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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레슨의 핵심은 커트볼 포핸드 드라이브. 처음 아무리 걷어내도 네트를 넘지 못하던 그 벽을 아직도 마주하고 있다. 코치님이 걸어주는 커트에 라켓을 계속 부딪혀야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러버에 맞을 때 때리는 게 아니라 회전을 걸어서 채 올리는 감각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경쾌하게 맞는 소리보다는 저음의 소리가 나야 하는데, ‘딱딱’ 공을 쳐내는 소리가 아직은 더 많이 들린다.
오른쪽 아래로 중심이 내려가면서 동시에 허리를 돌리고 내려갔던 오른쪽 허벅지와 돌아갔던 허리를 다시 원위치하는 동작에서 상회전을 만들 수 있는 힘이 나오는데, 이 원리는 커트볼이 아닌 일반 탑스핀도 동일하다. 원위치하는 과정에서 러버에 공을 오래 묻히면서 잡아채며 임팩트를 강하게 줘야 하기에, 손에도 강하게 힘을 줘야 한다.
힘을 줘서 강하게 치려니까 백스윙 때 라켓이 엉덩이 뒤쪽까지 나왔었는데 라켓은 오른 다리 뒤까지만 가볍게 내려줘도 된다. 이전에는 미처 스윙을 끝까지 하지 못하고, 중간에 끊어졌었는데 스윙이 길어지니까 공에 더 힘이 붙고 좋아졌다는 얘기도 듣는다. 강하게 걷어 올리려니 쓸데없이 백스윙이 길어지면서 힘이 들어가고 그게 타이밍을 늦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힘을 빼고 있다 가속하면서 공의 아랫부분에 임팩트를 주는 것이 핵심이고, 최대한 회전을 많이 주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거의 한 달간 레슨에서 집중 연습을 했기 때문일까. 그동안 30% 성공률 아래 머무르며 네트를 못 넘기던 공들도 이젠 반 정도 넘길 정도로 조금은 수월해진 것 같기도 하다.
“구장에서 1년 넘게 배운 남자 회원보다 회전이 더 많고 강하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는 것을 코치님도 느꼈는지, 대각으로만 보내던 공을 상대 테이블 스트레이트로 보내는 연습까지 시킨다. 하여 처음으로 커트볼 드라이브를 일자로 보내는 느낌을 배웠고, 포어 사이드가 아닌 백 사이드에서 돌아서서 드라이브를 걸어봤는데 처음 치고는 잘하는 편이라고 한다. 다만 돌아서는 이 동작을 어느 위치에서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는 감을 잡기 어려웠다. 안된다고 자책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웠으니 반복 숙달로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레슨의 마지막 즈음, 맛보기라며 민볼 포핸드 드라이브를 처음 쳐보았다. 커트볼 드라이브의 스윙 궤적이 약간 아래서 위로 올라간다면 더 사선으로 뒤에서 앞으로 보내는 게 민볼 포핸드 드라이브의 궤적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며 볼 박스로 치기 좋게 공을 보내주었는데, 처음 하는 동작이기 때문일까, 어깨와 팔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힘을 빼고 가볍게 회전을 앞으로 걸어준다는 생각으로 임팩트하면 된다고. 딱 10개만 쳐보자 했는데 공이 오는 속도다 다르다. 허우적대며 억지로라도 스윙을 가져가려 했다. 앞으로 모든 공을 드라이브로 걸어야 한다는데,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레슨이 끝난 후 회원들과 또 공을 나눈다. 매일 얼굴을 보던 부관장의 친구분이 나와 연습을 하자며 나를 부른다. 포핸드 랠리를 조금 해보다 “공은 가운데 잘 맞는다” 하며 ‘포핸드 롱’을 쳐보라고 한다. 포핸드 롱이 뭔지 모르고 배운 적이 없다고 하자, 포핸드 스트로크와 드라이브 중간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기본 포핸드 동작에서 스윙을 앞으로 더 길게 빼주는 것이 핵심인데, 팔꿈치와 하완은 고정한 상태라야 한다. 지금 맞추는 임팩트보다 공을 더 멀리 보내준다는 느낌으로 스윙에 집중할 것을 알려준다. 박자가 제대로 맞지 않았으나 몇 번 쳐보니 감이 온다. 앞 스윙을 크게 하려니 스윙이 위로 뻗어버리는데 옆에서 나와준다는 느낌을 가지라고. 공을 칠 때 자세가 위아래로 흔들리지 말고 낮은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앞 스윙을 길게 가져가면 공이 오버 미스가 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오히려 힘 있게 들어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런 느낌은 또 처음이라서.
“너 배운 지 얼마나 되었다고 했지?”
“저 이제 2달 다 되어가는데요.”
“진짜 잘 친다. 지금 배운 기간에서는 거의 최고의 아웃풋인데, 1년만 배우면 나보다 잘 칠 것 같아.”라며 너스레를 떤다. 공을 나눠주고 좋은 팁들을 알려주어 고맙다고 인사했다.
연습을 끝내고 이야기를 나누다 형의 레슨 시간이 다가왔고, 형은 급하게 라켓을 가지고 들어갔다. 쉬다가 연습을 하자는 회원이 있어 라켓을 찾는데 도통 보이지 않는다. 다른데 놓고 오지 않았을 텐데. 탁구장을 한 바퀴 돌며 찾아봐도 없다. “아이고, 전쟁터에 총 안 가지고 다니면 어떡해?” 회원분이 웃으면서 말한다. 누가 가져갈 리 없을 텐데 하고 돌아보니 형의 라켓이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자기건 놓고 내 라켓을 가져간 건가?
알고 보니 자기 서브 라켓과 내 라켓이 동일한데 전면 러버도 같아서 자기 라켓인 줄 알았단다. ‘그래도 그립이나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니 레슨 끝날 때까지 전혀 몰랐다며 미안하다고 연신 말을 한다. 자기 원래 이런 사람 아니라고, 오해하지 말라며 나를 다독인다. 괜히 미안한지 러버 클리너와 스펀지 새 상품 세트를 내게 건넨다. 자기는 쓰던 게 있다면서. 내 라켓이 갑작스럽게 공공재가 되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런 에피소드쯤 하나 있어야 이 이야기로 웃으면서 공을 나누는 게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