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를 넘은 이끌림

피터 퍼클루스 Peter Puklus

by 알 덴테 도마도

전시 관람이 취미지만 모든 작품을 다 이해하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서문이나 작가에 대한 자료를 따로 찾아본다. 그렇다고 또 다 이해하는 것도 아니다.


피터 퍼클루스 Peter Puklus가 나에겐 그런 작가와 작품 중 하나다. 한 사진 페스티벌에서 처음 보고 강렬함에 이끌렸고, 2년이 지나 한 철학 잡지에서 다시 마주한 작가. 전시 때도 그랬지만 잡지 내에서도 그의 글은 짤막하다. 심지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적은 영문을 독일어로 번역했다. 조금 더 설명을 해주길 바랐지만 글이 길어진다고 나열된 이미지를 이해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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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된 이미지에서 색이나 오브제 구성 등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어딘가 나의 시선을 이끈다. 가끔은 그런 작업도 작가도 있는 법이다. 작가의 짧은 소개글이 힌트가 되어 이해하는 이미지와 어딘가 어색한 사진이 공존하는 것처럼.


그간 내 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작업들은 항상 제쳐놓았다. 그것들은 나에게 무의미한 작업들이었다. 하지만 이 작가를 끈질기게 마주하면서 '나의 한계치'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했다.


만약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만 받아들인다면, 모든 것은 나의 부족한 견해에 의해서만 판단될 것이고, 내가 다른 작가들의 세계를 마주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예술적 간접경험을 제한하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작업을 통해 견해를 넓힐 수 있는 나의 기회도 사라지는 것이고,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전달하고자 하는 개별 작가들의 의도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세상과 많이 다른 작가는 그 독특함을 인정받는 대신 몰이해에 의해 스스로를 한계 지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지 않을까.


가끔은 내가 가진 상식선에 맞지 않는 혹은 그간 봐왔던 작업과 다른 스타일이라 조금 난해하더라도 퍼클루스의 작업처럼 그저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압도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바라보는 것이 언제나 100%이지 않듯, 언제나 모든 것에 확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누군가의 작업을 바라볼 때도 부족한 확신, 모자란 이해를 채울 다른 매력을 찾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지만 가끔 지나치게 편향되어 있는 대중의 예술관을 볼 때면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예술이란 기준에 작가들의 작업을 끼워 넣으려고 하고, 오직 그 프레임으로만 바라보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작가들은 항상 삐죽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이게 예술이냐'라고 하는 비아냥 섞인 조롱을 듣기 마련이다. '어떤 것이 예술이다'라고 정의하기엔 너무 어렵다. 그건 만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만들며 혹은 바라보며 이해하거나 그저 즐기거나 하면서 범주를 확장하기도, 줄이기도 비틀어보기도 하는 것 아닐까.



지금 다시 바라보면 나는 석고상의 묘한 비웃음이 좋았다. 내가 알던 석고상들과는 다른 근엄함이 없고, 어딘가 한 번쯤 주변에서 봤던 사람처럼 익숙한 이미지가 있다. 몇몇 사진들에서 나타나는 파스텔톤의 색감도 좋다. 구성이 아무렇게나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분명한 선이 있다. 무의식 중에 나는 이런 것에 이끌렸을지 모른다. 모든 이미지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리즈 내에 몇 개가 분명히 좋다면, 전체가 제법 끌린다. 그래서 이곳에 이미지를 올릴 때도 나름의 취사선택을 통해 소개한다.


어디서든 매력을 느끼면 당장에 알 수 없으니 항상 작품과 작가 이름을 촬영하고 메모해둔다. 훗날 작가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글과 이미지를 천천히 다시 보며 이해하는 노력이라도 해보기 위해서다. 이 작업은 사실 여전히 나에게 물음표가 남아있다.


피터 퍼클루스 Peter Puklus
헝가리 출신 아티스트
2015년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UNSEEN 포토 페어에서 만남
2017년도 독일 철학 잡지 Hohe Luft에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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