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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Sep 10. 2015

우리 인연도 벌써  7년째

이제는 쉬워질 때도 되지 않았니

외국에서 만난 내 또래의 사람들과 이름과 나이, 간단한 여행 일정을 나눈 뒤에 꼭 하는 질문이 있다.


전공이 뭐예요?


그럴 때마다 작은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부끄럽게 말한다.


사진이요


백이면 백, 열이면 열.

놀람과  함께하는 말이 있다.


사진 잘 찍겠네요


그래, 입시부터 치면 사진과의 인연도 벌써 7년 째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잘 찍겠지.

하지만 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람이라 '잘 찍힌' 사진을 여전히 알지 못한다.

입시 구술 마지막 질문이기도 했던 '잘'이라는 정의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날 괴롭힌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사진은 소위 '잘 찍힌' 사진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지겹도록 들어온 3분할도 어긋나고, 노출도 아쉬울 때가 많다. 초점은 말할 것도 없다.


전공 4년에 아르바이트로 굴러온 세월까지 하면 나름 짬밥 좀 먹은 편인데

멋진 풍경 앞에서 꺼내는 것은 콤팩트 카메라와 스마트폰이고

화려한 야경 앞에서 삼각대와 혼연일체 된 사람들 가운데 손각대를 자랑한다.


함께하는 사람들은 내게 물었다.


사진 하면 장비 엄청나지 않나요?


물과 잡다 구니가 더 많은 가방을 보여주며 대답할  수밖에 없다.


무거운 거 싫기도 하고, 원래 장비가 많지 않아요


이쯤 되면 '대체 이 사람은 뭔가'하는 눈으로 슥 바라보고 질문한다.


사진 잘 찍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내가 잘 찍은 사진을 알 턱이 있나. 

7년째 질기고 질긴 인연 속에서도 나는 멋진 풍경 사진을 담아본 적이 없다. 

색감과 노출, 구도, 초점 등이 완벽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

쉬워질 때도 되지 않았냐며 한탄스러운 적이  한두 번은 아니지만

특별히 교과서적으로 완벽한 사진을 찍기 위해 최선을 다하진 않았다.


내게 사진은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고, 

세상에 남기는 흔적이며, 순간의 이끌림이니까.

기록이 아닌 사진을 찍을 때 내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은 빛이다.


빛이 이끄는 시선, 빛으로 남기는 내 시선의 흔적, 순간의 빛이 만드는 이끌림.


시선, 흔적, 이끌림, 빛

너무나 비정형적이며, 논리적이지 않은 동력들이 셔터를 누르게 한다.

그래서 스스로도 가끔은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진지하게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원칙은 사진을 '학'으로 배우기 이전

손 안의 카메라를 자유롭게 쓸 수 있던 시절부터 내가 품고 있던 것들이다.

본능처럼 다가오기도 하는 원칙을 하나 둘 풀어가며

사진 잘 못 찍는 사진 전공자의 사진 이야기를 시작한다.



* 메인 사진: PISA, ITALIA, iPhone 5

** 사진 없는 사진 이야기는 이번이 마지막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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