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정의하는 방식

너와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by KJ

2011년 어느 새벽, 나는 전화선 넘어 미국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How (“the fxxx”) can the size of a building change?"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오피스빌딩인 Helmsley Building 인수를 검토할 때였다. 운용사에서 받은 제안서와 엑셀 모델 상의 건물 규모가 달랐다. 몇 천억 규모 투자였다. 등기 한 번 떼보면 알 수 있는 건물 규모를 틀리다니?! 부주의한 외국인에게 분노하면서, 전화하기 전 영어로 정중하게 화내는 방법을 검색했다.


한국에서는 법원 등기로 건물의 면적을 확인한다. 미국에서 건물의 규모는 임대면적이다. 계약을 체결할 때 임차인이 사용할 면적을 측량하고, 그 면적을 더해 면적을 구한다. 그랜드 센트럴 터미널 옆 그 유서깊은 철도회사 건물은 90곳에 가까운 임차인이 있었고, 규모는 계속 변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건물 면적은 로비, 화장실, 비상계단 등의 공용 공간을 포함하지만, 미국 건물의 규모는 순수한 임대면적의 합계이다. 동일 규모로 표기된 미국 건물은 한국 건물보다 크다. 비슷한 규모로 보이는 미국 건물들이 커 보였다면, 실제로 그 건물이 더 크기 때문이다.


단위는 해외 투자 건을 검토할 때 마주하는 첫 번째 난관이다. “1백만 sf 은 얼마나 큰가?”는 질문은 평 단위로 사고하는 사람들에게는 늘 새롭다. 솔직히 평방미터도 평 단위로 환산해야 하는 터다. 하지만, 해외 투자에서 더 어려운 점들은, 그리고 쉽게 실패하게 되는 이유는 숫자로 말하기 어렵다.


미국은 많은 수의 기업들이 작은 도시에 있거나, 고속도로 근처 혹은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곳에 위치해 있다. 누가 저런 곳에 회사를 둘까 싶어 가 보면 멀쩡한 헤지펀드와 중견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실제 미국에 살고 난 후에야 교외에서의 삶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잔디가 깔린 앞마당 옆 차고에 두 대의 차가 있다. 가족용 SUV 옆 출퇴근용 세단을 타고 회사로 출근해 널찍한 옥외 주차장에 주차를 한다. 5층 사무실로 올라가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개인 사무실에 도착하면 활짝 트인 전망이 보인다. 집도, 사무실도 도심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넓고 주차 걱정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 파리 교외에 새로이 조성된 고층 상업지구인 라데팡스에서 손실을 보았다. 미국과 유럽의 도시는 아시아 도시들보다 작다. 30분의 출퇴근길이 버겁다면, 어떻게 서울에서 분당으로 출퇴근할 수 있을까? 유럽, 특히 프랑스인들은 오래된 빌딩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환경을 위해 에어컨이 약한 것 정도는 참아줄 수 있는 곳이다. 고층 상업지구는 파리지앵의 낭만이 없다.


자산의 가치는 삶에서 나온다. 빌딩의 수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빌딩 안의 사람들을 이해해야 한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Class A" 빌딩에 투자하는 것은, 문화와 생활방식이 미치는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비싸더라도 뉴욕과 런던, 파리 같은 곳에 투자하는 이유이다.


2011년의 그 건은 금융위기 직전에 탄생한 복잡한 금융구조를 뒤엎는 일이었다. 몇 달이 지나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멀리 아시아에 뉴욕 한복판의 투자 건을 가져왔던 내 파트너는 많이도 억울했을 터였다. 나의 무지함으로, 우리는 더 많은 밤을 전화기와 컴퓨터에 매달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