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a gift of time
Joy of No-Show
It’s a gift of time.
오전 5시 45분. 뚜뚜뚜. 뚜뚜뚜. 뚜뚜뚜.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목까지 푹 덮어쓴 이불 밖으로 손을 내밀어 침대 옆 테이블 위의 핸드폰을 잡는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스누즈 버튼을 누른다.
9분 후, 알람이 다시 울린다. 당연히 다시 스누즈 버튼을 누른다. 아침잠을 깨우는 작업은 몇십 년을 해 왔는데도 결코 쉽지 않다. 그리고 누가 나이 들면 아침잠이 없어진다고 했는지. 대단한 거짓말이다. 그렇게 네댓 번 애꿎은 핸드폰의 스누즈 버튼을 누르고서야 겨우 두 눈을 뜬다.
어떻게든 잠을 깨우기 위해 누운 채로 온몸을 길게 늘인다. 작은 뼈들이 또도독 맞춤의 소리를 낸다. 몸을 길게 늘인 덕에 이불 밖으로 나간 발가락이 방 안의 차가운 공기를 접하고 웅크린다. 돌돌돌, 이불 밖으로 몸을 빼낸다. 아직 깨지 않은 정신머리.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아침 햇살은 잠이 깨지 않은 나의 심신에 친절하지 않으니 블라인드를 내려 빛을 차단한다. 그리고 침대를 한 바퀴 돌면서 이불을 정리한다. 이불 정리는 매우 귀찮은 일이지만, 매일 아침 해 낸다.
계속해야 하는 아침 루틴을 이어간다. 씻고, 화장하고, 머리 정리하기. 기본 로션과 선크림을 정성껏 바르고, 짝짝이가 되지 않도록 눈썹을 펜슬로 다듬는다. 헤어드라이어를 머리에서 최대한 멀리 잡고 따뜻한 바람으로 수사자의 갈기 같은 웨이브를 정리한다. 가을과 겨울에는 어두운 컬러의 목티를 입는다. 니트 목티를 머리 위로 끼워 내린다. 앗, 내 머리. 스타킹을 얼굴에 뒤집어쓴 듯 풍성하게 바람 넣은 머리카락이 머리에 찰싹 붙어 버린다. 웨이브가 죽지 않도록 힘차게 도리도리를 흔들어 방금 전의 풍성함을 빠르게 되살린다. 화장대 위에 있는 텀블러의 미지근한 물을 한 번에 들이켠다.
부엌으로 가서 시원한 물로 텀블러를 가득 채운다. 묵직한 텀블러를 들고 서재로 들어간다. 출근 완료. 모니터와 컴퓨터를 켠다. 시스템에 로그인하고 화상창을 노트북 모니터에 띄운다. 구글 닥스는 큰 모니터에 따로 띄운다. 곧 화상을 시작할 멤버의 지난 세션 노트 파일을 클릭한다. 적혀 있는 내용은 비문과 비밀코드 같은 단어들의 나열이다. 맥락 없어 보이는 단어들의 조합이지만, 그동안 진행되었던 멤버와의 대화가 또렷이 기억나게 해주는 대단한 흔적이다. 내용을 되새기며 잠시 의자에서 일어나 가슴을 펴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쉰다. 의자 뒤의 창문 블라인드를 내린다. 방 안의 명암을 가급적 어둡게 하고 노란빛 조명을 켠다. 아늑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특히 좋아한다.
이어폰을 컴퓨터에 연결하고 양쪽 귀에 낀다. 까만색의 목티 위의 하얀 이어폰 줄이 모니터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화상 시작 1분 전. "또깍!" 방 입장 버튼을 클릭하여 화상 연결을 시작한다. 물 한 모금을 삼킨다. 쓰윽, 입꼬리를 최대한 올려 미소를 짓는다. 그러는 동안 1분이 지나간다. 왼쪽 화면에 열린 구글 닥스를 다시 읽어본다. 오늘 멤버에게 다가갈 질문과 변화된 모습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다. 3분이 지나간다. 대화 내용을 정리하다 잠시 생각을 멈춘다. 물 한 모금을 다시 머금는다. 5분이 지나간다. 고개를 돌려 창밖 하늘을 본다. 7분이 지나간다. 9분, 10분. 11분! 오케이! 속으로 환호성을 외친다. 씨익, 미소가 입가에 스며든다. 화면 하단에 표시된 "멤버 노쇼" 버튼을 누르고 로그 아웃한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비효율성, 기회 상실, 매출 저하 등 다양한 이유를 제쳐놓고, 노쇼로 인해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사소하지만 우리 모두가 참 좋아하는 그 달콤한 아침잠을 조금 더 자지 못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대화를 이끄는 준비까지 이미 했기에, 그 수고로움도 억울했다. 일정은 또 어떤가. 한국과 시간차가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멤버가 공휴일이나 주말에 노쇼를 발생시키면 속 끓이는 온도와 부글거림은 두 배가 된다.
하아. 아. 정. 말. 사는 게 참 수고스럽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 찼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화내는 몫이 내 것인 게 억울했다. 하던 일을 모두 멈.추.었.다. 멤버들과 대화 중에 내가 매번 하는 말이 무엇인가? ‘일단 멈추고 상황을 인지하라’고 말하면서 나는 뭐 하고 있는 거냐? 멤버가 이러한 문제를 가져와서 내게 묻는다면 나는 무엇을 답할까? 에휴. 바보 멍청이. ‘본인 머리 깎을 수 없다더니.’
내가 내 머리를 쳤다.
“화내서 내가 얻을 것이 있는가?”
“없다.”
“나타나지 않은 멤버를 나타나게 할 수 있는 마술봉이 있는가?”
“없다.”
“멤버의 예측 못 할 태도를 내가 방지할 수 있나?”
“모른다.”
“정말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화가 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기분이 나쁜 것인가?”
“잠을 못 자서 짜증이 난 것 같다.”
“정말 못 잔 거냐?”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든데 일어났으니까. 잠투정을 부린 것인가…?”
토닥토닥. 수고스러운 아침의 과정에 대한 누군가의 응원이 필요했던 거다. 응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다 큰 어른이어도 나도 누군가의 응원이나 관심이 좋았다. 정말 다행인 것은, 굳이 다른 사람이 응원해 주지 않더라도 내가 나를 격려하고 알아줘도 다시 거뜬하게 괜찮아질 정도의 마음 근육이 있어서 회복력은 나름 잽싸다.
나는 나에게 약간의 억지를 부려서 해결한다. 허리를 곧게 펴고 의자를 바짝 당겨 앉는다. 가장 화려한 네온 그린 색의 포스트잇을 꺼낸다. 그리고 "나는 노쇼를 좋아한다. 그러기로 한다."라고 또박또박 천천히 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다. 의도적으로 생각을 바꾸어 내게 이로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번에 안 된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연습을 하면 내 무의식도 그렇게 알아듣고, ‘안 좋아한다’에서 ‘좋아한다’로 바뀐다. 그리고 정말 즐기는 노쇼 타임으로 만든다. 그 구멍 난 시간만큼의 여유로운 사치를 누린다. 그 시간에 커피 한 잔을 오롯이 즐길 수도 있고, 급한 업무를 한두 가지 해결할 수도 있으며, 하늘을 쳐다보며 잠깐의 멍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그야말로 It’s a gift of time이다. 뜻밖에 받는 기분 좋은 선물 아니겠는가.
‘굳이 이렇게까지’를 ‘기꺼이 이렇게까지’로 만드는 것이다. 아침 일찍 치러낸 내 수고로움의 값어치인 것이다.
*** 계획대로, 기대대로 일이 되지 않는 날이 더 많다. ‘그래, 그래라…’라고 되뇌며 그 찰나의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찰나로 만들면 그뿐이다. 내 수고로움이 준 선물 같은 시간!”
하루에 하나… ‘낀 자’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경욱 코치입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을지언정, 나의 선택으로 인해 끼어 있거나 혹은 조금 더 나은 나만의 방식으로 끼이지 않고 헤쳐 나오고 싶었습니다.
그 절박함 속에서 방법을 배웠고,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배움을 통해 편히 숨을 쉴 수 있었으니, 끼어 있는 누군가에게 그 방법의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을 보탭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정성껏 쓰고 그렸습니다.
본인을 위해, 그리고 응원이 필요한 ‘낀 자’에게 미소와 함께 전해 주세요.
한 장의 작은 응원과 함께 웃으면서 해 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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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누고 싶으시다면 저자에게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