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김택수(한국)
1970년생
전형 : 오른손 펜홀더 드라이브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단식, 남자복식 동메달
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
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단식 금메달
96년 아시아선수권 단체전 금메달
이전 이야기
9부로 리그전을 나가다 처음으로 8부로 올려 월요 리그를 치른다. 탁구에 발을 담근 후 4개월 만에 구장 부수가 올랐는데 어찌하여 부수가 오른 건지는 알 길이 없다. 보통 리그전에서 입상하면 부수 승급이 이뤄지곤 하는데, 구력 15년이 넘은 부관장 의견이 판단기준이 된다. 주관적인 의견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모든 경기를 일일이 보면서 쌓은 회원들의 데이터를 무시할 수 없기도 하다.
하여 그의 부수 판단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구장에 처음 등록한 회원들의 경우, 폼과 게임하는 모습만 보고서도 대략 몇 부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는 게 신기하다. 같은 부수와의 게임에서 대부분 이기고, 상위 부수에겐 핸디를 받고서도 빡빡한 경기를 치를 정도가 되면 비로소 한 부수를 올라설 수 있는 승급의 계단에 안착하게 된다. 기나긴 터널을 지나 또 한 번 빛을 볼 수 있는 순간이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
이날 리그전에 8부로 올라간 것도 아리송한데, 8-9부만 모아놓은 하위 부수 조가 아니라 상위 부수 조에 편성되었다. 부관장 형에게 쓱 다가가 “그런데 저 왜 8부예요?”라고 물어보니 “너 정도면 이제 8부로 쳐야 한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한 달 전쯤 탁구장에 새로 등록한 젊은 여성분이 있었는데, ‘7부 정도 실력인 것 같다’며 부수를 부관장이 임의로 정했다. 그분 역시 늦게까지 있는 경우가 많아 나와 몇 게임을 했었는데 내용이 꽤나 빡빡하게 흘렀고, 이기고 지고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그 경기를 부관장이 뒤에서 본 것 같기도 하다.
게임을 하는 그분의 입에서도 “9부 실력이 아닌데..”라는 말을 들었었고, 8부 형님한테서도 “이겼어? 너 이제 부수 올려야겠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왔다. 부관장은 ‘잘 치는 사람들 공을 받아보고 게임을 해야 실력이 빨리는다.’며 고수들이 즐비한 조에 나를 넣은 이유를 몇 번의 패배로 땀범벅이 되고, 숨을 거칠게 쉬는 내게 와 넌지시 알려주었다. 순간 ‘요령을 피우거나, 꼼수를 부려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나 배우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을 상기한다. 깨지고 부서지는 단단한 경험만이 나의 방식이 되어 목표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부수 이야기가 나온 만큼 이야기를 풀어본다. 얼마 전까지 나와 함께 9부를 동행했던 한 중년 여성분은 구장을 1년 다녔는데도 아직 8부로 올라가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매번 리그전 때마다 예선 1등을 해서 꼭 8부로 올라가야겠다며 다짐을 하고서는 그걸 이루지 못해 안달이었다. 자체적으로 올려도 상관없으나 꼭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1년 정도 쳤으니 8부로 가도 되지 않나?’는 의도가 다분한데, 내가 보는 기준은 조금은 다르다.
그분과 게임을 할 때마다 내가 느끼는 건 항상 수비적인 탁구를 친다는 것인데, 커트로 시작해 상대방이 커트공을 풀어줄 때까지 절대로 먼저 선제공격을 하지 않고 있다가, 상대가 상회전으로 공을 바꾸면 그제야 스매시 공격을 때린다. 그게 주요 득점원이기도 하고. ‘선제를 먼저 거는 노력을 하지 않는 플레이’가 내 기준에서는 눈에 걸렸다. 이제 갓 배운 커트볼 드라이브로 하회전을 상회전으로 바꾸려고 안간힘을 쓰는 초심들이 득실득실하니까. 내 의견이 그리 중요할리 없겠지만, 그저 숫자인 부수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면 그분도 8부로 올라섰으면 하는 마음이 들긴 들었다. 보상 없는 노력은 때론 허무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