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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일본에서 만난 음악들

by 케이

어느 날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한 친구가 물었다.

"너는 하나의 어플만을 핸드폰에 넣을 수 있다면 뭘 넣을 거야?"


"난 카메라."

"나는 구글 드라이브"

"나는 연락처."


"나는 음악 어플."


음악 어플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게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나는 음악을 많이 듣는다.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혼자 있을 때도 음악으로 위로받는 경험들이 늘 좋았다. 우울했던 하루의 기분을 좋게도, 또 반대로 슬프게도 바꾸는 것이 음악이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 안에 하나의 어플만 넣을 수 있다면 음악 어플을 넣고 싶다.


생각해 보면, 음악 어플만 있는 핸드폰... 예전에 갖고 있었다. 바로, 애플의 아이팟이다. 처음 아이팟의 존재를 알았던 것은 초기 1 버전이었던 것 같다. 어린 나에게 아이팟은 은색에 살짝 까끌거리지만 부드럽고 차가운 물건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때도 두껍고 무거워서 휴대하고 다니기 힘들었는데도, 예쁜 디자인과 재밌는 인터랙션 방식 때문에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 아이팟에 유선 이어폰을 꽂아서 혼자 노래 듣기를 좋아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나의 여러 취향들이 더 나아지고 발전한다고 느끼지만, 음악 취향만큼은 좋아진다라기보다 넓어진다고 느낀다. 예전에는 듣지 않았던 여러 음악 장르를 도전해보기도 하고, 나만의 취향을 알아나가기도 한다. (요즘 어플은 그것을 또 발견하기 좋게 알고리즘이 짜있어서 참 편리하다.)


일본에 오고 나서 나를 즐겁게 하는 문화 중 하나가 음악이기도 하다. J-pop 특유의 청량함도 좋고 히사이시조 작곡가의 아련한 피아노 곡도 좋았다. 카페에 들어가서 듣는 팝송들, 거리를 걸으면서 들리는 케이팝 노래들 등 실제로 도쿄에 살게 된 이후에는, 롯폰기에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갔던 봄날부터 겨울에 갔던 시부야 타워레코드에서 흘러나온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까지 다양한 음악 관련 에피소드들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 책의 제목은 '일본에서 만난 음악들'이다. 그리고 안에는 일본의 장소들과 나의 개인적인 음악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음악 또는 일본에 관심이 있거나 장소에 따른 추억에 관심 있는 분들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배경이미지는 midjourney로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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