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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탁구 유튜브 3시간 넘게 봐요.”
구장에서 게임을 한 중년 여성분이 내게 건넨 말인데, 그분과 게임 중에 훅서브를 넣자 “2개월 차에 왜 이렇게 서브가 어려워” 하면서 리시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내 서브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했고, 어디서 이런 서브를 배웠느냐며 집요하게 물었다. “유튜브로 보고 연습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하니, 저 대답이 돌아왔다. “탁구는 몇 시간 쳐요?” 물었더니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친다고. 순간 머리가 아파왔다.
<나이키의 상대는 닌텐도>라는 제목의 마케팅 서적이 떠올랐다. 청소년들이 밖을 나가지 않고 집에서 게임에 빠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이키의 매출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골자로 소비자가 가용하는 시간 점유율의 경쟁이 기업의 매출, 생존과도 관련 있다는 내용이다. ‘시간 점유율’에 포인트를 찍는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얼마나 시간을 쓰는가 하는 점도 생각해 보면 좋겠다.
나 역시 흥미가 붙을수록 정보를 흡수하기 위해 자기 전에 탁구 컨텐츠를 이 잡듯 샅샅이 뒤져보았음은 물론이다. 나라고 뭐 그들과 다를까. 헌데 어느 순간 유튜브를 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경각심을 느끼고 다시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우리가 탁구를 치는 시간보다 영상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는 안 되는 것. 주체와 객체가 전도된, 이 행태를 이해하기 어려웠거니와 중년들도 이렇게 유튜브에 빠져 있는데 젊은 친구들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탁구장을 둘러보니 쉴 때도 유튜브 영상을 보는 이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특히 코치에게 레슨을 받고 있는 경우라면 포핸드 드라이브부터 시작해 치키타까지, 기초부터 시작해 심화까지 망라되어 있는 탁구 기술에 대한 영상을 가급적 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탁구 기술의 원리는 동일할지언정 가르치는 방식은 저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 구장 코치 5명도 저마다 회원들에게 알려주는 방식의 차이가 있는 걸로 안다. “자세는 이렇게, 스윙은 이렇게” 코치 역시 자신이 배운 것을 바탕으로 알려주려 할 테고. 회원들 사이에서는 “우리 코치님은 이렇게 알려주는데?”라는 말이 가끔 나오기도 한다. 정답이 없음에도 레슨 코치와 유튜브 코치를 은연중 비교하게 되고 정답을 찾으면서 혼란을 겪기도 한다. 탁구장에 상주한 코치들도 유튜브의 영향에 이러한 ‘챌린지’를 많이 받을 걸로 예상된다. 내 실력은 정체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의 실력은 날이 갈수록 느는 것처럼 보여 조바심이 나고, 그래서 더 빠른 길을 찾으려고 혈안이 된다. 가장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데도 계속 옆길이 지름길처럼 보인다. 코치로써는 알려주기 어렵고, 회원으로는 배우기 힘들어지는 이상한 상황의 연속이다.
정보의 바다가 흐르는 유튜브 세상에서도 기준을 잡고 현명한 컨텐츠 소비를 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회원들의 서브 중 받기 어려웠던 서브의 리시브 방법, 앞서 말한 훅서브 넣는 법 등 코치님이 알려주지 않은 실전에서의 기술들을 살펴보고 이해 정도만 할 수 있었다. 고수들이 매일 루틴처럼 하는 훈련에 대한 방식들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연습을 해나가야 할지 감을 잡기도 했다.
컨텐츠가 궁극적으로 본인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 그렇게 찾아낸 정보와 방법을 직접 몸으로 체득하며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탁구인 모두 알 것이다. 잠시, 광활한 유튜브 세계를 내려놓고 라켓을 잡고 탁구에 매진할 것을, 또 기술적인 레슨은 무조건 나의 코치님만을 따라 나갈 것을 다짐한다. 몸이 힘들고 수고스럽더라도 그렇게 해야만 실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기억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