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남게 된다면

영원한 이미지가 있을까

by 알 덴테 도마도

세상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고 했다.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영원하길 바라는 마음. 바로 그런 마음이 곧 사진이다. 사진으로 행복한, 기억하고 싶은 어떤 순간을 기록하는 이유. 영원할 수 없는 순간을 오래도록 붙잡아두려는 마음이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사진 역시 영원하지 않다.


사진사 초기에는 현상을 멈추고, 상을 고정시키는 정착 용액이 완벽하지 않았다. 때문에 빛에 노출되면 현재도 계속해서 노광이 되는 셈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나는 사진의 역사 속에서 유명한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의 사진을 가려진 채 마주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암막 속에 들어가 눈으로만 그 이미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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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완벽한 정착술, 보관을 용이하게 하는 코팅 기술, 디지털 기술이 대중에게 도달한 시점에 사진을 시작한 나에게 사진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제법 낯설다. 작업 구상을 할 때 사진들을 물에 빠뜨려 완전히 불리려고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 그대로인 사진에 적잖은 당황을 하기도 했으니까.


인화한 사진은 은염의 경우 70~80년을, 현대식 인화 사진의 경우 100년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코팅과 적당한 보존 방식은 그 기간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후에 사진은 어떻게 될까. 운이 좋게 책이든 온라인에든 알려진 사진들은 오리지널 없이 디지털 파일로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이미지들은 차츰 원래의 빛을 잃고, 무엇이 찍혔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이름만 남게 될 사진 또는 이름도 남지 않을 사진. 무엇에 집착하여 사진을 찍었다 하더라도 그 역시 언젠간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 오리지널이 사라진다면 복사본만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오리지널이 존재하는 자리에는 그에 대한 숭배가 우선시 되겠지만 복사본으로 이미지의 수명을 늘려갈 때는 이미지 자체, 내용 자체가 우선이 되는 것일까.


0이 다섯 개 딸린 원본 사진을 직접 봤지만 오리지널을 봤다는 기쁨과 놀라움만 남아있을 뿐. 그 이미지는 내가 그간 숱하게 봤던 복사본보다 흐릿해서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다. 그보다는 사라져 가는 이미지 그 순간에 내가 잠시나마 서 있었고, 그를 통해 사진이 사라질 수 있음을 불현듯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에 놀라웠다.


1840년에 촬영, 인화된 저 사진은 175년을 살아남았다. 사진 기술이 보편화되고 촬영된 사진들 중 대다수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사라지고 있는 사진이 있을 것이다. 수백 광년 거리에 있는 별빛이 반짝이는 것을 바라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 - 내가 바라보고 있는 저 별은 언제 출발한 것일까. 그리고 이미 사라진 별은 아닐까 - 과 1840년에 촬영된 저 사진을 바라보고 난 이후의 감정은 언뜻 비슷하다.


윌리엄 헬리 폭스 탈보트 William Henry Fox Talbot
영국의 사진가, 발명가
2015년 런던 Photo London에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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