낑낑 껴안고 있을래.
"Job hugger"
낑낑 껴안고 있을래.
(이름이 너무 귀엽잖아. 일을 껴안는 자라니!)
하지만 귀여운 느낌의 단어 조합과는 달리 잡 허거는 경제적 불확실성, 일자리 상실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미래 고용 시장에 대한 걱정 때문에 불만족이나 높은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현재의 직장을 꽉 붙잡고 있는 근로자를 의미한다 ―라고 인터넷 검색에서 설명한다.
이십여 명의 팀원을 관리하는 마 상무가 꽤 심각한 표정으로 이 주제를 언급했다.
“코치님, 회사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할 수 있는 게 없다니. 그럴 리가요!!!)
그가 다니는 회사는 최근 매출이 크게 빠졌고, 그로 인해 남은 분기에 사용할 모든 경비와 예산 지출이 중단되었다고 한다. 해외 출장과 홍보·마케팅 비용 또한 페널티를 지불하더라도 모두 취소하라는 공문도 뿌려졌다고 했다. 조직 내 분위기는 나빠지는 정도를 넘어 볼멘소리와 부정적인 말들이 퍼져나갔다. 이런 분위기는 시간차도 없이 순식간에 전염된다. 번식력이 참으로 대단하다.
그뿐이겠는가. 서로 눈치를 보며 본인의 자리가 굳건한지, 또는 조직 개편이나 구조조정이 갑자기 발생할지에 대한 질문과 면담이 빈번해졌다고 한다.
소문과 추측으로 분위기는 무겁고, ‘열심히 일해 뭐 해’라는 부정적인 태도가 눈에 많이 띄었다고 했다.
“코치님, 저도 사람인데 너무 부담되네요. 투명하게 전달해서 진정시킬 만한 플랜도 없고요. 저도 이런 분위기에서 일하고, 팀원들 일 시키려면 너무 힘이 들어요. 어떡하죠? 제가 뭘 해야 하죠? 할 수 있는 건 있는 걸까요? 본사 지침이 그렇다는데 제가 뭘 해요. 직급 높다고 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중간에 껴서 메신저 역할을 할 뿐이에요. 그래서 텐션 올려서 ‘여러분, 우리 잘해 봅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서 성과를 만들어 보자고요!’라고 말하면서 에너지를 북돋아 봤는데요. 제가 말하면서도 억지스러웠어요. 할 거 한다고 뭔가 보장되는 것도 같지 않고요. 물론 최선은 다하겠지만요…”
그는 한참을 말했다. 그동안 꽤 막막하고 답답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통상적으로 하는 질문으로 스스로 답을 찾아가게 하는 여정으로 코칭할 건 아니었다. 대신, 그냥 심심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팬데믹이 세계를 뒤덮고,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패닉 모드를 겪던 즈음이었다. 아파서일 수도, 불확실성 때문에, 초조해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안 해야 할지 몰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모두가 반쯤 정신이 나간 때였다. 회사원들을 코칭하는 코치들도 다를 바 아니었다. 하지만 코칭 세션에서 코치가 불안함과 초조함을 보이며 세션을 진행할 수는 없었고, 불안해하는 조직원들을 코칭하는 코치들은 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었다.
코치들이니 감각이 얼마나 민감했을지는 짐작이 간다. 문제가 꽤 심각했는지 가능한 많은 코치들의 참여를 권장하는 화상 콜 초청이 떴다. 손톱 크기만 한 네모 칸들로 코치들의 모습이 로그인되면서 화상창이 차분해지자 다들 음소거를 하며 마스터 코치의 말을 기다렸다.
그녀의 첫마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My dear coaches, how are you all doing?...”
내 안부를 물었다. 괜찮냐고...
…and the rest is history.
주르륵. 모두의 눈물샘이 터졌다. 아무도 우리에게는 괜찮냐고 물어봐 주지 않아 서운했던 건지, ‘너도?’라며 서로 힘든 것을 알아주는 마음에 그랬던 건지는 알 수 없다. 그 사이 어디쯤이었겠지.
마 상무는 미동도 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씩씩한 표정을 지으며 로그아웃했다.
*** ‘너 힘들지? 나도 힘들다.’를 조금 건조한 단어로 normalization이라고 표현한다. 힘들고 아픈 건 나이가 많던 적던, 직급이 높던 낮던, 어디에 살던 상관없이 같이 소속되어 있다면 비슷하게 힘들고 초조할 것이다.
***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알아주고, 함께해 달라고 진심을 담아 얘기하면 된다.
*** 그리고 나에게도 안부를 물어봐 달라고 하면 된다. 다들 힘드니까. (윗사람이라고 괜찮은 척은 제발 하지 말자. 팀원이라고 혼자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자. 제발 그러자.)
*** 조직이 왜 조직이겠는가? 함께 해내야 하는 것들이 있으니 조직으로 모인 것이다. 그러니 같이 하자.
하루에 하나… ‘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경욱 코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을지언정, 나의 선택으로 인해 끼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나은 나만의 방식으로 끼이지 않고 헤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방법을 배웠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끼어 있는 누군가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탭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한 장의 작은 응원과 함께 웃으면서 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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