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고 부서지는 단단한 경험만이 (2)

by 분더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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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60구


부수는 전국 탁구 동호인들의 화두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골 소재기도 하다. 오픈 대회를 나가보면 선수부에서 7부까지 고르게 분포된 부수를 확인할 수 있다. 레이팅으로 체크를 하는 해외 탁구 문화와 다르게 이 부수 체계는 한국에서만 운용되는데, 심지어 부수 차이 별로 핸디캡 점수를 얹어준다. 물론 최대 핸디가 있긴 하지만, 자신보다 고수를 만나면 그만큼 실력 차이를 점수로 미리 받고 게임을 하게 된다. 허나 이 부수를 정하는 데 있어 강제성이 없으니 자기 부수를 조정해서 여러 대회에 나가는 분들도 더러 있다. 보통 오픈 대회에 몇 번 입상하면 부수를 올린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으나 핸디 1점이 소중하니 버티다 올리는 분들도 있고, 다른 선수들의 지적이나 눈총을 받게 되는 화끈거리는 상황이 가끔 발생하기도 한다. 헌데 이러한 부수와 핸디캡 설정이 없다면 오픈 대회에 출전한 선수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선출 선수와 0:0으로 시작해 이길 수 있는 생체인은 없을 것이니까. 매치를 원활하게 이어줄 수 있는 제도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조별리그가 시작되고, 첫 게임을 하는데 상대 선수가 중국식 펜홀더를 쥐고 있다. ‘중국식 펜홀더’ 줄여서 중펜으로 치는 분들을 옆에서 보기만 했지 게임을 해보기는 처음인데, 경기 전에 다가와 ‘전면 숏핌플입니다’ 라며 러버를 보여준다. 탁구 게임 전 이질 러버를 붙이고 있는 플레이어는 상대에게 러버를 보여주고 알려주어야 하는 룰이 있다. 뒷면 핌플러버를 단 여성분들은 많이 보았지만 전면에 핌플을 단 분은 처음 만나 보았다. 구장 부수로 5부의 실력자인데, 핌플러버를 전면에 달고 있으니 게임에서 얼마나 당황했을까는 상상에 맡긴다. 상대 서브란 서브는 모두 다 타버리고, 겨우 리시브를 해서 랠리가 이어지면 내 공은 그 전면 핌플 앞에서 무력하게 무너졌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제대로 공을 쳤다는 느낌이 든 게 몇 번 없었다. 나는 대체 무슨 플레이를 한 걸까. 나 혼자 끙끙 애만 쓰다 게임이 끝났다.


다음 게임은 구장 내 2부의 초고수 분, 오픈 부수로 치면 3-4부 정도 되는 실력자 중의 실력자로 세트 스코어 3:0의 점수로 완패했다. 상대는 그저 내 공을 툭툭 받아넘겼을 뿐인데 그걸 대부분 넘기지 못했고, 가끔 포핸드나 백핸드 드라이브를 쳐보면서 마치 몸 풀듯이, 오늘의 컨디션을 점검하듯 게임을 풀어나갔다. 잔뜩 힘이 들어간 나와 다르게 그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으로 게임에 임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쉴 때, 옆에 앉았더니 팁을 마구 알려준다. 키가 크셔서 그런가 ‘서브부터 공이 너무 떠온다’고. 공이 최대한 밑에 떨어질 때 서브를 넣어보라는 조언을 해준다.


그리곤 탁구는 공의 회전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게임에서 자기가 건 드라이브를 내가 받자마자 모두 튕겨나가지 않았냐며, 그 회전을 몸으로 받쳐주면서 앞으로 밀어줘야 한다고 한다. 그걸 내가 못 받았으니 본인은 계속 그것만 해도 이기는 거라고. 공을 세게 때리는 게 아니라 강한 회전을 넣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며 다른 테이블 선수의 게임을 보라고 하면서, 그의 플레이 역시 자신과 비슷하게 모든 공에 회전을 넣으면서 상대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상대는 그 강한 회전에 대처하기를 어려워하고 있었고. ‘앞으로 탁구 칠 때 회전에 대해서 생각하고 플레이를 하면 빨리 좋아질 거예요.’라며 좋은 팁들을 많이 알려주었다.


이날 1승 5패로 기록지는 0으로 도배되었다. 1승을 하긴 했지만 그것 역시 내 플레이가 좋았다고 하기보다, 상대 실수가 너무 많이 나온 경기였다. 돌아보니 가장 불안한 점은 서브에 대한 리시브인데, 커트인지 회전인지 판단하지도 못하면서 무조건 커트로 공을 받으려고 하는 습관을 확인했다. 회전일 경우에는 쇼트로 대응해야 미스 없이 공을 넘길 수 있다는 걸 알지만 동작으로 나오진 않았다는 점을 체크한다. 두 번째로 다리의 움직임이 너무 없다는 것. 다리를 움직이면서 잡고 좌우로 튀는 공들을 풋워크로 따라가면서 좋은 타이밍을 만들어 공을 쳐야 하는데, 그저 멀뚱히 서서 탁구를 친 느낌이 들었다. 무게 중심을 앞으로 두면서도 다리는 언제나 움직일 준비를 해야 함을 명심한다.

세 번째로는 뜬 공이 올 경우 타이밍을 잡으면서 기다렸다 잡아 쳐야 하는데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그냥 때려버리는 것이다. 공을 덮으면서 때리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억지로 회전을 주려고 하니 오버 미스가 많았다. 내가 가져가야 할 점수까지 상대에게 줘버리니 도저히 점수를 따라갈 수도, 게임을 이길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화백 전환이 너무 안된다는 것이 문제다. 상대의 라켓을 보고 어느 정도 예측을 하면서 포핸드와 백핸드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늦으니 대응 또한 늦어지게 된다. 그러니 받을 수 있던 공까지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항상 라켓을 들고서 대응하고 상대 라켓을 볼 것을 주문한다.

아직은 구력의 문제이려나. 레슨에서 코치님은 어떤 서브를 넣고, 3구와 5구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상대의 경우의 수에 항상 대처방안을 생각하고 게임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4개월이 넘은 탁구 구력에서는 머리로 전략을 짤 생각은 커녕 그저 공을 넘기기에 바쁘다. 허나 그래도 열에 한 두번은 다음 공을 생각하면서 게임을 풀어나가려 시도해 본다. 이 한 두번이 나중에 11점을 가져오는 모든 점수에 나와야 함을 안다. 아직도 갈 길이 삼만리나 남았지만 조금씩 새로운 것을 체득하고 배우면서 또 성장할 것이다. 오늘의 아픈 패배가 성장하는 나를 만든다는 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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