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 복지, 회사타이틀이 지금 내게 뭘 남겨주진 않았다.
10년이 훌쩍 넘는 회사생활을 하고나니 남는 것은 직장생활에 관한 에피소드가 거의 전부다. 직장생활은 나에게 있어서 희노애락을 경험시켜주었고 (그것도 아주격한), 내 인생에 있어서 없어선 안될 소중한 경험 자산이다.
최근에 비슷한 나이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동료들을 되짚어보았다. 전업주부, 자영업, 여전한 회사원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나뉘어진다. 그들의 최근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많이 싱숭생숭해졌다. 그 이유는...내가 20대에 몰랐던 것들을 요즘들어 나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이냐하면 우선 첫째로, 직장생활은 어차피 좆같으니(대체할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돈이라도 많이 받는 곳에 가야한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 번듯한곳, 사람들이 괜찮아 보이는곳, 휴가를 많이 주는곳 등등, 내가 그동안 회사를 선택했던 이유였다. 심지어 어떤 곳에서는 카페가 공짜인 복지도 있었다. 무한대로 먹어도 공짜인 그곳이 얼마나 내게 좋은 회사인지 주변에 기술했다. 하지만 단 음료만 매일 수 잔을 먹어서 내게 남은 건 살과 안 좋아진 건강 뿐. 애초에 기술직이 아닌 사무직으로서 고연봉은 바랄수 없었고 대신에 나머지 부수적인 것들을 따졌다. 그리고 그것에 나 자신을 합리화 하며 긴 회사생활을 버텼다. 하지만 회사를 거치고 내 수중에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이 남았는가. 많은 회사를 겪어 보았다는 경험과 내 손에 쥔 적은 돈의 적금이다.
생각해보면 나같이 다 적게 받는 것이 아니였다. 사내에서는 영업직이나 조금 더 빡세게 돈을 버는 부서가 분명히 있었다. 그 일을 하는 동료들은 당시 나의 2배, 3배 성과급을 받아가며 일은 힘들다고 했다. 그리고 몇년 후에 퇴사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당시 나는 돈을 많이 벌면 뭐하나 안정적으로 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글쎄...그것이 내가 돈을 많이 벌지 못해서 하는 열등감의 단면이었을지도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당시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을 했다. 연봉이 다가 아니야, 내 마음이 편해야지 라고. (그렇다고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일하는 게 힘든 것은 그들이나 나나 같았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바짝 모은 몇천, 몇억을 가지고 자산을 불렸고 투덜대며 또다른 회사를 다니고 있으며, 나 또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그들과 다르게 남은 돈은 없다. 같은 회사에서 같이 힘들었고 힘들어서 이직을 했지만 남은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사람들이 괜찮아서, 회사 이름이 좋아서 라고 다녔던 회사들을 평생 다니지 않는 한 남들과 똑같이 그저 스쳐간 곳일 뿐이었다. 맘에 맞는 동료를 만나서 평생친구를 얻었다고 좋아했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연락이 끊기는 것은 부지기수이다. 이런식으로 무엇이 좋다고 다녀도 회사란 곳은 남는 게 없고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는 그저그런 조건의 회사에 적당히 다니는 것보다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돈이라도 많이 받는 곳으로 갔을 것이다. 후회를 하지 않는 타입의 인간이라 생각했던 예전이 무색하게 이제 나는 과거를 많이 후회하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을 가능성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