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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보스는 엉망진창

You know what? Everybody knows.

by 오 코치
내 보스는 엉망진창
You know what? Everybody knows.



충전완.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일 잘해서 스카우트된 반 팀장은 요새 스트레스가 많다고 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니, 면역력이 떨어진 반 팀장은 자주 아팠다. 환절기마다 감기에 걸리고, 조금만 무리하면 목이 붓고, 두통은 수시로 찾아왔다. 어지간히 시달리나 보다.


“전체 답장을 하라고 언급도 안 했는데, 전체 이메일에 왜 답장 안 하냐는 거예요. 높으신 분들이 수신자로 되어 있는 이메일이고, 제가 제 보스와 협의도 안 됐는데 나서서 답장을 하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자료 만들 때도 전체 전략 설명도 안 해주고 알아서 해오라고 하고요. 그걸 중간 검토할 때 저한테 직접 본인 보스한테 이메일 발송해서 승인받아오라고 해요. 게다가 저번에는 매니지먼트 미팅 준비한다고 해서 각 팀에서 준비할 게 있으면 알려달라고 말씀드렸는데, 준비 필요 없다고 하셨거든요. 팀장들까지 참석하는 자리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부서의 팀장들이 모두 뒷자리에 참여하라 하셔서 참석했거든요. 세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임원들이 질문을 했는데 본인이 대답 안 하고 갑자기 옆 팀 팀장을 호명하더니 답하라고 시키는 거예요. 다행히 그 팀장이 잘 대답해서 무사히 지나가긴 했는데, 다들 식은땀을… 저한테 그런 일이 생겼다면, 어찌 대답은 했겠지만 숨이 멎었을 거예요.”


라며 본인의 상사가 얼마나 이상한지 한참을 이야기했다. 반 팀장의 이야기가 오롯이 본인의 관점으로만, 매우 이기적으로 이야기되었다 하더라도 이상적인 상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확인차 여러 관점으로 질문을 했음에도 온당치 않은 점들이 많다는 것에 동의했다.


“반 팀장님, 지금 언급한 상황들은 그렇다 치고요. 상사가 어떠한 일생의 어려운 과정을 겪고 있다 하더라도요. 상사의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흠, 문제라… 저는 제 보스가 정말 너무 바쁘고, 저를 채용하기도 했고, 그래서 최대한 맞춰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그런데 도대체가 가늠을 할 수가 없어요. 일관성이 없어요. 어떤 때는 이런 식으로 하라고 하고, 또 어떤 때는 다른 식으로 하라고 하고요. 답을 저한테 하라고 할 때도 있고요. 본인이 할 테니 일단 가만히 있으라고 할 때도 있어요. 매번 가서 여쭈어볼 수도 없어요. 따지고 든다고 그럴까 봐요. 또는 이런 걸 매번 다 물어볼 거냐고 할까 봐요.”


“또 어떠한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이 회사에서 일은 오랫동안 해온 분이긴 한데요. 지금 우리 팀에서 하는 업무는 잘 모르세요. 전문적 지식도 없으신데, 자꾸 빨간펜을 하세요. 게다가 질문이 조금 어려워지면 본인이 대답을 못 하고 팀장들한테 화살 방향을 바꿔요. 그냥 믿고 맡기시면 저희가 알아서 잘 준비해 드릴 텐데 말이에요.”


“또 다른 건 없어요?”


“불투명해요. 뭔가 명확하지가 않아요. 그래서 뭐가 뭔지… 저는 너무 헷갈려요.”


반 팀장은 답을 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더 챙겨보려 했다. 정확한 지시가 없는데 해결하려고 뛰어다니니 더 지친다고 했다.


인지력을 높이거나, 소통을 강화하거나, 전략적 큰 그림을 그리거나, 효율적인 접근이 필요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는 충분히 이미 하고 있었다.


“팀장님, 팀장님은 본인 상사가 일 잘한다고 생각하세요?”


“에효. 아니요. 아닌 것 같아요. 저를 채용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무조건 어시스트해야겠다는 마음이었는데요. 이제는 그 마음이 바닥이에요.”


“일을 잘하시는 분은 아니다… 그럼 매니지먼트는 상사가 일 잘한다고 생각할까요?”


“아!”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겠다며 창백한 안색이었던 얼굴이 생기가 돌았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캔슬하려다 그래도 즐거운 대화의 시간이라 들어왔다고 했다.


(그럼요. 코칭하면 자다가도 떡 나온다니까요.)


*** 세상에 비밀이 있을까 싶다. 일을 잘하는지 아닌지는 다들 안다.


*** 얼마나 진심인지 다들 안다.


*** 운이 안 맞고 때가 안 맞아 잠시 빛을 내지 못할 수는 있어도, 어찌 다들 안다.


*** 다들 아니까, 그리고 다들 아는 걸 본인도 아니까 뭘 해야 하냐! 본인에게 집중해서 판단한다. 본인의 성장에 집중하고 준비한다. 운과 때가 왔을 때 알아차리도록.


*** 남을 어떻게 할 수 없다. 통제 가능한 본인 먼저 돌본다. 제발. 코치 말 들읍시다, 여러분!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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