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없다면 없는 편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다. 적어도 20대까지는...
혼자서 혈혈단신 모르는 외국동네를 가도 주눅드는법이 없었고, 늦은 밤거리도 조심은 하였지만 혼자 걷는것을 그닥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무탈없이 살아온 것이 신기할 정도로 모험심도 강했다. 생판 처음보는 사막 하이웨이도 차로 횡단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대학 축제때 가수가 나와서 춤을 추는데 관객을 무대로 불러들이면 제일 먼저 올라가서 춤을 선보이기도 했다. 남들이 나를 쳐다보고 손가락질 해도 그것을 고깝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저 내가 순간을 즐기고 행복하면 됐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나이를 먹어가며 회사 안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사무실 안의 화초와 나의 모습이 비슷해져 갔다. 작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과 다닥다닥 붙어지내며 그 안에서 일하는 나의 더 작은 공간. 책상과 캐비넷, 의자. 딱 나의 세계는 그 정도 사이즈만해져갔다.
맡은 바 내 일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였지만서도 늘 불안했다. 누구도 나에게 그만하면 잘했다는 용기와 칭찬을 주지않았다. 사회는 냉정하다. 회사, 사회에서 주는 약자에 대한 페널티는 나를 더욱 움추리게 만들었다. (내가 자격지심은 결코 아니였던 것 같다. 대학을 채 졸업하기 전인 사회 초년생 여자는 사회에서 가장 만만한 상대였다고 생각한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조금 나아졌겠죠...?)
그런 와중에 임신이라는 또다른 세계를 만났다. 아이가 뱃속에 있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존재가 내 몸에 의지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밤거리를 자신있게 배회하고 저녁약속을 잡기는 커녕, 버스나 지하철을 타러 뛰러갈 수 조차도 없다. 길거리에서 누군가와 부딪힐까, 눈이 마주쳐서 시비가 걸릴까봐 한껏 몸을 움추리고 사리게 된다.
생각이 많아진다. 몸의 변화때문인것인가, 나이가 듦에 따른 변화인것인가, 사회생활에 찌드는 과정인 것인가. 자랑스러웠던 과거는 과거로 떠나보내야하는 것인가. 무엇이 나의 진정한 모습인것일까? 현재인걸까?
유투브를 보면서 한껏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한국인 여행자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현재지만 언젠가 나도 다시 그들처럼 다시 돌아가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미련없는 대범한 20대를 보냈고 후회없다 생각했지만 아직 고작 30대인데, 끝은 정해지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겁없는 날개를 펼 나를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