대부분 느슨한 계획대로 진행됐다. 아마 그래서 마음한켠에 어떻게든 된다!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2월에 이력서를 내고 3월까지 면접을 보고 4월 중순에 첫 출근을 하게 됐다. 정확히 전 직장 퇴사 6개월 뒤였다. 나의 P력이 사실은 J력이 아니었을까? 싶은 대목이다.


물론 재취업에 큰 걸림돌이 있었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출근 시간이 가장 컸다. 8시 반 9호선 어느 역이라니. 수 년간 9시 30분 출근을 '겨우'한 나에겐 대단한 미션이었다. 적어도 7시엔 집에서 나와야하는데, 그럼 몇시에 일어나야하는거지? 역산을 해보면 깜깜한 미래만이 나왔다. 나는 아침 잠이 많아 차라리 늦게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게 내 컨디션엔 맞았다. 


그렇지만 이런 이유로 입사를 안한다는게 어쩐지 자존심이 상해서 출근하기로 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잘못된 선택이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 나의 삶의 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