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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까먹었...

힝...

by 오 코치


또 까먹었…
힝…



진심.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창백한 낯빛으로 들어왔다. 고객이 정기적으로 빠지지 않고 로그인을 하면 반갑다. 반가움에도 불구하고 코칭 세션은 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픈 몸으로 로그인을 하면 마음이 꼬집히는 느낌이다.


“아파요. 열도 나고요. 그래도 로그인했어요, 코치님.”


“아니… 왜요. 우리 다음 주에 만나요. 병원을 가시든지 약을 드시든지 뭐라도 좀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더 다급해서 물었다.


“병원도 다녀오고 약도 먹었어요. 그래도 얘기하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에고고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길래… 입술은 마르고 얼굴은 핏기도 없다.)


“네에. 너무 말 많이 하지 마시고, 조금 일찍 끝내 보도록 해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컨디션도 엉망인데 한참을 얘기한다.


유 이사는 윗분의 제안으로 스카우트되어 근무하고 있다.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그가 지난 20여 년 동안 전문적으로 해오던 분야의 업무를 이 회사에서도 심도 있게 적용하기 위해 채용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전날, 회사 분기를 마감하면서 업무 평가와 360도 인사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음… 좋지 않았군.)


확연히 눈에 띌 만한 성과가 아니라고 말하는 부서 임원과, 지금까지의 과정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하는 상사가 충돌 중이라고 했다. 그 현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 이사는 중간에 끼어 억울함과 답답함에 몸살까지 난 것이었다.


울먹였다. 그리고 몸담았던 전 회사의 시스템이 얼마나 훌륭했는지 말했다. 참여하는 모든 부서의 인적·물적 서포트가 거의 무한했고, 충분한 시간을 공들일 수 있었다고 했다. 성공했을 때의 보상과 실패했을 때의 배움을 통해 함께 보람을 느끼며 일했던 얘기도 한참을 했다. 세계적인 브랜드 순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며, 지금 다니는 회사도 그렇게 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왜 아니겠는가.


“그전에 다녔던 회사는 근 100년에 가까운 회사지요? 그리고 지금 회사는 그에 비하면 매우 젊은 회사고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리석은 저를 일깨워 줘 보세요. 유 이사님이 지금 할 수 있는 것, 해야 하는 것, 그리고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간단하게 중요 순위대로 말씀해 주세요.”


유 이사는 자세를 고쳐 앉고 물 한 모금을 마시더니 목소리에 힘을 주고 설명을 시작했다.


(설명 참 잘하네! 잘 알고 계시구먼. 힝구.)


잠시 후, 설명을 다 한 듯 말을 멈췄다.


“짝짝짝. 정확하게 잘 아시네요, 이사님!”


그럼 당연히 잘 알지요,라는 표정으로 빤히 쳐다본다.


“그래서 이제 어쩌실 거예요?”


세션 시작부터 불평한 내용과, 조금 전 스스로 말한 설루션을 본인의 목소리로 들었으니 스스로도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변했다. ‘알면서 내가 왜 이래?’라는 표정.


(나이스!)

놀려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아프시니 끝까지 친절하게 해 드리겠다는 다짐을 잠시 했다.


“아시면서 왜 몸까지 아프신 거예요!”


“아니, 아니, 그게요. 알고 있는 거긴 하죠. 그런데 전혀 알지 못했어요.”


(알고 있는데 알지 못한다니. 아놔. 주어가 생략되어 해석하는데 통역오류 걸릴 뻔.)


“제가 참 여러 번 언급했는데요. 이사님이 지금 뭘 하고, 뭘 못한 건지 알아채신 거 말씀해 보세요.”


“힝구. 줌인 줌아웃이요. 참 식상하리만큼 알고 있는데 왜 자꾸 까먹죠? 정말 어처구니가 또 없어요. 말도 안 되는 피드백을 들으니 정신이 가출했나 봐요. 열받아서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직까지 해서 욕을 먹고, 원망을 듣고, 커리어가 망가지는 것 같고… 오만 가지 생각에 가족들한테 짜증 내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하아아아…”


“저는 오늘은 더 이상 질문 안 하렵니다. 아, 맞다. 명절 연휴가 긴데 어디 멀리 가시나요?”


얼굴도 화색이 돌았다. 명절 연휴 계획에 웃기까지 했다.


(You look human now!)


*** 여러 질문을 본문에 다 언급하지는 않았다. ‘아하’ 순간을 이끌었던 포인트는 “한술에 배부르려 하는 자가 누굴까요?”였다.

***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단숨에 되는 것은 없다. 모두 알면서도 자꾸 잊는다. 적어도 365일은 해 보아야 한다. 그 후에 조율하며 레벨을 올리고, 다시 반복하는 것이다. 하수에서 중수로 중수에서 고수로. 다다르는 길은 굽이굽이 멀다.

*** 감정에 휘말리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빠르게 알아채고 빠져나와야 한다. 빠져나와서 장애물을 인지하고, 목적지를 다시 상기하고, 실행한다. 그렇게 순환한다.

그게 말처럼 쉽냐고? 아니다. 어렵다. 그러니까 한 번에 안 된다고. 그러나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 단숨에 되는 것은 없으니, 한 번에 하나씩 하면 된다.


I wish you the best from the bottom of my heart다!

정말이다!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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