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1)

by 분더카머

cover 휴고 칼데라노(브라질)

1996년생

세계 랭킹 6위

전형 : 오른손 셰이크핸드 올라운더

24년 파리올림픽 남자단식 4위

23년 하바나 팬아메리카 선수권 단식 금메달

22년 산티아고 팬아메리카 선수권 단식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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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탁구 성장기

29구


로봇 탁구 기계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 기본 포핸드, 백핸드, 포핸드 스텝 이동, 화백 전환까지 레슨에서 했던 모든 동작들을 복습하면서 정확한 자세와 동작을 이미지 트레이닝 하면서 공을 쳐낸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기계와 치는 중에 공을 나누자며 부르는 회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가장 좋은 연습 상대는 사람인데, 서로가 원하는 연습을 맞춰가기가 쉽지 않을 뿐 좋은 파트너가 있다면 기계 볼은 치지 않아도 된다. 2명이서 같이 시작하거나 구력이 비슷하면 참 좋은 운동이 탁구가 아닐까 한다. 여전히 파트너를 구하는 중인데 마땅한 회원이 보이질 않아 아쉽다.


2주간 회원들과 공을 나누며 연습하는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온 레슨 주간. 처음 무언가 전문적인 일대일 코칭을 받아보니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유익한 경험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몸을 풀다 탁구 선생님의 호출에 응한다. 포핸드를 잡는 그립을 유심히 보더니 엄지손가락을 더 러버 쪽에 붙여주란다. 엄지와 검지로 라켓을 안정적으로 잡아야 흔들림이 없이 공을 보낼 수가 있는데 내 공이 미스 없이 네트를 넘어가는 것이 점수보다 우선이다. 백핸드 쇼트는 공이 높게 올 때가 있으니 살짝 눌러주는 느낌으로 공을 보내라고 알려준다. 상대 공이 낮으면 각을 살짝 위로 열고, 높으면 각을 눕혀서 대응해야 한다.


포핸드, 백핸드 스트로크 기본 랠리는 이제 실수가 없으면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공을 치면서 코치님과 잡담을 하기도 한다. 이제 포핸드 스트로크는 안 쳐도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기본기가 꽤나 안정적으로 잡혀간다는 생각을 했다. 불과 2달 전 처음 셰이크핸드 라켓을 잡은 후로 이 또한 괄목할 만한 성과다. 앞서 하고 있던 과정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과정을 더 완숙하게 만들기 위해 다듬고, 다음 과정을 서서히 배우면서 한 단계씩 밟아나간다는 것을 머리로 이해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얼마나 많은 단계가, 얼마나 많은 고난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기도 한다. 더 많은 어려움이 다가오기를 원한다. 그래야 성장할 수 있으니까.


다음은 백 사이드에서 백핸드를 치고 포사이드 포핸드를 연결하는 화백 전환. 방금 했던 기본 두 동작을 연결하는 것인데, 이 연결로 들어가면 포핸드 타점이 너무 뒤에서 맞는다. 내 몸의 45도 대각선쯤, 내 품 안으로 공이 왔을 때 쳐내야 하는데, 그 구간이 지나 공을 치면 보내려는 곳에 정확히 보내기가 어려워진다. 아마 두 번째 레슨을 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적받는 사항인데, 이상하리만치 고쳐지지 않는다. 백핸드를 치고 다시 포핸드 자세로 도는 동작에 시간이 걸리는 딱 그만큼, 준비가 늦어지는 건지 헷갈린다.


코치님은 내 몸을 포커싱 해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팔이 기니까 다른 이들보다 테이블에서 더 떨어져 쳐도 된다며 가상의 거리를 잡아준다. 화백 전환에서는 백핸드, 포핸드를 계속 반복하니 그립이 조금씩 바뀌는 게 맞는데 내 경우 너무 많이 바뀌는 것 같다고. 변화가 많으면 당연하게도 안정성이 떨어지는데, 라켓 잡는 그립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데 변화까지 신경 쓰려니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앞과 똑같이 이 또한 초반부터 계속 나오는 말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완전히 여물지 않고 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그 열매가 달듯, 대장장이가 수천 번 칼을 두들겨서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오듯 이 과정을 오롯이 겪어나가야 함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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