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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면 연락할게요.

그때는 내가 업계 선배다.

by 오 코치
바뀌면 연락할게요.
그때는 내가 업계 선배다.



선밴데.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유난히도 징징거리며 얘기했다. 매사가 불만이었다. 바라보는 관점은 부정적이었으며, 발생되는 일들의 원인은 남 탓이었다.


세션 때마다 흔들리는 화면은 기본이었다. 차 안에서는 주차장에서 콜인을 했고, 핸드폰은 그의 콧구멍을 비추거나 차 천장을 비추는 경우가 많았다. 집 안에서 콜인을 할 때는 선풍기 소리가 토네이도 같은 소음을 제공했다. 발코니에서는 새소리와 지나가는 차량 소리가 그의 목소리보다 더 컸다. 간단한 질문을 해도 주어와 술어가 따로였으며, 딴 소리를 했다.


(오해는 하지 마시길. 매번 화면 조정과 소음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고, 그는 너무 미안해하며 바로 개선을 하긴 했다. 그게 매번 이어서 그렇지.)


도대체 집중이라는 것을 하기 너무 어렵게 하는 우리 마 차장님! 보통 이 정도의 어수선함이면 하얀 거짓말이라도 해서 다른 코치를 찾아보라고 제안을 하고도 남았겠다.


그럴 수가 없었다. 매번 머리를 쥐어뜯으며 엉클어진 머리를 하고서는, 사슴같이 큰 눈에서는 처량함이 철철 넘쳐서 그 말이 내 목구멍을 넘지 못했다. 그뿐인가. 다른 코치를 찾아간다고 하더라도 이미 넘칠 만큼 매일의 무게가 무거운 마 차장의 일상을 다시 반복해서 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작가의 본업이었던 디자인 영역으로 진입하고자 굳이 코치로 선택했다고 했었다. 응원과 지지라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영역으로 커리어를 변경했을 때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모르는지도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불편한 오만 가지 이유가 있더라도 내 태도와 마음은 게으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6개월을 함께했다.


(솔직히, 힘든 고객인 건 맞아. 새벽 첫 고객이거든. 그러니 그날 하루가 어떻겠냐고.)


계약 기간 만료가 다가오면 2~3회 세션을 남겨둔 일정부터 고객이 꼭 챙겨가야 하는 내용들을 복습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다른 각도의 질문을 하고 제대로 인지하고 익혔는지를 살펴본다. 우리 마 차장님은 각별히 더 염려가 되는 고객이어서 한 달 전부터 더욱 챙겼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뚱맞게 말했다.


“코치님, 제가 주말에 저랑 제일 친한 사촌이랑 이런저런 고민을 얘기했는데요. 사촌이 그러는 거예요. ‘네 코치가 너 준비 단단히 시키는 거 같네. 더 챙겨 들어. 흙탕물에 빠지던, 터널의 끝이 안 보이던, 코치가 물어본 것들을 다시 새겨 들어.’라고 하던데요.”


“하하하, 사촌 짱이네요. 말이 나왔으니, 마 차장님한테 새겨진 것들 말해 보시겠어요? 특별히 더 궁금한 고객님이십니다!”


“제가요? 왜요?”


“네, 본인이요. 대답하시는 거 봐서 이유를 말해 줄지 말지는 판단할게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그는 주어와 술어를 잘 이어서 얘기했다.


(아니, 여태 왜 저렇게 말 안 한 건데? 돌겠네, 정말…)


가능한 그대로 옮겨본다.

*** 인생 무겁게 가지 말자. 무거워도 가볍게 대하자.


***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아닌 건 안 일어난다.


*** 흐르는 대로 간다. 순리라고 알자. 흐르게 하자.


*** 내가 할 수 있는 게 그리 많지 않다. 통제 가능한 나나 잘하자.


***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말, 좋은 생각을 하자.


*** 큰 소리를 내거나 욕을 하지 않는다.


*** 내적 바운더리를 세운다. 그래야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리고 말을 더 했다.


“코치님, 제가 천주교 신자인데요. 기도가 한층 더 그분과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그리고 별을 보면서 ‘내가 뭐라고? 또 내가 뭐라고!’라고 생각해요.”


갑자기 득도한 자가 된 듯 말했다. 그는 망원경을 소지하고 있어서 종종 별을 관찰한다고 했었다. 그리고 굳이 왜 본인이 나에게는 무엇을 새겨서 떠나는지 궁금케 하는 고객인지 말 안 해도 된다 생각했다.


(잘 새겼네. 잘했네. 잘했어!)


“코치님, 이제 세션은 끝나는데요. 연락드려도 되지요? 링크드인으로요. 제가 디자이너로 이직을 성공하면 연락드릴게요.”


(딱 걸렸어. 내가 업계의 대빵 선배가 되는 건데. 우리 마 차장님은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까? 같이 일했던 팀원들 연락처 주고 미리 워밍업을 받으라고 할까 봐. ㅎㅎㅎㅎ)


오늘 별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NASA 인스타그램이라도 보면서 그의 상사가 더 좋은 회사로 옮기거나, 마 차장이 빠르게 디자이너가 되기를 기도하기로 한다.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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