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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카머 Feb 14. 2022

Ep.4 '가드를 올려라'

광고회사, 그 사각의 링에 온것을 환영하며





어느덧 입사한 지 세 달이 넘어갔다.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득하며 부딪힌 결과일까, 업무는 갈수록 수월해졌다. ‘일이 수월해지면 여유가 생기고 재미가 붙는다'라는 문구를 어느 실용서적에서 본 것 같은데 도통 여유는 생기지 않았고, 일의 재미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브랜드의 담당자보다 더 깊고 세밀하게 그들의 문제를 고민했고, 그 고민을 바탕으로 적합한 솔루션을 제안, 실행하고 일을 해결해 나가는 보람은 있었다.


주로 기업으로 대표되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에서는 ROI라는 명칭 아래 투자한 자본 및 활동대비 얼마나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었는지를 성과 기준으로 삼는다. 클라이언트 측에서 어떤 효과를 이끌어내고 싶은지, 시장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가져가고 싶은지를 내부적으로 결정한 후 전문가 집단인 광고 에이전시에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솔루션을 요청한다. 그 솔루션으로는 TV광고, 디지털 광고, 옥외 광고, 프로모션 등 셀 수 없이 많은 접근이 존재한다. 광고회사에서는 핵심 성과를 이루기 위해 KPI를 지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제안한다. 그 규모가 크고, 범위가 넓으면 힘을 세게 줄 것과 약하게 줄 것을 가른다. 그리고 적절하게 섞는다. 그것을 IMC라고 하는 통합마케팅이라 부른다.


TV광고가 줄어들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모든 디지털 매체가 주가 되자 기다렸다는 듯 군소 광고회사가 난립했다. 매체의 중심이 이동되자 대형,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솔루션이 늘어난 것. 밟고 있는 땅, 아니 멘틀이 움직이는 듯한 ‘지각 변동'과 함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졌다. 그리고 각자 자신들이 잘하는 것을 무기 삼아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광고회사는 치열한 전투 속에서, 빛나는 전투의 공을 세우기도 하고 아주 처참한 패배를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 예시를 일일이 나열하기는 어렵지만, 시장 초기 진입 브랜드가 확실하게 이름을 남긴다거나, 만년 2위 브랜드가 처음으로 업계 1위를 차지한다거나, 뛰어난 전략과 신선한 접근으로 이슈몰이를 한다거나 그 형식과 결과가 다르겠지만 빛나는 공은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박수받게 되어 있다.


반대로 고심해서 준비한 마케팅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기업 내부의 이슈가 터지거나, 이미지를 보고 발탁한 광고모델이 구설에 오른다거나 등등 패배의 하얀 깃발을 올릴 이유는 무수히 많고, 사방팔방 주시해도 막기 힘든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 재밌는 건 예측 불가능한 일은 극소수이고, 인간이 범하는 오류로 패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성과를 내야 하는지 갈피조차 잡지 못하는 클라이언트 집단. 백날 메일을 보내고 전화로 알려줘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담당자. 새로운 시도는 하기 귀찮으니 항상 하던 대로 적당히를 원하는 기업 분위기.

광고회사의 경우, 성과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실력, 능력이 부족하거나, 메인 고객 타겟을 잘못 설정하기도 하고, 전혀 효과적이지 못한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한다. 또 제안은 훌륭했으나 실행이 미미해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른 이해관계에서 어떻게든 일을 메이드 해야 하니 그것이 오류였음에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너무 깊게 빠져있기 때문에 경주마처럼 옆은 보이지 않는다. 종착역까지 열심히 질주해 도착해보니 기다리는 것은 패배인 것. 우리 모두 인간이기에 그럴 수 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말이 안 통하는, 광고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결과에 대한 걱정만 너무 앞서는 각기다른 클라이언트를 설득해 나가며 마케팅 활동을 제안하고, 실행까지 이끌어내야 하니 그 숙명이 고달프기 그지없다. 언제나 잘하고 싶지, 집도 못 가고 일하는데 어느 누가 욕까지 먹고 싶을까?


클라이언트나 광고회사나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도 있고 실패도 있다. 나도 그랬었고.  실패의 확률은 줄이고  성공적인 캠페인을 펼치기 위해 같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의견을 공유하고, 시도 때도 없이 좋은 방향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장기 판의 말을 전진시킨다.  여러 요인들의 합이  맞아준다면 클라이언트, 광고회사 모두 박수받을  있는 성공적인 광고 캠페인, 마케팅 활동이 이루어진다.  확률이 백에 하나라도 그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고, 힘들지만 보람 있고, 욕을 입에 달고 살지만 성취감도 크다. 가드를 올려도 스트레이트를 맞게 되는 광고업계라는 링에 올라온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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