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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퇴근을 안 해요.

출근도 일찍 하세요.

by 오 코치
상사가 퇴근을 안 해요.
출근도 일찍 하세요.




훌훌.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3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중간 리더가 된 안 과장님은 과장 3개월 차다. 너무 피곤하다며 울상을 짓는다.


“무엇 때문에 피곤하세요?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문제라기보다는… 이런 것까지 말씀드려도 되는지 몰라서요.”


(아, 긴장되게… ‘이런 것까지’가 대체 뭔데 저러실까… 흑.)


“변호사가 필요하거나, 의사 선생님이 치료해 주셔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말씀해 보세요.”


(코칭 룰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그런 건 아니고요, 코치님. 제 상사가요… 집에를 안 가세요. 퇴근도 너무 늦게 하시고요. 출근도 아마 제일 일찍 하시는 것 같아요. 저번에 같이 일한 상사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셨거든요. 그래도 시간 맞춰 출퇴근은 하셨어요. 그런데 이번 상사는 퇴근을 안 하시니, 제가 먼저 퇴근해도 되나 계속 눈치가 보이는 거예요.”


(지금이 몇 년도인데…?)


“아, 그러시구나. 흠. 간단한 질문 몇 가지 드릴게요. 단답형으로요. 빠르게 대답해 보시겠어요?”


“눈치가 보인다고 하셨는데, 오늘 얻고 싶은 답은 ‘눈치 안 보기’인가요?”


“아니요.”


“상사의 출퇴근 시간을 언급하시는 이유가 뭔가요?”


“제 상사가 제가 일을 잘못한다고 생각할까 봐요. 제가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은 상사보다 일찍 퇴근하거든요.”


“그분이 안 과장님이 일을 못한다고 피드백을 주셨거나, 그렇게 생각할 만한 상황이 있었나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에요. 저도 나름 평가 잘 받았고, 전 회사에서도 일을 못한다는 평가는 없었어요. 승진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불만이 있으신 것 같진 않아요.”


“그럼 상사가 안 과장님이 일을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믿는 이유는 뭘까요? 단순히 본인이 상사보다 일찍 퇴근하기 때문인가요?”


안 과장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이고, 안 과장님아…)


새내기 관리자가 된 안 과장님이 피곤한 이유는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다. 상사 눈치도 봐야 하고, 팀원들의 태도도 만만치 않다. 본인 업무만 잘하면 됐던 순간들과 승진의 뿌듯함(연봉 인상과 커진 권한)이 혼동스럽게 교차하고 있었다.


“안 과장님, 상사와 일대일 미팅을 팀 합류 후에 하신 적 있으세요?”


“음… 프로젝트 미팅은 몇 번 했어요.”


“상사는 원래 그렇게 근무 시간이 긴 분이세요? 아니면 최근에 그러신 걸까요?”


“제가 알기로는 출퇴근 시간이 원래 좀 유별하신 걸로 알아요.”


“상사와 어떤 프로젝트에 집중할지, 회사 전략과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본 적은요?”


“특별히 그런 얘기는 안 하고, 그냥 바쁠 거다… 정도만 얘기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싶고, 어떻게 팀을 이끌고 싶고, 어떤 것들이 보람 있는지 같은 이야기는 나눠보셨어요?”


“음… 아니요. 그런 대화는 해본 적 없어요.”


“상사가 요즘 너무 바빠서 일대일 미팅조차 못할 정도인가요?”


“아니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이 정도에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질문을 멈췄다.


“안 과장님, 제가 드린 질문과 안 과장님의 답을 들으니 어떤 생각이 드세요?”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 없는 표정을 지었다.


“잘 모르겠어요. 제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제가 너무 모르네요.”


질문을 너무 몰아쳤나 싶었지만, 이 내용을 끌어낸 것만 해도 나름 용기였다.


“안 과장님, 너무 단순한 질문 하나 드릴게요. 우리 학교 다닐 때 맨날 듣던 말이기도 하고, 아마 안 과장님도 자녀분께 늘 하실 말일 거예요. ‘모를 땐 뭐해라?’라고 하죠?”


고개를 떨구던 안 과장이 천천히 얼굴을 들고 시선을 마주하며 조용히 말했다.


“물어라…?”


(그렇지. 잘 아시면서!)


“안 물어보고 어떻게 사람 속을 알 수 있겠어요. 하나도 묻지 않고, 미팅도 안 하고, 대화도 안 나누고… 그러니 헷갈리신 거 아닐까요?”


그는 웃었다. 억울한 상황이긴 하다. 당연히 위에서 먼저 미팅 요청을 하고 방향을 얘기해 줄 거라 기대했을 테니까.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 그러니 눈치만 보며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헷갈리지 말고, 제발. 제발. 먼저 미팅을 요청하라. 본인의 직급이 무엇이든 간에, 모르면 담당자를 찾아가서 일단 물어봐야 한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으면? 그것조차 물어보자.


누구한테?


상사한테!


새내기 관리자들을 위해 회사가 ‘족집게 과외’처럼 코칭을 제공한다면 개인과 사회, 나아가 나라의 발전에도 큰 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래도 일부 회사가 조직원의 성장과 개발에 예산을 쓰고 코칭을 제공하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간단하지만 현실에서 많이 놓치는 몇 가지:


*** 새로 함께 일하게 된 상사와 ‘합 맞추기’ 작업을 했는가?


*** 정기 미팅을 제안했는가?


*** 상사의 일하는 스타일을 파악했는가? 아침형인지, 올빼미형인지 아는 것은 의외로 중요하다. 올빼미형 상사에게 아침부터 골치 아픈 안건을 들이밀면 불리할 수 있다.


*** 함께 일할 방향을 서로 동의하고 같은 내용을 공유하는 것은 필수다.


***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본인이 관리하는 팀원들과도 일대일 미팅을 통해 나눈다.


*** 그냥 그렇게 하나씩 해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도 내 생각을 알지 못한다. 굳이 얘기해야 하나? 네. 얘기해야 압니다.


*** 슈퍼맨이 안경만 벗으면 망토를 두르고 슈퍼파워를 얻는 건 영화 속 얘기다. 현실은 하나하나 차근차근하는 수밖에 없다.


새내기 팀장님들!


기죽기 없기!


그런 건 쎄이 굿바이~







하루에 하나… ‘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경욱 코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을지언정, 나의 선택으로 인해 끼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나은 나만의 방식으로 끼이지 않고 헤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방법을 배웠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끼어 있는 누군가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탭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한 장의 작은 응원과 함께 웃으면서 해 볼까요? ^..^


본 서문의 그림과 글은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됩니다.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저자에게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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