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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뒤셀도르퍼 Aug 17. 2015

스물일곱의 꿈

(Feat. 하지만 아직 꿈자리가 사납네)

네 꿈은 뭐야?

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 답했다. 누구나 그렇겠지. '직업'이 아닌 답변에 가끔 놀라는 사람들은 묻는다. '너에게 행복은 뭐야?' 이때가 내게도 가장 어려운 순간이다. 그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지만 늘 대답 후엔 아쉬움이 입 안을 맴돈다. 


돈, 명예, 건강, 친구, 가족, 사랑. 무엇 하나도 양보할 수 없는 요소들이니까. 그럼에도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단순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복. 졸업을 앞두고 수월히 원했던 직종과 직업,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1월, 유난히 추웠던 퇴근길에서 정신을 잃었을 때까지 난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돌이켜보면 현실이 보이던 대학교 2학년 무렵부터 우리는 서로 '꿈'을 묻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앞엔 늘 '목표'가 있었을 뿐이니까. 사전 속의 직업, 명사화된 직종. 머릿속에 각인된 이름만을 원했던 시간들. 원만한 듯 보였던 행복이 무너진 건 순식간이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꿈을 떠올렸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이라 믿고 싶은 걸까. 혹시 난 내 선택이 틀렸음을 감추고 싶어 애써 행복하다 말하는 것은 아닐까. 대답 없는 질문들이 늘어갔고, 그 어떤 문장에도 마침표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꿈으로 부풀었던 스무 살, 나는 독일에 있었다. 자퇴서를 대신한 휴학 신청서를 제출했고, 새로운 세상을 꿈꿨던 시간들. 그래서 나는  스물일곱에 독일행을 선택했다. 그렇게 도착한 두 번째 도시 두브로브니크. 난 이곳에서 새로움 꿈을 발견했다. 


아름답고 싶어

타고난 얼굴은 바꿀 수 있는 돈도 용기도 의미도 없기에 두지만, 관리가 부족해 제멋대로 자라난 마음씨는 아름다워지고 싶었다. 사회 생활이 무엇이기에 한없이 친절했던 내가 사소한 일에도 으르렁거리는지 사무실 속에서는 그 이율 알 수 없었다. 물론 그저 항구도시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도 알 수 없었던 꿈이다. 꿈은 아주 의외의 장소에서 상황에서 발견됐다.


낯섦마저 행복하게 만들었던 두 사람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두브로브니크에는 최근 신혼부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나는 그들의 시간을 기록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수 십 쌍의 커플을 만났고, 이야기를 나눴으며, 그들이 느끼는 행복을 담아왔다. 운이 좋았겠지만 난 참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빛과 함께 따뜻한 온도가 전해졌다. 말이 없어도, 잠깐의 눈빛만으로도 아름다움이 빛났던 사람들. 


사람이 '아름답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던 나였다. 낯선 땅에서의 시간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지독한 외로움이 이끌어낸 훈훈한 생각일까. 알 수는 없지만 그들, 아름다웠다. 사랑하는 사람과 빛나는 도시가 빚어낸 환각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게 건네던 소소한 친절들은 그들 자신들의 것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들은 진심이었다. 내게 남은 시간들을 응원하던 그들은 진짜였다. 


사람을 대할 때의 모습. 관계 속에서의 내 모습.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스스로 돌아봤을 때 내가 평가하는 나의 모습. 난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언뜻 행복과 직결되는 선은 없어 뵌다. 그래도 꿈에 다다르면 꿈을 이뤘다는 사실 자체에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름다운 내 모습에서 스스로 행복해진 나는 타인에게도 행복을 전해줄 수 있지 않을까. 행복과 목표를 왜 그리 바깥에서 찾으려 했을까. (물론 아직 행복하다 자부할 만큼 아름답진 않다.. 역시 꿈을 이루는 길은 험난해야 제 맛!)


사실 행복이니 꿈이니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겐 참 허탈하고 추상적인 단어로 느껴질 것이다. 내게도 그랬고, 아주 오랫동안 잊고 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인간이었다. 누군가의 자식, 어느 회사의 직원이기에 앞서 나는 그저 한 사람이다.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이 단어들은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다. 방황하는 누군가에게 무조건 떠나라고 등을 떠밀 순 없지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있다.


너의 꿈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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