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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i Sarang Sep 24. 2019

Yolo족을 그만두다

티끌모아 티끌이라 생각했던 시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욜로족이라는 말을 들은 것이 몇년 전이던가... 쓰고싶은 만큼 쓰면서 인생을 즐기는 주의로 나 또한 적은 임금을 받아도 늘 그렇게 살아온 편이였다. '티끌모아 티끌이다' 라는 소위 띵언을 웃으며 촌철살인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수많은 나날을 지나며 그렇게 아끼지 않고 살아온 결과, 나의 오랜 사회생활에 비해 모아놓은 돈은 평균 이하가 되었다.


나보다 적은 월급에 20대 후반에 벌써 1억을 모았다는 옆자리 직원의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생각이 없었다. 그저 "아, 대단하네요" 하고 넘겼다. 비싼 월세를 살면서 좀 더 이자가 싼 전세자금은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남들 다하는 재테크나 실속있는 적금에 신경쓰지 않고 살다보니 그 사이 서울의 내가 살던 지역 집값은 2018~19년을 지나며 천정부지로 올랐다. 월세를 올려달라는 주인의 요구에 오르지 않은 월급을 떼어 그 금액을 내려니 허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결혼을 하고 나니 그간 돈을 아끼지 않고 모으지 않았던 과거가 뼈져리게 후회된다.


수입이 많건 적건 티끌이라도 모아야 그것이 나의 재산의 일부가 되는 것이 맞는 말이였다.




결혼을 하고 집을 구입할 때가 다가오니 한푼이 아쉬운 상황이 온다. 조금이라도 아끼고자 나라에서 발급해주는 바우처 등을 검색하게 되고 조금의 지원금을 놓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1년만에 몇 억이 오른 아파트 호가를 보면서 왜 진작에 목돈을 모아 놓지 못했나 아쉽다. 20대에 1억을 모았다는 그 옆자리 직원이 그 돈으로 진작 아파트를 사서 현재 나보다 몇 배의 자산가가 되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월 100은 주거비로 내면서 네일샵과 미용실, 요가나 필라테스, PT 같은 거액의 운동을 망설임 없이 끊었다. 조금의 목돈이 들어오면 그의 50퍼센트는 내 돈이 아닌것 처럼 통크게 썼다. 주변친구들도 나와 비슷했다. 퇴직금이나 인센티브 등 목돈이 생기면 갖고싶었던 명품 몇개를 샀다. 그렇게 큰돈을 받으면 이상하게도 받고나면 몇십, 몇백은 쉽게 쓰게 된다. 돈을 안쓰면 구질구질해질 것이란 생각을 했다. 허나 지금 생각해보니 1억을 모았다는 회사동료는 결코 구질구질하지도 않았다.




늦었다는 때가 제일 빠른 때 라는 말이 있다. 욜로를 버리고 이제는 나아갈 목표를 향해 가성비 있는 삶을 살기로 했다.


첫째, 강남 브랜드 미용실에서 썼던 수만원의 커트비용을 아끼고 이제는 염색은 염색대로, 커트는 커트대로 가성비 좋은 미용실을 찾아간다.

둘째, 평소 스트레칭이나 필요한 운동은 유투브를 최대한 활용하여 본다.

셋째, 누굴 만나는 약속 이외에 혼자 마시는 음료는 회사에서 주는 커피를 최대한 활용하거나 저렴한 테이크아웃 카페를 이용한다.

넷째, 배달음식을 습관적으로 보는 것을 자제하고 집에서 의식적으로 건강한 음식을 챙겨먹는다.

다섯째, 비슷한 색상의 화장품, 옷의 쇼핑은 하지않는다. 자주 보던 쇼핑몰이나 앱은 이제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여섯째, 각종 검사나 예방접종 등은 최대한 보건소나 건강협회 등을 활용한다. (개인 병원에서는 같은 검사라도 2배씩 받는 경우가 많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돈이 생기면 펑펑 써버리는 것은 결코 현명하지 않은 일이다. 사버리는 순간 모든 물건들은 감가상각이 되어버리고 세상에는 순간의 만족에 불과한 소모품이 넘쳐 난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씩 바뀌어 나가면 어느순간 티끌이 티끌이 아닌 소중한 자산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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