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월드컵에서 아시아 축구는
“너무 일찍 터뜨린 샴페인”
일본 코스타리카 0 : 1
E조 2차전
Ahmad bin ali stadium
1차전 독일을 잡은 뒤 “우리는 8강을 목표로 하고 나왔다.”는 하지메 감독의 월드컵 출전 각오는 한번 더 부각되었다. 이제 16강이 코 앞에 다가온 일본은 죽음의 조에서 가장 쉬운 상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마도 다음날 조간 신문에서는 ‘16강 확정’ 이라는 헤드라인을 이미 뽑아놨을 것이고, 1위로 갈지 2위로 갈지를 정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 올랐을것이다. 하지메 감독은 2번째 경기에서 독일전 동점골을 넣은 도안 리츠를 포함 무려 5명의 스타팅 라인업을 바꾼다. 조별리그를 넘어 이미 16강을 염두해 둔 포석으로. 수비에서는 요시다를 중심으로, 공격에서는 가마다를 중심인 것은 1차전과 동일했다. 같은 역할을 맡게 된 다른 선수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팀을 이끌어줄지 궁금했다.
전반 휘슬이 울리자 왼쪽 베테랑 나가토모를 중심으로 사이드를 파면서 전반의 포문을 연다. 1패를 기록한 코스타리카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1승을 기록한 일본은 16강 확정을 위해 전반 5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치열한 경기를 펼친다. 두팀 다 경기에 대한 확실한 목표가 있기에 볼을 돌리며 상대를 탐색하는 과정은 바로 스킵되었고, 서로가 하고자 하는 플레이에 집중한다. 일본의 유기적인 패스플레이를 막고자 코스타리카는 5백을 세워 밀집수비를 가동했고, 중원에서는 절대 뚫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일본은 상대 좌우 측면으로 공을 빠르게 전환하며 5백의 균열을 내기 위해 틈을 찾으며 공을 돌렸다. 공격형 미들인 가마다에게 집중적으로 볼을 투입하면서 해법을 풀어내는데 집중했으나 우에다와 소마 유키 등 새롭게 투입된 선수들과 호흡은 잘 맞지 않아 보였고, 날카롭고 위력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주도권을 잡고도 삐걱 거리는 공격 태세를 나타냈다. 오히려 35분 중원으로 투입된 코스타리카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면서 한 차례 공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전반 양팀 모두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할 정도로 임팩트 없고 재미없는 전반을 마무리 한다.
답답한 흐름이란걸 알았던지, 일본은 후반이 시작되자마자 나가토모와 우에다를 빼고 이토와 아사노를 투입한다. 아사노는 독일전 결승골을 넣은 선수로, 반드시 승부를 보겠다는 감독의 의지가 엿보이는 선수교체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아사노의 밟아주는 패스를 받아 유효슛팅이 나오고 공격이 더 원활해지면서 교체의 이유를 여실히 보여줬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일본은 전반전 스트라이커 모두 상대 수비의 힘을 빼는 희생형 스트라이커가 아닌가” 하는 말을 했고 충분히 동의가 되는 말이었다. 교체 카드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플레이는 무언가 아쉬운 면이 있었다. 드리블 컨트롤이 너무 길다던지, 중원에서 지키지 못하고 패스 미스가 난다던지, 패스가 나가야 할때 한 템포 놓쳐서 늦게 패스가 나간다던지. 절호의 타이밍을 한 번 놓치니 두 번 세 번 틈을 찾는 동안 코스타리카 수비는 이미 진영을 다 잡아 그물망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사이드로 치고 들어간 소마 유키의 슛팅이나 한 템포를 살려 들어간 뒤 아크에서 프리킥 기회를 만들면서 나름의 고군분투를 펼쳤다.
죽음의 조에 속해서 그런걸까? 1패를 한 코스타리카나 1승을 한 일본이나 두 팀 다 매우 소극적인 경기운영을 펼친다. 3차전에서도 모두 강팀을 만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이 경기에서는 이기는것은 고사하고 지지 않기 위한 경기를 펼쳤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허나 너무 많은 돌다리를 두들겼기 때문에 경기는 매우 루즈하고 재미없었다. 공간이 나도 공격적인 움직임과 도전적인 패스는 하나도 없고, 매우 템포 느린 사이드 롱볼과 백패스, 횡패스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코스타리카는 역습에서 바쳐주는 선수가 없어 속도를 내지 못했고, 일본은 결정적 상황에서 실수로 해법을 찾아가지 못하는 답답함이 이어지다 체력이 급격하게 소진되는 후반 30분이 되어서 경기 템포가 빨라지고 양쪽 다 빈틈이 크게 보이기 시작한다.
후반 35분 일본은 코스타리카의 역습 한 번과 두가지 실수가 겹치면서 선제골을 허용한다. 코스타리카의 전진패스를 클리어링 하는 과정에서 요시다가 너무 애매하게 공을 걷어내며 소유권을 넘겨줬고, 그 볼 소유권이 바로 페널티 박스 앞 선수에게 연결되는 과정에서는 우측 풀백 히토 이로키가 오프 사이드 라인을 유지하지 못하고 슛팅을 허용한 것. 선발 5명을 바꾸고 경기를 시작하던 일본은 후반 시작부터 1차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들을 슬슬 교체하더니 이토 준야, 미나미노까지 부랴부랴 투입하며 늦은 시간에 변화를 꾀해본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선수들은 호흡이 맞지 않았고 결국 3차전 대비로 아끼고자 했던 카드를 다 꺼내어 쓸 수 밖에 없었던 일본. 42분 결정적인 공격 찬스를 잡았지만 나바스에게 막히고 만다. 스페인에게 7골을 허용했지만 이 날은 자신의 명성을 증명하듯 골문을 굳건하게 지켜낸다.
이 경기만 잡았더라면 더 쉽게 갈 수 있었을 다음 라운드임에도 일본은 독일을 잡고 가장 쉬운 상대인 코스타리카를 놓치면서 죽음의 조 행방을 더욱 알 수 없게 만들었다. 독일전에서 보여준 끈끈한 모습, 죽어라 뛰는 모습, 패기 있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 아쉬움은 더욱 컸다. 일본의 다음 상대는 스페인인데 1,2차전 극과극의 플레이를 했던 만큼 마지막 경기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더욱 궁금해지는 경기였다.
“허리가 꺽여도 마음만은 꺽이지 않음을”
대한민국 가나 2 : 3
H조 2차전
Education city stadium
우루과이전에 이은 한국의 2차전 상대는 가나. 가나는 포르투갈을 상대로 경기가 끝날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2골을 뽑아내며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보여준 팀이다. 우루과이 전때 득점만 없었을 뿐 매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우리가 과연 가나를 상대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많은 경기였다. 16강 진출을 위해, 3차전 포르투갈전에 앞서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상대라는 것이 선수들에게 많은 동기부여가 되었을 것이다. 다만 김민재의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점,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강인의 선발 출전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들과 좋은 선수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 벤투 감독의 고민도 컸을것이다. 꼭 이겨야 하는 경기인만큼 어떤 상황에 닥쳐도 대처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코치진들은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고민이 어떤 과정을 낳게 했을까 풀어내 본다.
한국은 1차전과는 다른 선발 명단을 들고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출전이 불투명했던 김민재가 선발로 나왔고,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 센터백에서는 대체 불가한 선수가 확실한 그이니까. 공격진에서는 황의조보다 컨디션이 좋아 보였던 조규성을 선발로 내세웠고, 오른쪽 라인에 나상호가 아닌 권창훈을 투입했다. 작은 정우영을 조규성 아래 공미로 내세웠고, 왼쪽엔 역시 캡틴 손흥민이 자리하면서 벤투 감독은 빠른 움직임으로 가나를 잡겠다는 무언의 출사표를 던지는 것으로 보였다. 경기가 시작되고 우루과이전 처럼 초반부터 우리 볼을 철저하게 소유하고, 세컨볼을 가져와 좌우로 돌리면서 주도권을 가져온다. 아프리카 팀 특유의 리듬을 주지 않기 위해 많이 준비하고 나온 모습이었다. 전반 10분안에 코너킥을 4번이나 하고, 상대 수비의 세컨볼을 따서 바로 손흥민, 권창훈 양쪽 윙에게 연결하며 상대 수비를 흔들며 당황하게 만들어낸다.
전반 15분 황인범의 방향 전환에서 나온 찬스로 쉽게 상대 골문앞까지 전진했으나, 김진수의 볼 키핑과 한 박자 느린 대처는 아쉬웠다. 힘겹게 상대 수비를 뚫고 높은 위치까지 왔으나 단 한번 주춤하는 찰나에 더 좋은 기회는 이미 지나가버린다. 전반 우리의 공세의 흐름을 충분하게 가져왔음에도 한 박자 느린 공격이 이어졌고, 연 이은 코너킥에서도 가까운 포스트에서 잘라 먹는 세트피스를 준비했는지 그것만 계속 시도했다. 전반 초반 57%의 점유율의 가지고도, 몇 번의 코너킥에서도 유효한 공격을 만들지 못하자 어느덧 흐름은 가나로 넘어간다.
전반 23분 한국 진영에서 허용한 프리킥이 골문으로 붙었고, 투닥투닥 루즈볼을 살리수가 차 넣으며 첫 실점을 하게 된다. 아이유의 팔에 맞은 핸드볼의 여지도 있었으나 골은 결국 인정되었다. 우리가 가져온 20분의 흐름과 반대로 가나는 단 5분 정도의 흐름만으로 골을 만들어내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기울어진다. 분위기를 탄 가나는 여느 아프리카 팀과 다를 바 없이 야수같이 빨랐고 공격적으로 변했다. 갑자기 빨라진 경기 템포에 놀라고, 민첩해진 그들의 플레이에 우리 선수들은 파울로 끊기 급급했고 볼을 오래도록 지키지 못하고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게 된다. 앞서 강호들을 잡았던 사우디, 일본은 그 페이스에 말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버텼다. 5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힘들게 안정감을 찾게 되고, 조직적으로 그물망을 짜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지 못하게 진영 정비는 잘 하였으나 공을 가지고 있는 상대에 대한 압박은 조금 헐거웠다. 가나는 양 사이드가 약점이라는 것을 파악했는지 빠른 스피드와 강한 크로스로 우리의 사이드를 공략했다.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에 대한 압박은 없어 가나가 쉽게 볼을 찬다는 생각이 드는 찰나 편하게 올려진 아이유의 크로스를 쿠두스가 머리로 돌려놓으면서 전반 34분 두번째 골을 실점한다. 마치2002년 이태리전 안정환의 헤딩골처럼 알고도 못 막는 골이긴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2골을 먹어버린 선수들도 적지 않게 놀랬으리라. 좌우 풀백 김문환, 김진수는 공격에서는 날카로운 모습이 아쉬웠고 수비에서는 공간을 너무 허용하는 것이 보였음으로, 너무나 헐거워진 양쪽 풀백에 대해서는 전술의 변화나 빠른 선수 교체가 필요해 보였다. 가나가 이쪽으로만 파고 든다면 2골은 커녕 3,4골은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기에 충분했다.
아직 남은 시간은 많고 넘어간 분위기를 바꿔놓기 위해 우리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뛰기 시작한다. 38분 손흥민의 돌파에 이은 권창훈의 슛팅이 이어졌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었다. 답답했는지 센터백인 김민재가 직접 공을 끌고 나와 패스를 주고 사이드로 롱볼을 연결해 주기도 한다. 전반 두 번의 얼떨떨한 펀치를 맞긴 했지만 선수들의 고군분투 덕인지 전반 종반때는 그래도 조금의 흐름은 가져오며 마무리하게 된다. 축구에서 시작 5분과 끝나기 5분 전은 골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간이기에 가장 집중력이 필요한 시간이고 중요한 시간이다. 그때 분위기가 그대로 후반전으로 연결되기도 하는데, 그 시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점씩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후반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후반이 시작되자 작은 정우영이 나가고 나상호가 들어온다. 감독은 우루과이 전처럼 오른쪽 측면을 더욱 흔들어줄 것을, 상대 공격과 미드필더가 편하게 플레이하지 못하게 수비를 같이 해줄 것을 라커룸에서 주문 했을 것이다. 전반 7분 왼쪽 측면 드로잉을 시작으로 6번의 패스를 통해 김진수가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딩으로 연결한다. 이번 대회 첫 유효슈팅으로 비록 골키퍼에게 막혔지만 조규성의 머리가 가나 수비를 상대로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격이었다. 축구는 확실히 흐름이니까 이 슛팅을 이후로 우리 선수들은 더욱 활기찬 공격을 펼친다. 이 흐름을 내주지 않기 위해 가나는 역시 역습으로 우리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를 펼친다. 한국은 후반 10분 이강인을 투입하면서 탈압박을 통해 날카로운 킥과 창의적인 패스를 기대하게 된다. 우루과이 전 그가 교체 투입되자 경기장 곳곳에서 번뜩이는 플레이로 날카로움을 더했기에 이번에도 응당 그런 플레이를 국민 모두가 기대했을 것이다. 모든 이의 소망을 들은걸까? 이강인은 들어간지 3분만에 램프티의 공을 탈취, 아름다운 궤적의 크로스로 조규성의 머리에 택배어시스트를 하고 그 공은 그대로 골로 연결된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듯, 기세가 올랐을 때 한국은 더욱 경기에 박차를 가한다. 반대로 가나는 당황한채로 쉬운 패스도 실수를 하고 만다. 첫 골이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당황한 가나 진영에서 나상호가 볼을 탈취, 왼쪽 손흥민에게 연결시키고, 왼쪽을 파고들던 김진수에게 그 공이 연결된다. 단번에 또 위협적인 에어리어로 쉽게 들어간 볼은 크로스를 통해 또 한번 조규성의 머리에 물 흐르듯 이어진다. 이전 낮고 빠른 크로스와는 반대로 충분한 체공 시간을 지켜준 크로스를 수비 사이로 뛰어들던 호랑이 같은 조규성이 머리에 맞추어 마침내 동점골을 성공시키게 된다. 첫 골과 비슷하게 왼쪽에서 균열을 내어 기회를 창출했다는 것이 유효했고 몇 번의 헤딩으로 이미 예열을 마친 조규성은 충분히 위협적인 것을 재차 확인시켜 주는 골이었다. 전반을 다소 허무하게 보내버린 우리가 불과 5분만에 두 골을 몰아치자 가나 선수들은 서로 책임을 떠 넘기고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2:2 동점상황,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분위기가 양팀에 감지되었다. 가나는 흐트러진 분위기를 추스르고, 우리는 다시 침착하게 경기를 우리 흐름으로 가져오려는 공방을 펼쳤고, 후반 20분이 지나자 경기는 다소 소강상태로 흐르는 듯 했다. 양팀에게 한번씩 볼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각 팀이 잘하는 것을 하기 위한 초석을 만들어갔다. 우리가 만들어낸 동점골에서 몇 분이나 흘렀을까. 우리 진영 왼쪽에서 김문환의 뒤를 파고 들어가던 멘사를 순식간에 놓쳤고 올라온 크로스는 이나키 윌리엄스의 헛발질에 이어 쿠두스의 왼발에 걸리고 말면서 추가골을 허용하게 된다. 가나에게는 다소 운이 따른 골이었지만 운도 실력이고 그 위치에 자리잡고 있던 선수를 타이트하게 맨마킹 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으며, 애초에 멘사를 놓치지 않고 잡아어야 했다. 선수를 탓 할 생각은 없지만 우리 양쪽 풀백의 집중력은 두고두고 아쉬웠다.
그래도 우리는 2:0에서 2골을 따라잡은 팀. 할 수 있고, 우리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했다. 지고 있더라도 반드시 몇 번의 기회는 오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에 전열을 가다듬고 지키려고 하는 가나를 뚫기 위해 선수들은 계속해서 빈틈을 찾았다. 앞으로 올 몇 번의 기회를 반드시 선수들이 해결해줄 것을 기도했다. 후반 29분 손흥민이 얻어낸 프리킥을 이강인이 날카롭게 때려봤으나 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이어진 기회에서 손흥민의 오른발 슛은 수비에게 막혔다. 이미 전 세계 선수들에게 월클로 알려진 손흥민의 슛팅 패턴을 가나 선수들은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에게는 달릴 공간도, 순식간에 방향을 전환해 감아찰 슛팅의 찰나도 허용하지 않는 끈끈한 수비가 경기 내내 붙었다녔다. 그에게 2,3명의 수비가 붙을수록 그 틈을 더 파고 들 수 있었음은 다행이었다. 그 후 이강인의 슛팅에 이은 김진수의 슛팅도 막히면서 한 차례 폭풍같은 공격이 지나갔으나 가나는 육탄방어로 우리 공격을 겨우겨우 막아냈다.
후반 30분이 지나가 체력소진을 감안해 양팀 모두 선수교체를 단행한다. 가나에서는 많이 뛰어준 아이유와 램프티를 뺐고, 우리는 정우영을 빼고 황의조를 투입하면서 2명의 공격수로 승부수를 띄운다. 김민재의 다리 상태도, 머리 부상과 발을 저는 모습을 보여준 황인범 등 100%가 아닌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뭉클함이 들었다. 선수들은 얼마나 이기고 싶을까, 시간이 지나가는 상황속에서 몸은 갈수록 힘들고 다리는 무거워 지지만 그럼에도 뛰어야 하고, 포기하지 않아야 하는 그 속마음은 얼마나 야속하고 안타까울까 싶었다. 후반 38분 김문환의 크로스가 중원으로 들어오는 손흥민에게 잘 연결되었으나 공을 놓쳤고 뒤따라 들어온 김진수의 슛팅은 골문 위로 떠버리고 만다. 마스크를 껴 좁아진 시야에서 그의 플레이는 스스로 제한되었고 본인은 더욱 아쉬웠을 것이다. 더 어려운 공도 척척 넣어주던 그는 이 찬스가 무산되자 땅을 치며 자신을 자책하는 모습을 보인다. 헤딩도 뜰 수 없어 흐르는 세컨볼을 따라가고 답답한 본인의 몫을 나머지 선수들이 힘들게 매꿔준다는 사실을 본인이 제일 잘 알았을 것이다. 불편한 몸을 가지고 필드위에서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볼때마다 짠했다.
어느덧 후반 40분이 넘어가고 이제 우리에게 기회는 올까 하는 생각에 더욱 조바심이 들고, 선수들을 응원하는것 밖에 더 할수 있는게 없어서 안타까운 시간이 흘렀다. 세컨볼을 계속 유지하고 좌우 사이드 공간으로 볼을 연결해 크로스를 올렸지만 결과적으로 골을 만들지는 못한다. 종료직전 조규성의 왼발슛 또한 키퍼에게 막히며 그렇게 경기는 끝났다. 우루과이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으로 모두 기대가 컸기에 아쉬운 결과일수는 있으나, 선제 실점을 2골이나 하고도 끝끝내 동점을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우리 대표팀은 충분히 보여줄만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은 모두 허리가 꺽여 무릎을 잡고 고된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선수들에게 다가가 정말 수고했다고 등을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이 가슴에 가득 찼다. 승점을 가져오진 못했지만 충분히 잘 싸워주었음을 우리 모두는 알기에 그들에게 이번에도 박수를 보낸다.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기에 다음 경기에서는 꼭 기적을 만들어내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