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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 Sarang Sep 18. 2019

글쓰기를 시작하면 달라지는점

20년이 지나서 지금 소설 쓰기를 시작했다.


처음 소설이라는 것을 써보았던 기억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학교 교실 맨 뒤에는 반 친구들의 그림과 글, 액자와 거울 등이 걸려 있었다. 그 중 왼쪽 구석에는 커다란 전지가 걸려 있었고 알록달록한 색연필로 섹션이 나눠져서 학급 뉴스나 재밌는 이야기가 신문처럼 꾸며져 있었다.  그 전지를 일주일에 한번씩 꾸미고 교체하는 것이 학급 내 미화부의 일이었다. 나는 학기 초에 우연히 친한 친구들과 미화부에 소속이 되었다. 나름 완장을 차게 되어 그 당시 큰 책임감을 갖고 일에 임하였다. 생각해보면 10년 조금 넘는 인생 최초의 직업의식?이 아니었나 싶다.





한번은 그 전지에 우리끼리 머리를 모아 연재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장르는 미스터리였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그런 오싹한 무서운 이야기가 그리도 끌렸었다. 하긴 아직 어린이인데 사랑이 주제인 로맨스에 관심을 가질 리가 없었고 그렇다고 리얼리티에 기반한 생활물에 관심이 있을 리도 만무했다. 드디어 시작된 우리의 장편 소설은 장황하게 누군가가 죽으면서 시작되면서 시작되었다.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머리를 맞대고 스토리를 애써 중반까지 짜맞추어 놓았고 결말은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만들기로 했다. 물론 여럿이 모이다 보니 각자의 주장이 따로 놀기도 했고 스토리가 산으로 중간에 틀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반 친구들의 반응은 연재 첫날부터 폭발적이었다. 특히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다음 이야기 너무 궁금해 미치겠어”

“…정말?!”


우리의 창작이 칭찬을 듣는 그 첫 순간의 쾌감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 평범하게 그저 공부하고 읽는 책만으로도 부족했던 10대후반과 20대 시절을 거쳐 30대가 되어 지금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머릿속에는 이것저것 여러장르가 혼합되어 떠오른다. 초등학교 4학년의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직도 이어지는 느낌이다. 마치 미스터리 썰렁물이라는 강풀작가의 새로운 장르마냥.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꽤나 내 조건이 까다로웠다. 글 쓰는 시간이 꼭 내 몸과 마음이 편안할 때여야 하고, 장소는 집에서 밤에 아무도 없을 때 써야하는 등 때와 장소를 철저히 가렸다. 당연히 진도는 잘 나가지 않았다. 시작을 하기까지가 시간이 너무 걸리니 말이다. 하지만 우연히 둘러보다가 본 브런치 어느 작가의 말대로 마음이 복잡할 때, 또는 그저 습관적 으로라도 노트북을 켜고 한 단어라도 누르는 순간 신기하게도 소설이 술술 써지기 시작한다. (이래서 남의 말도 귀 기울여 듣는 게 중요하다.)  




글을 쓰는 것, 소설을 쓰는 것은 마법이다.


집에서 쓰건,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쓰건 글을 쓰는 것은 축복이다. 별 것 아닌 글을 쓴다 생각해도 스스로 삶에 대한 고찰을 하게된다. 소설을 쓰면서 내가 겪었던 일상과 판타지가 교묘하게 혼합되어 스스로 원하는 것도 깨닫는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면서 하고싶은 것과 잘하는 일을 자꾸 찾는다. 일상에서 싫어하는 사람은 피할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을 쫓아 끌어당기기도 한다.


이전에는 너가 좋아하는 것은 뭐야? 라는 말을 들으면 대답하기 막막했다. 잘 모르겠다는 대답도 가끔했던 것 같다. 그러니 내 인생에 대한 주도권을 쥐지 못하고 항상 우유부단한 결정을 내렸다. 그런 성향이 어디 쉽게 바뀌겠냐마는…확실한 건 글을 쓰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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