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
고흐의 <선한 사마리아인>은 1890년 5월 고흐가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당시 성경 주제로 그린 작품이다. 예수님이 강도당한 이에게 자비를 베푼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어 ‘네 이웃을 너 자신 같이 사랑하라’(눅10;27)는 교훈을 가르치신 말씀이다.
그 내용은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를 정도로 맞고 버려진다. 마침 그 길로 내려가는 한 제사장이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가고, 또 한 레위인도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간다. 그러다가 어떤 사마리아인이 여행 중 거기 이르러 그를 보고 불쌍히 여겨 가까이 가서 기름과 포도주를 그 상처에 붓고 싸매고,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준다.’(눅10;30-34)
화면 중심을 이루는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나 다친 자를 응급 치료하고 말에 태우는 모습인데 다친 자는 흰 천으로 머리를 싸매고 웃옷은 벗긴 채 기진맥진한 표정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은 다친 자를 힘차게 들어 올려 말에 태우는 순간이 역동적이다. 다친 자의 무게가 온전히 사마리아인에게 실려있고 버겁지만 힘을 다해 말 위로 태우는 사마리아인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그리고 길 한쪽에 응급치료 상자가 보이며, 또 여리고로 내려가는 멀리 보이는 제사장과 가까이는 레위인이 보인다. 험준한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인 배경을 움직이는 강렬한 필치로 나타내고 있고, 거기에 황색과 청색이 율동적으로 어우러져 생동한 생명력이 넘치는 걸작이다.
고흐는 여러 인상적인 성경의 장면들 중에 왜 선한 사마리아인을 선택해 그렸을까? 아마 <선한 사마리아인>은 동생 테오를 생각하고 그린 것은 아닐까 싶다. 그가 어려울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주저하지 않은 동생 테오가 그에게는 선한 사마리아인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