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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발목, 누가 잡고 있는 걸까요?

(귀신 얘기 아님 주의)

by 오 코치
그 발목, 누가 잡고 있는 걸까요?
(귀신 얘기 아님 주의)



승진따위.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아니…, 그러니까… 잠시만 끊어 갈게요.”


모임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참석해야 할 자리가 있다면 기꺼이 갔다.
이미 전략이 정해지고 동의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어도 반대 의견이 나오면 충분히 듣고, 적절하게 조율했다. 팀원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헤매고 있더라도 생각을 돕는 질문과 조언으로 이끌었다.
대내외 파트너들이나 동료들이 가진 힘과 권력으로 어깃장을 놓아도, 간단명료하게 사실을 설명하며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간극을 줄여 갔다.
본인의 까칠함도 잘 알고 있었기에, 친절하지 못한 말이 나올 바엔 차라리 입을 닫았다.


이 정도라면, 마음먹은 것은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성찰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늘 목말라했다.


“어떻게 하면 저의 인지도를 더 높일 수 있을까요?”

“임원들과의 네트워킹을 더 활발하게 해야 할까요?”

“승진하면 더 많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다고 어필하는 중이에요.”

“제가 얼마나 많은 일을 무리 없이 해내는지도 상사에게 알리고 있어요.”

“매니지먼트에서 저에 대해 좋은 평가가 나왔다더라고요. 당연하죠. 계속 모니터링 중이에요.”


그의 말을 끊으며 나도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I am going to tell you straight. Stop me if it hurts you, and correct me if it’s wrong.”


그는 ‘흡’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아, 정말. 코치님, 겁 주지 마시고 말씀하세요. 아, 정말 너무 하시네.”


놀란 듯 말했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본인이 잘하는 거 아시죠? 경험도 충분하고, 모르는 일이라도 해낼 수 있는 역량이 있으세요. 게다가 지금 맡은 일도 책임감 있고 적극적으로 잘하고 계신 것,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고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항은 없었다.


“오케이, 여기까지는 동의. 그렇다면 왜 여기서 허우적거리고 계신 거죠? 얕은 어린이 수영장에서 손 짚고 헤엄치면서 괜히 힘든 척 어푸어푸하는 것 같아요. 이유가 뭘까요?”


그는 긴장한 듯 허리를 곧게 세우고 듣다가 ‘빵’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음이 터졌는지 우리는 안다.


“아, 정말. 코치님. 땅 짚고 헤엄치기라고 하셨잖아요? 하… 참. 맞는 말이라 뭐라 대꾸할 수 없네요.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어떻게 아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요, 고객님아!)


그는 한바탕 웃고, 지금껏 칭얼대던 말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응, 안 돼요. 코치한테 질문으로 답하지 말라니까요!)


“본인한테 어떤 질문을 해주면 좋을 것 같으세요?”


“흠… 어떤 걸 물어봐야 하냐… 흐음. 흠.”


그는 잠시 침묵했다.


“‘뭐 하고 싶냐, 이놈아!’ 요.”


그 순간, 희미하게만 머릿속에 두었던 것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세션이 더 이어졌다. 그는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고민을 얘기했다. 그리고 흐릿한 이야기도 꺼내놓았다.


(암요. 방향 잡고 말고요!)


얼마 전 그는 말했다.


“이렇게 되면 코치님을 언젠가 직접 만나게 될 것 같네요. 진짜 실존하는 인물인지 확인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말씀하신 키가 맞는지도 꼭 확인해야죠.”


화면으로 보이는 그의 덩치가 그 키일 리 없다면서, 0.5인치를 깎아 말했다.


“만나서 확인하는 것도 뭐.. 좋겠네요. 그런데 왜 0.5인치는 빼시는 건데요!”


*** 박스 안에 있는 걸 본인이 인지하면 됩니다. 인지를 못할 수도 있어요. 몰라도 괜찮아요. 책 읽으세요, 여러분. 도움 많이 됩니다. 알 수 있게 돼요.


*** 박스도 박스지만, 그놈의 발목은 누가 잡고 있겠어요! 귀신 아니고요!


*** “여기가 아니면 어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면 누가?” 정도의 질문을 던지며 박스 밖으로 나와 보고, 발목도 좀 놓아볼까요 우리!


*** 그러면 한결 더 넓어지고, 높아지고, 자유로워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우리 함께 해봐요!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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