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성적표 나왔습니다.

내 거. 고객님꺼.

by 오 코치
성적표 나왔습니다.
내 거. 고객님꺼.


성적표.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나는 닌자예요!”


라고 한다.


“으흐흐. 난 닌자예요!”


“네네, 고객님. 암요, 암요.”


무슨 소리냐고 설명을 묻지도 않는다.


(알아서 설명하겠지 뭐.)


“있잖아요, 코치님. 요새 제가 어떻게 팀원들 관리하냐면요.”


라며 무언가 잔뜩 풀어낼 기세다. 나 이사는 다음 주에 떠날 출장과 곧바로 이어질 긴 휴가 일정이 있었고, 코칭 계약 기간도 곧 만료될 참이었다. 꼼꼼하게 챙겨도 두 번 정도의 세션이 남아 있었기에, 근래에는 세션 끝날 때마다 본인의 일정을 더 자세히 알려주곤 했다.


워낙 업무는 나무랄 데 없이 잘 챙기고, 마음의 거슬림도 찬찬히 들여다보며, 진실과 진심에 대해 탐구를 열심히 하는 분이다. 작은 불편에도 진심을 다해 집중하고 상황을 인지하며, 각도를 달리해 실행했다.


‘역시 그래.’ 혹은 ‘응, 이건 아니야.’ 같은 판단을 본인의 목적의식에 견주어 중심을 잡고, 털어낼 것은 털어내며 자신에게 맞게 다듬어 가고 있었다. 뾰족하면 정 맞는 것도 순순히 인정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닌자라니. 무심한 듯 물어봐야 했다. 두 번 정도 비트는 블랙유머 감각을 지닌 그에게는 무심하게 묻는 게 맞다. 꽁냥꽁냥하게 반응하면 김 빠진 탄산수처럼 되기 때문이다.


“닌자 설명할 거예요? 아님 그냥 닌자구나… 하고 알고 있으면 되나요?”


“아, 정말. 설명드리죠, 당연히. 제가 닌자죠, 닌자. 지금은 의식적으로 바로 피드백을 안 줘요. 팀원들이랑 미팅할 때요. 그리고 동료들이나 사장단 미팅할 때도요.”


“네에…”


“일단 뒤에서, 어두운 곳에서 쓱 관찰만 하죠. 그리고 조용히 다음 모션을 어떻게 할지 아주 빠르게 판단해요. 살릴 건지, 죽일 건지, 버릴 건지를요.”


그러면서 장난기 가득히 낄낄 웃는다.


“닌자 같지 않나요, 코치님?”


나도 같이 웃었다.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계속 이야기하라는 듯 제스처를 했다.


“이게요. 이제 곧 코칭이 끝나니까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코치님이 하도 셀프로 알아서 코칭하는 거 연습해라, 하고 잔소리 폭탄을 매일 터뜨려서 그런 것도 있고요. 질문으로 대응하니까 세상 좋더라고요. 아, 진작 그랬으면 더 좋았을 것을!”


그가 말한 닌자의 행동 방식, 그리고 판단 후 대응하는 질문 리딩은 훌륭했다.


일단 박수!


나도 알고, 여러분도 아는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 멈추고 의도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습관이 되기 전까지는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뭐냐!


*** 팀원이 피드백을 물어올 때, 답을 주지 않는다. 대신 질문한다. 따지듯 하지 말고, 진정성 듬뿍 담은 호기심으로.


*** 뭐라고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어디서 막힌 건가요?”


*** 말이 길어지고 혼란스러워한다면: “어떤 옵션을 선택하고 싶으세요? 그것을 선택한 이유는 뭐예요?”


*** 그래도 갈팡질팡하면: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 놓치는 부분이나 개선이 필요하다면: “어떤 점을 고치면 좋을까요?”


*** 그래도 상사의 피드백을 원한다면: “응원, 조언, 질문 중 어떤 게 필요하세요?”


*** 팀원이 자주 쓰는 단어를 활용해 질문하면 더 효과적이다.


*** 가능하다면 **“What”**으로 질문한다.

**“ Why”**로 물으면 남 탓이나 외부 요인으로 답을 찾게 된다.

**“ What”**으로 물으면 성찰 모드로 들어가 답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 직접 실험해 보시길!

*** 물론 이렇게 하다가 프로젝트에 구멍이 나거나 실책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담당자와 상사가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는 몫이다. 그러니 계속 ‘닌자’처럼 조용히 뒤에서 관찰하고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나 이사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확연히 줄이고, 팀원들의 불평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본인 또한 더 중요한 업무에 시간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왜 매번 전속력으로 당장 달려들었는지 모르겠다”라고...


(저도 그랬네요. 지금이라도 닌자가 된 것을 콩그레츄레이숑!)


좋은 변화와 실행의 성적표에도 콩그레츄레이숑! 나도, 고객님도!


까만 닌자복보다는 흰 닌자복이 더 어울릴 거라고 말해줬다.


낄. 낄. 낄.










하루에 하나… ‘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경욱 코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을지언정, 나의 선택으로 인해 끼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나은 나만의 방식으로 끼이지 않고 헤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방법을 배웠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끼어 있는 누군가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탭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한 장의 작은 응원과 함께 웃으면서 해 볼까요? ^..^


본 서문의 그림과 글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저자에게 알려 주세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상사가 퇴근을 안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