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nd that's a wrap!
살 떨리는 영어 발표
... and that's a wrap!
유 이사와 코칭 어젠다는 팀원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업무력 강화가 대부분의 내용이었다. 큰 어려움 없이 본인의 인지력을 강화하는 데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너무 무겁지 않게 어려움을 잘 이끌어 나갔고, 협업을 해야 하는 대내외 파트너들과도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상해 냈다.
그렇게 무난하게 코칭을 잘 소화해 내는 그였다. 그날은 무슨 연유인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살짝 부은 푸석푸석한 얼굴이었다.
(언제나 챠밍 한 모습이었는데. 무슨 일이 있나?)
“안녕하세요, 유 이사님. 한 주 잘 지내셨나요?”
가볍게 안부를 물었다.
“네, 그럭저럭요. 오늘은 유난히 피곤하네요. 요새 잠을 잘 못 잤어요.”
“에고, 무슨 일이 있으시길래요?”
“그러게요. 급한 일도 없고 전략 발표가 끝나서 그래도 좀 평화로운데요…”
라며 말끝을 흐렸다.
“저번에 발표했던 전략 있잖아요. 대표님과 임원들에게 발표했던 거요.”
“네, 모두의 동의를 얻어서 진행하기로 했던 전략이요. 기억합니다. 전략 진행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아니요, 전략에는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그 내용이 해외 법인들과도 공유가 되었나 봐요.”
“오! 자랑스러우니까 윗선에서 공유하셨나 보네요. 축하해요, 유 이사님! 역시! 크게 빛나길 바라요!”
코치인 내가 더 흥분하니 그는 멋쩍어했다.
(어쩌겠는가. 한국에서 시작한 플랜이 넓게 퍼져 나가면 나도 기분이 좋은 것을!)
“코치님, 그거까지는 좋은데요. 그것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긴 줄 아세요? 각 나라 법인의 헤드들이 한국으로 와서 전략을 저한테 직접 다시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로 했대요. 그게 다음 주예요.”
(오! 너무 잘됐다. 그렇지! 전략을 쓴 사람한테 직접 들으면 훨씬 좋지. 예산도 더 늘리고 내부 지원도 더 팍팍 받고…)
흐뭇함에 나는 미소만 지어졌고, 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는 잠시 뒷전이었다.
“유 이사님, 너무 좋은 일이네요. 훌륭해요!”
짝짝짝, 물개 박수를 쳤지만 그의 표정이 왜 그리 심각한지 물어야 했다.
전략은 본인의 참여도가 높았기 때문에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고, 해외 법인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영어로 소통을 할 터였다. 그는 해외에서 공부를 몇 해 했던 경험이 있기에 영어로 말하는 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발표하는 데 두려움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일진대…
“코치님, 발표 내용 스크립트는 다 썼어요. 그리고 다 외웠어요. 연습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발표 시작하면 머리가 하얘져요. 시작해서 제 소개하는 부분부터 혀가 꼬여요. 그리고 또 머리가 하얘져요. 큰일이에요. 나아지질 않아요. 며칠 안 남았는데요…”
그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어지간히 마음을 끓였나 보다.
“유 이사님, 컴 다운! 어설픈 위로는 드리지 않겠습니다만, 요청은 하나 드릴게요. 괜찮으시겠어요?”
그는 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말씀하세요, 코치님.”
큰 무리가 아니라면 진짜 발표를 하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준비한 내용을 해 보라고 요청했다. 참석하는 분들이 모두 배석한 상황, 그분들의 분위기, 테이블 위의 음료와 간식 세팅, 모니터와 스피커 셋업, 본인이 서 있을 위치, 습도, 온도, 채도 등의 디테일을 상상하게 한 후 발표를 시작하게 했다.
나는 조용히 그의 발표 내용을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그가 언급한 대로 초긴장 상태로 발표를 시작했고, 입안이 말랐고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니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전달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힘겹게 발표를 마친 그의 눈은 더 퀭해졌고, 힘없이 앉아 있었다.
“유 이사님, 내용 좋아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고요. 강약 조절도 잘 되고 지루하지 않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되세요?”
“모르겠어요. 잘 해내고 싶어요. 협의가 완료된 건데, 제가 전달을 잘 못해서 부작용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어 왜 이렇게 잘 안 되는 거예요… 아 정말, 속상하네요. 영어를 막 못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돌아버리겠어요. 잘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럼요, 잘하셔야죠. 그건 당연하니까, 일단 ‘잘해야 한다’는 마음을 잠시 잊을 수 있을까요? 저랑 평소 얘기하는 것처럼, 저번에 전략 준비하면서 설명하는 것처럼 대화하듯 얘기하는 거 좋던데요. 그리고 하나 더, 처음 시작할 때 자기소개 부분이요. 그분들이 유 이사님이 누구고 어떤 일을 하는지 아시죠? 아는데 그렇게 장황하게 본인 소개를 하니 거기에서 이미 혀가 꼬이시던데요. 너무 힘줘서 설명을 하니까요. 담백하게 하는 방법으로 간략하게는 뭐라고 하시겠어요?”
“아… 아…. 하… 있어 보이게 하고 싶어서 제 소개에 수식을 너무 많이 붙였나 봐요. 그러게요. 그분들 다 저를 아는데 말이에요. 담백하게… 흠. 잠시만요. 조금 정리해 볼 테니 시간을 주세요.”
유 이사는 대본 카드 위에 적힌 글을 좌악 긋는 소리를 내더니 몇 분에 걸쳐 수정했다. 그리고 다시 해 볼 테니 들어 달란다.
*** 본인 소개를 두 줄로 줄였다. “하이, 마이 네임 이즈 유, 앤드 웰컴 투 서울.” 인덱스카드를 가득 채운 모든 소개 내용을 지웠다. 그리고 격하게 환영 멘트를 크게 말했다.
*** 그리고 몇 가지 의도된 룰을 설명했다. “궁금한 게 있으시더라도 중간에 끊지 마시고, 메모해 두셨다가 마지막 질의 시간에 물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궁금하신 내용이 이미 발표 내용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라며 미팅을 리드하는 내용을 넣었다.
*** 그리고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망설임 없이, 그리고 소리 없이 바로 엄지 척을 올려주세요. 응원은 사랑입니다.” 위트다. 좋다!
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워 발표를 시작했고, 명확하게 전달되는 전략 발표를 떨림 없이 마무리했다.
(뭐 내가 할 게 있나. 큰 미소와 물개 박수를 듬뿍!!!)
유 이사는 흙빛에서 살색의 안색으로 돌아왔다.
*** 자! 내용은 이미 다들 숙지하고 있으니 힘 빼고 하자. 대화하듯. 힘! 빼! 최악의 경우 그냥 그 순간 까먹었을 뿐이고, 당황하지 말고 다시 이어 가면 된다!!!
하루에 하나… ‘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경욱 코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을지언정, 나의 선택으로 인해 끼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나은 나만의 방식으로 끼이지 않고 헤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방법을 배웠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끼어 있는 누군가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탭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한 장의 작은 응원과 함께 웃으면서 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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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저자에게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