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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더카머 Apr 27. 2022

Ep.12 총공세를 펼치다

토익 브랜드 마케팅의 끝





토익시장은 여름, 겨울 방학 기간 마케팅 총공세를 펼친다. 대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할 시즌이거나, 졸업반이 사회에 첫 발을 내 딛기 전 즈음에 맞추어 움직인다. 개월수로 계산해보면 3개월에 한 번씩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 캠페인을 릴리즈하고 나서 겨우 숨을 돌리고 다음 방학 시즌 준비를 해야 했다. 시간은 빠르게도 흘렀다. 이전 시즌에서 마케팅파워를 제대로 느꼈는지 ‘브랜드3.0’ 같은 시즌3 기획에 돌입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든다는 그 시대'에 맞추어 조금 더 젊고 신선한 접근을 하려는 큰 캠페인 줄기가 논의되었다. 그 줄기를 여러 갈래로 펄쳐나가며 캠페인 목표달성을 위해 구상하고 드리블했다.


이번 시즌에도 역시 ‘영상'이 메인으로 선정되었다. 이전 시즌 제작사를 포함하고, 두 곳의 제작사를 더 선정해 ‘경쟁안PT’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세 곳 모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며 본격적 시즌이 시작되었다. 대행사인 우리는 브랜드와 함께 ‘RFP’를 고민해 만들었다. 주요타겟과 영상에서 담아내고 싶은 메시지, 브랜드가 가진 특이한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보여줄것인지에 대한 방안 등을 정리했고, 제작사가 참고 할 수 있는 자료들을 잘 정리해 넘겼다. RFP 단계는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재료들을 잘 다듬어 주방에 올려놓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재료와 패들을 탈탈 털어 올려놓으면, 그것들을 가지고 어떤 요리를,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 올지는 엄연한 제작사의 몫이다. 명확하고 뚜렷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공정한 ‘PT’를 진행한 후 한 곳의 제작사를 선정했다.


선정된 제작사와 한참의 영상안 논의를 하던 단계에서, 브랜드 마케터 한 명이 단독 드리블을 치기 시작했다. 제작사가 제안하는 안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던 그는 브랜드 내부에서 스낵 영상의 제작과 운영 담당자로, 이전 브랜드 모델보다 더 따뜻하고 호감형의 모델을 선정해 대학생, 그것도 여대생의 마음을 잡아야 한다고 말하며 영상안과 함께 진행중이던 모델 선정에서도 강력한 의견을 피력했다. 여러명의 후보를 추리던 중 드라마 ‘호텔 델루나'가 대박이 터졌고, 남주인 배우 여진구가 최종 모델로 선정되었다. 깔끔한 이미지의 임시완도 최종후보까지 올랐다. 여진구는 호감형 인상에, 타겟들과 비슷한 나이 등 적절한 모델로 큰 이의없이 모두 동의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하면 배우는 본인은 물론, 배역의 이미지로 CF, 예능, 방송에 섭외되며 짧은 시간 최고의 주가를 달린다. 그 기간이 그들에게 한철인 것이며, 그렇게 작품으로 자기들의 몸값을 올린다. 구설수에 오르면 반대로 몸값은 떨어진다. 찾는 곳이 많으면 가격이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에는 가격이 떨어진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으면 사라지기도 하고. 너무 정확한 시장경제의 논리.


중간에 모델이 선정되면서 영상안은 모두 뒤집혀 리뉴얼 되었다. 제작사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이 마케터가 영상의 상황, 배우 나레이션을 붙이면서 ‘토익판 호텔 델루나' 라는 한 편의 미니드라마가 만들어졌다. 고급스러운 패러디로 발전된 드라마 속 배역에 맞추어 상황과 나레이션을 시의적절하게 녹여냈다. 로케이션을 구해 조명과 미술 세팅으로 분위기를 잘 잡아내어 본편 촬영을 마쳤다. 메인 영상은 2개의 버전으로 나누었고, 중간중간 핵심 부분을 편집해 6초(범퍼용), 15초, 30초(디지털 릴리즈)로 다시 가공해 결과물을 만들었다. 영상 촬영에 앞서서는 배너 광고와 지하철, 버스쉘터에 게시될 지면 촬영도 진행했다.


영상은 주로 웹상의 디지털과 유튜브에서 라이브하고, 지면광고는 버스쉘터와 지하철 곳곳에 라이브 했다. 토익을 해야 하는, 토익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볼 수 있도록 대학가와 토익학원이 모여 있는 유동인구 밀집지역에 집중해 내보냈다. 영상, 지면광고 소재들을 모두 검수하여 매체사에 넘기고 3주 정도 뒤에 다시 한번 소재를 바꾸어 라이브했다. 일정한 시기, 여러 장소에서 집중해서 내보내야 하는 광고매체비는 10억을 우습게 넘어가고 있었다. 최종 진행 여부를 알리는 역할로 GO 사인을 낼 때 손이 떨리기도 했지만 매체사보다 한발 앞서 확인하고 그들과 더블체크하며 실수없이 그것을 라이브했고, 그 때 내게도 철저한 꼼꼼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모든 소재 라이브와 함께 여대 한 곳을 선정해 모델이 찾아가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프로모션을 기사화 해 브랜드 이슈를 올리는 PR활동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디지털영상, 옥외광고, 프로모션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마케팅을 총 동원해 IMC 마케팅을 쏟아붓느라 2개월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브랜드의 인지도와 매출은 그 시간보다 더 빠르게 상향곡선을 그렸다. 캠페인의 성공이라는 타이틀을 달때 어떤 기준으로 삼는지는 기업별, 연도별, 분기별, 캠페인별로 모두 다르겠지만 그 해 겨울 캠페인은 어쩌면 브랜드가 뽑아낼 수 있는 최대의 능력치를 투입한 마케팅임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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