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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에서 대빵이 오신데요.

제가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지 다 보고드릴 거예요!

by 오 코치


본사에서 대빵이 오신데요.
제가 얼마나 잘 해내고 있는지 다 보고드릴 거예요.!


northstar.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열정적이고, 빠르고, 효율적이고, 전략적이고, 소통 잘하고, 리더십 좋고, 인내심 좋고.


나무랄 것 없는, 일 잘하는 부장이다. 꽤 많은 인원의 팀장들과 팀원들을 관리한다. 생산공장과 면밀한 소통을 해야 하는 생산관리팀 부장이다. 물론 해외에 있는 본사와도 촘촘한 소통의 든든한 다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유사한 직급의 다른 부장들에 비해 나이가 어리다. 나이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젊은 나이이기에 그가 겪어 내야 하는 어려움도 거뜬히 헤쳐 나가며 성장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공장의 업무는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고, 마감일에 차질 없이 생산하고 운항을 해야 하기에 인력 관리도 더 많은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젓한 태도와 적극적인 소통력은 마음속으로 많은 응원을 하게 한다.


이런 그가 오늘도 숨 가쁘게 로그인해 이미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직원들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출근한다. 오지에 위치한 그의 일터는 사람들이 출근하는 시간이 되면 인터넷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이 다가오면 내 마음도 바빠진다.


파팟.
화면이 뜨고, 고개를 숙여 무언가 열심히 적고 있는 그의 정수리가 보인다.


“뭐 하세요, 주 부장님!!”


(인사는 건너뛰고 괜히 놀린다. 아침부터 그렇게 질주할 게 뭐가 있다고.)


“코치님 코치님, 아, 일이 급하게 되었어요. 어제 갑자기 통보받았는데요. 다음 주에 본사에서 제 보스의 보스가 오신대요.”


(그게 이리 숨이 가쁠 이유인 것인가? 이 아침 댓바람부터??)


“네에. 그러시군요. 다음 주에 오시는데 오늘부터 왜 이리 분주하세요?”


“아니. 그러니까요. 보스의 보스가 오시는데요, 저도 참석하래요. 그분 미팅에요.”


“네. 축하할 일일까요? 아니면 불참을 위한 작전을 세워야 하는 미팅인가요?”


(그의 표정은 미팅 참여 요청에 이미 흥분했고 뿌듯함이 넘쳤다.)


“축하까지는 모르겠고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저는 그분께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설명드리고 싶은 것도 많고요. 제가 누군지 아시겠죠?”


(엇, 경고등! 경고등! 그는 그만의 세계로 빠져 있었다. 무지개 끝에는 보물이 있을 거라는 헛된 상상 같은 태도랄까…)


“오케이. 주 부장님 할 말이 많으시군요. 좋아요... 그런데요.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도 될까요?”


“네? 저는 제가 준비하고 있는 거 코치님이 좀 들어주셨으면 하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쓴 것 좀 들어주세요.”


(알죠 알죠. 그러니까 내가 지금 질문을 통해 번지수를 제대로 찾은 것인지 확인하려는 거잖아욤!)


“네. 그것도 들어드리고요. 내용을 듣기 전에 한두 가지 상황 확인 차 질문드릴게요. 주 부장님, 그 미팅 참석 인원은 몇 명이고 어떤 레벨의 직급이 참석하나요?”


“흠. 제가 알기로는 15명 정도 돼요. 몇 명이 더 추가되더라도 20명 미만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부장들과 시니어 리더들이요.”


“네, 어젠다가 정해졌나요? 그리고 미팅은 얼마나 오래 하나요? 한 시간? 반나절? 하루 종일? 그리고 그 높으신 분의 도착 날짜와 시간을 대충 아시나요?”


“제가 들어가는 미팅의 어젠다는 인사하고, 간단히 자기소개하는 게 주요 내용으로 알고 있어요. 한 시간짜리 미팅이에요. 그다음 날 저녁에 미팅 때 참석한 모든 사람들과 식사 자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도착 시간이… 늦은 밤에 도착하고, 바로 다음 날 아침에 제가 들어가는 미팅으로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거라고 들었어요.”


“네, 그렇군요. 그분은 이 회사에서 근무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그리고 직원들과 인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다른 중요한 이유를 알고 계신가요? 그리고 굳이 여쭙자면 그분의 성별과 나이도 아시나요?”


등의 정보를 주 부장에게 질문했다. 영민하니 답을 다 알 법했다.


“회사에서 일하신 지는 1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5년은 넘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그리고 근래에 해외 법인들까지 관리하시게 되었고요. 인사 쪽 업무도 길게 하셨다고 들었어요. 나이는 아주 많으시지는 않지만 50대 중반 정도의 여성분이에요. 흠.. 그리고 우리랑 인사하는 시간도 있지만, 전략을 모두 잘 이해하고,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고 하셨다고 해요.”


“아하. 그러시구나. 좋아요. 아까로 돌아가서, 무엇을 준비하고 계셨어요, 주 부장님?”


그는 그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 지금 잘 진행되는 것들, 본사의 서포트가 필요한 것들, 그리고 본인이 앞으로 진행해 보고 싶은 것들에 대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용은 안 봐도 잘 구성하고 썼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런. 데. 우리 똘똘한 주 부장이 전력 질주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도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질문을 해 주어야 했다. 그래야 그가 더 빛날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스스로 답을 또 번개빛의 속도로 찾아낼 것도 틀림없었다.


“주 부장님! 질문 여러 개 드리니 하나씩 답해 보시겠습니까? 그분 일정 생각해 보면, 다음 날 아침 컨디션 어떠실까요? 멀리서 손님이 오면 호스트는 어떤 마음과 태도로 손님을 맞이해야 할까요? 그리고 한 시간 미팅에 20명이 자기소개를 한다면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그분은 정말 무엇을 캐치하고 싶을까요? 디너 자리는 캐주얼한 분위기의 식사인가요?”


*** 멀리에서 방문을 하면 아무리 컨디션 관리의 베테랑이라도 힘들다. 열 시간이 넘는 비행은 일등석을 타고 왔어도 힘들다. 다리가 코끼리 다리가 된 것처럼 느낄 판이다.


*** 그러할진대 처음 보는 20여 명이 자기소개를 한다. 그리고 인종도 다르다. 얼굴을 구분하기도 힘들 수 있다. 길어야 2분 정도의 시간만 주어진다.


*** 그분은 이미 안다. 누가 일을 잘하는지. 신뢰할 사람이 누구인지. 진정성 있는 말로 안다. 태도로 안다.


*** 그리고, 아무리 외향적 성격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는 어색하고 어색하고 또 어색하고 피곤할 것이다. 사람 마음 비슷하다.


주 부장은 순발력 있고, 편안하고, 좋은 인상의 대본을 만들었다. 식상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는 말로 소개를 시작했다. 전략은 간단명료하게 포인트만 두세 줄 언급했다. 그리고 두세 줄의 진행 사항만 말했다. 채 이분을 넘기지 않았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대화를 길게 하지 않고, 그분의 근처에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만 살폈다. 다만 한 가지 사항을 조용하고 정중하게 그분께 요청했다. 귀국하여 사무실 복귀하시걸랑 본인과 일대일 미팅으로 캐치업을 했으면 한다고.


그렇게 그는 상대를 배려하는 것에 집중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목숨이 왔다 갔다 할 만큼 긴박하지 않으며,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화성으로 로켓을 보내는 일이 아님으로 일보 후퇴하여 이보 전진의 기회를 만들었다.


*** 물론, self-promotion 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관점으로 배려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눈. 치. 코. 치! 아시죠!





하루에 하나… ‘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경욱 코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을지언정, 나의 선택으로 인해 끼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나은 나만의 방식으로 끼이지 않고 헤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방법을 배웠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끼어 있는 누군가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탭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한 장의 작은 응원과 함께 웃으면서 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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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저자에게 알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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