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라는 말을 즐기는 것은 자기계발서 저자와 명언 속 성공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꼭 갯벌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저 발 디딜 수 있는 똑같은 땅처럼 보이는데, 그리 깊어 보이지도 않는데 한 발을 빼려고 하면 다른 발이 깊이 들어간다. 그 와중에 온 몸은 진흙 투성이가 된다.
서른이 가까워 오도록 실패를 경험한 적이 별로 없었다.
시작은 고등학교 진학이었고, 대학 진학, 직장까지 실패한 이후의 날들을 걱정하며 오늘을 살아보지 않았다.
첫 실패의 경험은 독일에서의 대학원 입시였다.
면접 시작부터 백지가 된 머리는 '망했다'로 가득했다.
이후 갯벌을 빠져 이도 저도 못하는 새에 시간이 흘러 물이 차오르고, 나는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다.
온몸이 진흙투성이가 된 이후에야 지난 성공의 시간을 돌이켜봤다.
그 시간들은 그저 실패를 피하기 위한 겁쟁이가 선택한 실패한 성공이라 생각했다.
그 선택을 스스로 설득시키고, 그래도 좌절할 땐 실패가 아닌 게 어디냐며 다독였다.
두려움이 깔린 선택이었음을 시인한다.
인생의 큰 실패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기에 그 마음이 자라났음을 알고 있다.
그들이 다시 일어나 지금의 내가 되기까지 곁에 있다는 사실은 이 모든 이유도 변명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첫 실패는 많은 것을 남겼다. 물론 이후의 다른 실패들이 늘 무언가를 남기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오늘의 실패가 마지막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