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으려니 속 터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빠지지 않고 6개월 정도 세션을 하고 있다. 도전적인 숙제를 내주어도 잘해왔다. 그리고 얼마나 어려웠는지 한 바가지 토로한다. 이번 세션도 예외는 아니었다.
여느 조직이나 크게 다르지 않게 프로젝트가 돌아가고 있었고, 정기 미팅도 계속 운영 중이다. 프로젝트가 어려운 내용은 아니지만 양적으로 꼼꼼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당연히 참여하는 관련 부서와 팀별 프로젝트 매니저들의 세밀함이 요구되는 내용들이다.
이 프로젝트의 중요 부분을 책임지는 부서가 아닌 관계로 서 팀장은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고 한다.
이전의 서 팀장이려면 일단 뛰어들었을 거다. 본인이 메인으로 리드하는 프로젝트는 더더욱 그랬다. 꼼꼼하게 챙겼고, 서포트가 필요한 내용은 미리 협업을 요청해 놓았으며, 실수가 나더라도 백업 플랜을 마련해 두었다.
본인이 리드가 아닌 프로젝트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빠진 부분이 보이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고, 좋은 결과물로 이어지도록 했다. 이십여 년 그렇게 일을 해왔다.
그렇게 마음을 다해 일하는 것은 조직 전체의 입장에서는 옳다. 옳아도 말은 많다. 그냥 조직이란 곳이 그렇다. 아무리 일이 잘 되었다 하더라도 말이 많다. 험담도 많다. 태클을 건다. 빈정거리기도 하며, 크로스 평가가 진행될 때는 확 긁어버리기도 한다.
‘왜 저래. 본인 일도 아닌데 왜 나대?’
‘대충 좀 하지. 저러면 담당자는 뭐가 돼.’
‘본인이 오너야?’
‘저 팀장 때문에 저 팀 애들은 힘들겠다.’
‘본인 생각만 옳다는 거야?’
‘목소리 커서 좋겠다.’
등의 볼멘소리를 나올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된다. 과정이나 결과물의 성공여부와는 상관없다. 대충 일하는 자들과 조금 더 잘해보자고 하는 사람들의 무의식적 사고, 그리고 그것이 반영되어 나오는 태도가 부딪친다.
이럴 경우 대부분 잘해보려는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뒷 쑥덕거림과 불평의 힘은 세다. 아주.
본인의 의견을 거침없이 말하고, 일을 더 잘되게 하기 위해 액션을 먼저 하는 서 팀장의 이야기를 그간 들어왔었다. 한 템포 늦추어 반응하고, 어떤 반응을 할지, 그래서 얻는 것과 얻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관찰하고 알려 달라는 것이 숙제 주었다.
그리고 그 실행에 대해 듣는 날이다.
“와아, 코치님. 팔짱 끼고 있느라 몸살이 날 지경이던데요.”
“몸살이 왜 나요?”
“안 그래도 챙겨야 할 디테일이 많은 프로젝트인데 난리도 아니에요. 수정이 필요한 부분은 듬성듬성 빠져 있고요. 이미 다 동의해서 수정 완료된 부분이 다른 옵션으로 들어와 있고. 담당자들은 노트를 보는지 안 보는지. 본인들 기억에 의거해서 수정을 했더라고요. 미팅 때 대충 들은 내용들로요. 뭐, 놓칠 수 있다고 해요. 그럼 부서장이나 PM들이 그걸 캐치해서 알려줘야 하는데, 아무도 틀린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 거예요. 그렇게 이번 주 미팅이 끝났어요. 이게 말이 돼요?”
평소의 서 팀장이라면 천 마디는 했을 거라고 한다. 하지만 숙제가 숙제인지라 본인은 그냥 조용히 팔짱 끼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이어가라는 제스처를 했다.
“그래서, 일단 가만히는 있었죠. 평소와 다르게 리액션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들어갔으니까요. 왜들 저럴까? 피드백과 수정된 내용이 일치하지 않은 게 안 보이나? 그리고 왜 본인 일을 안 챙기나? 내가 한마디 경고라도 해야 할까? 이대로 가면 배가 산으로 가나? 아니면 큰 피해 없이 마무리가 되려나? 이런 것들을 생각했어요.”
“그렇죠. 입 다물고 있으면 결과물에 큰 타격이 있나요?”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크게는 아니고요. 만회할 수 있는 버퍼 타임은 있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일단 아. 주. 가만히 있었죠!”
서 팀장이 메인으로 리드하는 프로젝트가 아니기도 했다. 그래도 여러 관점으로 그는 챙겨야 할 것들이 저렇게 많은데, 운영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이번에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냐’는 누군가의 불평이 나온다면 ‘너네 일이잖아. 우리 팀이랑 내가 할 일들은 데드라인에 맞게 제출했어!’라고 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고 했다.
(잠깐만요!)
서 팀장이 설명하는 내용에 나이스함이 묻어 있지 않았다.
“팀장님, 흠… 왜 비꼼이 들리죠?”
그는 팔짱을 꼈다.
(비꼼 맞는데!)
“제가 잘못한 것은 없어요. 그들 책임이 맞아요. 지금까지는 빠진 게 있으면 제가 좋은 말을 못 듣더라도 말해줬거든요. 하지만 본인들도 알아야 해요. 제가 그 굳은 역할을 한걸요. 그리고 알아서 책임지고 디테일 놓치지 않게 자기 프로젝트는 챙겨야죠. 저한테 뭐라고 할 건 아니에요. 의식적으로 이번엔 굳이 나서서 해결하는 사람이 안 되려 한 거예요.”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 뼘 더 좋은 관점이 있잖아. 그 부분을 인지하는지 질문했어야 했다. 그는 일 잘하는 사람을 넘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그것을 기억을 상기시켜 주어야 했다.
다시 조용히. 친절하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비꼼이 섞여 들리는 이유를 말해 주세요!”
그는 내가 반복해서 묻는 이유를 안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 그 배움의 기회를 내가 주는 거야 하고 그냥 가만히 있는 건데요. 그래도 다들 한심하고, ‘꼴좋다’라는 마음이 더 크죠. ‘내가 옆에서 잔소리 안 하면 너희들이 아쉽지 내가 아쉽냐?’ ‘내 그럴 줄 알았다’라는 생각도 많이 들고요. 아주 너무 한심들 해요.”
(오케이. 본인의 마음이 양갈래인 것을 인정하셨으니, 나도 그만 볶아 드릴래.)
“그렇죠. 맞아요.. ‘니들 그럴 줄 알았다, 샘통이다’ 그런 마음이 더 큰 게 사실이죠... 그래서요. 그래서 계속 그 마음으로 하시려고요?”
“에휴… 그런 마음도 있고요. 그래도요. 샘통이라는 마음보다는 정말로 좀 알아서 잘할 수 있게 속으로 응원하고, 혹시 모를 변수에 대응은 해 놓으려고요. 좀 중요한 내용이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데요. 그거는 제 일이 아니더라도 챙겨서 알려줄 거예요. 이미 그렇게 조치를 취해 놓았고요. 지금 좀 억지로 샘통과 진정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 두 개가 난리 중이지만, 진정이 더 커질 거예요. 그러려고 의식적으로 하라면서요, 코치님이.”
(아, 왜 내 핑계 내고. 본인이 그렇게 하겠다고 해놓고. ㅎㅎㅎ)
***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조직원들은 그래도 해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또한 더 머무르며 함께 성장하는 데 기여하면 된다.
*** 만약 조직의 대부분이 부정적이고, 정치적이고, 책임감이 낮다면 잠시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물이 들래? 아니면 본인 성장을 위한 생각을 가지며 나은 것을 해볼래? 자문해야 한다.
*** 불편하더라도 좋고, 좋고, 좋은 것을 얻는 방법으로 해보자. 그게 나한테도 좋다. 무조건 착하고 예스맨이 되라는 말이 아닌 건 알죠?
*** 그래서 얻는 게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얻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서 팀장이 얻지 못한 것은 그날 나의 응원이었다. 숙제만 하나 더 내줬다. 하하. 성장통은 같이 겪는 게 제맛이지라는 코치의 마음이랄까?.. 같이 아프자, 고객님!
하루에 하나… ‘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경욱 코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을지언정, 나의 선택으로 인해 끼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나은 나만의 방식으로 끼이지 않고 헤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방법을 배웠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끼어 있는 누군가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탭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한 장의 작은 응원과 함께 웃으면서 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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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저자에게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