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브란트
그들과 함께 음식을 잡수실 때에 떡을 가지고 축사하시고, 떼어 그들에게 주시니, 그들의 눈이 밝아져 그인 줄 알아보더니 예수는 그들에게 보이지 아니하는지라. (눅24;30-31)
1648년 렘브란트가 그린 '엠마오의 그리스도'는 그리스도의 부활 후 늦은 오후 두 제자가 예루살렘에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 예수 그리스도가 두 제자와 동행하였으나 제자들이 집에 도착하여 예수 그리스도가 빵을 떼어 나눠 줄 때까지도 부활한 예수인 줄을 몰랐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화면의 넓은 공간과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환하게 비치는 빛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그리스도는 정면을 바라보며 축사하시고 두 손으로 빵을 떼는 모습이다. 주위의 제자들은 각 방향에서 그리스도를 향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그리스도의 얼굴에 나타난 평온이다. 말할 수 없는 수난을 겪은 후 찾아온 평온, 모든 것을 다 이루신 후의 안도감, 그리고 죄를 용서하는 무한한 사랑이 담긴 모습 등이다.
'엠마오의 그리스도'의 화면 전체에 안정감과 신비감이 가득한 것은 자연 채광이 아닌 그리스도로부터 퍼져 나오는 빛이 그 강도를 조절하여 빛과 어두움의 조화를 이루어 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빛의 효율적인 사용은 렘브란트의 회화의 우월한 특성이다. 렘브란트는 '엠마오의 그리스도'를 유화뿐만 아니라 동판화와 드로잉(소묘)으로도 많이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