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바심을 내지 않고 몰두할 것을 (1)

by 분더카머

cover 유남규(한국)

1968년생

전형 : 왼손 펜홀더 드라이브형

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 남자복식 동메달

89년 도르트문트 세계선수권 혼합복식 금메달

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단식, 단체전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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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24구


저번 레슨에서 처음 커트볼 포핸드 드라이브를 배운 뒤로 구장에서 회원들과 게임을 할 때 쉴 새 없이 그 기술을 시도했다. 열쇠를 가지고 수없이 문을 열어봤으나, 아직은 마스터키가 아닌 듯 열에 한두 번 열릴까 말까 한 정도의 성공률을 보이며 고개를 많이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저번 주에 처음 배웠는데 한 주 지났다고 그게 될까 봐? 완벽한 성공을 바라는 게 아닌 조금의 발전된 모습을 보고 싶은 내 기대는 처참하게 고개를 떨궜다. 나는 왜 이렇게 빨리 결과를 보고 싶어 할까. 고작 2달차일 뿐인데.


회원들은 하회전에 드라이브 걸려고 용쓰는 내 모습을 안타까워하는 표정으로 보면서도 ‘자세가 높다, 하체를 더 내려야 한다.’ ‘라켓 면을 더 열어야 한다.’ 등 자신들이 알고 있는 팁을 전수해 주기 바빴다. 한 점, 한 점 자신의 점수가 올라가고 있음에도 나를 격려해 주었는데 그들 역시 이 수고스러운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 아닐는지 생각한다. 본인은 고생했어도 당신은 좀 수월하게 이 길을 지나갔으면 하면 인류애의 연장선일까, 이 지난한 탁구의 길을 같이 걷고 있는 동지애의 연장선일까. 온몸에 잔뜩 힘을 주고 공을 억지로 걷어올리면서 많은 생각을 한다. 탁구를 치면서 뭐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새로운 것이 잘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시도하며 내 것으로 만드는 것 밖에 헤쳐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안다. 처음에는 미숙하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방법을 찾아 돌파구를 찾는다. 그리곤 어느새 완숙하게 그것을 해결한다. 처음 광고 회사에 입사했을 때, 메일 하나 보낼 줄 몰라 선임들이 보낸 메일을 몇십 통씩 보며 복사하고 수정하면서 겨우 한 통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그 메일은 연애편지같이 길고 어수선했으며 내가 봐도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모를 정도였다. 차차 시간이 지나 용건만 담긴 짧고 간결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경험이 쌓이면 해결될 것들, 조바심을 내지 않기로 마음을 고쳐먹는다. 열쇠가 잘 들지 않으니 “열쇠 좀 다듬어 주십쇼” 하고 오늘도 열쇠 장인을 만나러 간다.


“열쇠가 잘 맞지 않아서요.”라고 장인에게 바로 커트볼이라는 열쇠를 들이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아직 닦아야 할 기본기가 더 급하기에. 타이머를 맞추고 바로 포핸드 자세로 돌입한다. 공을 보기 바쁜 나와 달리 코치님은 내 자세와 동작만을 본다. 팔이 닿아 칠 수 있는 거리까지 다리를 수시로 이동하라고 하는데, 한 번 디뎌진 다리는 아직도 쉽게 움직일 줄 모른다. 공을 잡더니 “팔이 나올 때 옆에서 앞으로 나와야 하는데, 뒤에서 앞으로 나온다”고. 뒤에서 앞으로 나오니 내가 친 공은 중구난방 목적지를 제대로 찾지 못한다.

작은 성취 모아 큰 성취로

포핸드 스트로크는 탁구의 가장 기본 동작으로 안정감이 제일 중요하고, 이 기초 골격부터 잘 잡고 건물을 올려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기초를 대충 잡고 부실공사를 진행하면 나중에 다 헐고 다시 자세를 고쳐야 한다. ‘내게 그러한 재건축은 절대 없다’는 일념으로 집중한다. 매주 두 번씩 레슨 때마다 듣는 이야기가 오늘도 나온다. ‘공의 타점이 늦다’는 것. 몸 옆이 아니라 몸의 대각선 앞에 공간을 두고 박수 치듯 공과 라켓의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데, 라켓이 늦으니 공이 밀려 일정한 방향으로 갈 수가 없다고 한다. ‘내 몸 앞에 공간 두기’를 머릿속에 메모한다.


처음 5번의 랠리도 못했던 백핸드 차례, 코치님과 연결을 한다. 백핸드 때 라켓 면과 각도가 너무 많이 바뀌는데,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단다. 손목은 꺾어서 고정하고 공을 보낼 때는 치는 게 아닌 팔꿈치를 중심으로 전완만 밀어주어야 한다. 백스윙이 배 쪽으로 너무 당겨지는데 너무 많이 할 필요는 없음을 지적받는다. 그래도 백핸드는 자세가 이제 어느 정도 나오는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근 한 달간 회원들의 공을 포핸드보다 백핸드 쇼트로 많이 받았고, 밖으로 튀어나가던 공들도 이젠 탁구대 안으로 곧잘 넘겨줄 수 있게 되었다.


백핸드는 크게 실수가 없으면 계속 랠리를 이어갈 정도가 되었다고. 앞으로는 손목을 조금씩 사용하면서 더 강하게 밀어줄 것을 주문한다. 코치님의 공을 그렇게 쳐보았더니 공이 앞으로 쭉쭉 나가는 게 느껴진다. 백핸드가 제대로 맞을 때 손맛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순간 강한 백핸드로 세계를 평정했던 중국 탁구선수 ‘장지커’가 떠올랐다. 장지커는 내가 가장 닮고 싶은 선수로, 짧았지만 탁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의 플레이를 몸에 이식하고 싶을 정도다. 그는 포핸드 중심의 탁구가 만연할 때 강력한 백핸드 중심의 플레이로 탁구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었다. 영광의 시간이 있었으나 그 빛이 오래 발하지는 못했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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