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 느린 카셀 도큐멘타 14
'한걸음 느린 카셀 도큐멘타 14'라는 소제목으로 카셀에서 만난 여러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카셀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하나 둘 정리해 길거나 짧은 메모를 남길 것이다. 한 달도 남지 않아 누군가의 가이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여건 상 방문하지 못한 누군가에게 잠시 읽을만한 짧은 메모가 되길 바란다.
미술관 : 노이에 노이에 갤러리(Neue Neue Gallery)
위치 : 1층, 4층에(독일식 0층, 3층)에 위치
작품 형식 : LED 조명 설치, 퍼포먼스
작품명 / 작가 이름 : STAGING / Maria Hassabi
미술관의 소장전을 관람할 때 빈 공간에 캡션만 남은 상황을 종종 경험한다. 이때는 주로 외부 대여가 된 상황이다. 텅 빈 벽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남곤 한다. 도큐멘타에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아쉬움을 경험했는데, 바로 시기가 맞지 않아서 퍼포먼스 작품을 관람하지 못할 때다.
작가 Maria Hassabi의 STAGING은 전시장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LED 조명이 강하게 뿜어져 나오거나 공간 바닥을 핑크색으로 덮어놨기 때문에 그 존재감이 바로 드러난다. 일부 캡션에서는 이 작품이 단순히 설치 자체로 끝나는 것처럼 나와있지만 이 설치는 퍼포먼스를 하기 위한 무대다.
많은 사람들이 강렬한 LED 빛 앞에 서거나 드넓은 핑크 바닥에 앉거나 누워 휴식을 취한다. 그가 만든 스테이지 위에서는 여러 제약 때문에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적다. (강렬한 빛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서 빠르게 걷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그의 작품에서 주요한 단어는 'shape'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는 이 단어를 '몸체의 윤곽 혹은 아웃라인'이라고 정의한다. 스테이지 위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댄서들은 아주 천천히 이 몸의 윤곽을 드러낸다. 홀로 또는 여럿이 움직임을 만든다.
이 작가의 작업을 처음 봤을 때, 작품명과 작가 이름, 설치된 종류 외에 정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떤 정보 없이도 나는 그가 고민한 'shape'라는 개념에 집중했다. 강렬한 빛을 바라볼 때 생기는 날카로운 경계와 내 몸을 비췄을 때 발생하는 강한 그림자. 이 선에 매료돼 사진을 남기고 싶었지만 그 강렬함이 그대로 담기지는 않았다.
아쉽게도 보지 못한 퍼포먼스 현장은 링크로 남긴다. 짧은 영상이지만 이해하는데 어렵지 않다. 느린 움직임 속에 약간의 긴장을 주며 균형을 맞추는. 그 안에서 우리는 온몸의 부위가 서로 관계를 이루고, 작용하며 만들어내는 윤곽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혹 직접 퍼포먼스를 보고싶다면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진행한다고 하니 그 시기를 맞춰가길 추천한다.
http://www.br.de/mediathek/video/documenta-maria-hassabi-staging-1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