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장
네모진 종이책은 그대로 온전히 바깥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네모난 창이다. 따라서 우리는 책을 읽으면 실제로는 자기 집이나 거리밖에 알지 못하면서도 여기에 없는 어딘가에 바깥이 있고, 자유롭게 문을 열고 어디에라도 갈 수 있다는 감각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때가 오면 진정 창과 문을 열어젖히고 자기가 좋아하는 곳으로 풀쩍 뛰어나가는 것이다.
<단편적인 것의 사회학>, 기시 마사히코
‘자유롭게 어디에라도 갈 수 있다’는 감각은 독서를 관통하는 핵심이 아닐까. 본인의 의지에 의해 책을 펴 글을 읽는다는 행위. 눈을 따라가며 머리를 움직이게 만든다는 일련의 행위는 단순하지 않은, 꽤나 체계적인 활동이다. 출근길이든 도서관이든 침대 맡이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는 어디서든 떠날 수 있다. SF 장르에서 주로 볼법한 ‘시공간을 초월한다’는 단어는 책이라는 매체에 가장 적합한 단어가 아닐까. 준비물은 그저 책 한 권. 얼마나 쉬운가. 그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 일정의 집중력을 요할 뿐. 간단한 방법으로 미지의 세계를 들여다본다는 단순함은 감탄스러울 뿐이다.
매번 도서관을 갈 때마다 장서에 꽂힌 책을 보면 설렌다. 어디로 떠날지 스스로 고르는 감각인데, 단지 그 느낌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몸을 이동시키지 않고 떠나는 가벼운 여행이기 때문일까. ‘열려 있는데 왜 떠나지 못하는가?’ 문득 머리를 때리기도 한다. 이성적으로 읽고, 생각하면서 읽으려 하고, 좋은 문장과 구절들을 놓치지 않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친다. 그게 전부가 아닐 텐데, 엉뚱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아닐까. 그저 글쓴이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면 그만일지도.
전에는 읽는 것과 쓰는 것 중 읽는 것에 더 치중하였다면 이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밖으로 길어내는데 치중하고 있다. 그럼에도 역시 나는 읽기를 찬양한다. 세상을 확장해 나가는 게 글이고 책이라 생각하기에. 몸이 움직여야 떠나는 게 아니다. 정신의 이동을 동반해야 진정한 떠남이다. 올해 한 번도 해외를 나가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떤 방식으로 채워지고, 충족된 게 아닐까. 내가 구축한 세상에서 헤매고 여행을 다녀서 그런 건 아닐까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