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는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의 예술이 원숙기에 접어든 1450년대에 제작된 작품으로서 15세기 르네상스 회화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격조 높은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프란체스카의 선명한 감각과 풍부한 창의력을 엿볼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세례>는 신약성서 4 복음서에 기록된 말씀을 주제로 한 것이다. (마 3;11-17, 막 1;4-11, 눅3;21-22, 요 1:26-34 참조)
화면은 예수께서 요단강에서 세례 요한에게 물로 세례 받는 성스럽고 엄숙한 모습을 중심으로 전개시키고 있다. 세례를 받고 있는 예수께서는 합장하여 기도하는 모습으로 서 있고, 세례자 요한은 약대 털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예수께 다가서 정중히 성수를 뿌리고 있다. 그리고 화면 상반 중심에 위치시킨 예수 그리스도의 머리 위로는 하나님의 성령을 나타낸 비둘기가 날고 있어 보는 사람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곧 하늘이 열리고 하나님의 성령이 비둘기처럼 임하시어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요, 내 기뻐하는 자라.’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여기 표현된 비둘기는 중세의 회화에서 보는 상징적인 빛의 환을 그리고 있지는 않다. 단지 그 흰색 표현만으로 성성(聖性)을 나타내고 있다. 왼쪽 강가에서 세례 의식을 바라보는 3명의 천사, 오른쪽의 세례 받기 위해 옷 벗는 동작의 남자, 그리고 그 사이로 멀리 보이는 유대 제사장들의 표현에 이르기까지 원근법에 의한 인물의 효과적인 배치와 미묘한 명암을 갖는 색채의 조화를 통해 엄숙한 종교의식을 더욱 성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Piero Della Francesca, 1420~1492)는 이탈리아 중부부 동북방 움브리아의 보르고 산세폴로코에서 구두공의 아들로 태어났다. 초기 피렌체에서 도메니코 베네치아노의 조수로써 벽화 장식에 힘쓰고 있었으나 그의 예술 세계는 15세기 르네상스의 거장 마사치오의 예술전통에 자기자신만의 새로운 양식 더하여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훌륭한 예술가이다.
그는 공간형식이론의 탐구자로서 「회화원근법론」과 「산술, 기하학론」을 저작하여 예리한 수리적 계산과 과학적 분석을 가지고 이것을 화면에 구현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가 남긴 기념비적 작품은 <그리스도의 부활>, <시바여왕의 예배>,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승리> 등이 유명하다. 1445년경 프란체스카가 피렌체를 떠난 뒤 1460년경부터 1470년경 사이 피렌체 화단의 쇠퇴일로를 걸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 그의 예술적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