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타는 놈
숟가락 얹는 놈,
공짜로 타는 놈.
“왜 숟가락을 얹는 건지 모르겠어요. 밥상은 우리 팀에서 차렸거든요. 아, 정말 다 꺼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한국에서는 ‘숟가락 얹는 놈’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공짜로 타는 놈(free-rider)’이라고 한다. 한국에도 같은 의미지만 다른 표현이 있다고 설명해 줬다. 깔깔거린다. 재밌단다.)
“어허, 화는 내지 마시고요. 숟가락 얹는 그분이 사라지면 일이 해결되는 상황인가요?”
“아니요. 그 팀에서는 큰소리만 치는 거고요. 할 수 없어요. 결국은 저희 팀에서 기획하고 마무리까지 해야 해요.”
“그러시군요. 누가 뭘 했는지 다들 알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 화가 나는 이유가 뭔가요?”
왜 화가 났냐고 물으면, ‘저 놈이 이놈이 어쨌고 저쨌고’ 말이 길어질 조짐이 보였다. 분명 ‘무엇으로 인해 화가 났는지’를 물었는데도 말이다.
“다른 팀이 이상하게 일을 해서…라는 거 말고요. 본인이 화난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아, 내가 화가 난 이유… 불공평하잖아요. 우리 팀이 늦게까지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필요한 리소스 뒤지고, 관련 팀들과 소통 밑작업하고요. 정말 고생했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한 것처럼 전체 미팅에서 떠드니까 열받은 거예요. 우리 팀원들은 뭐라고 생각하겠어요. 정말 속상해요. 왜 그렇게 공짜로 크레딧을 챙겨 가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화가 날 만한 상황이네요. 그런데요… 열받아서 얻는 건 뭐예요?”
“.....”
잠시 조용하다.
“그냥 이렇게 얘기라도 하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나?...”
라고 한다. 답이 매우 흐리멍덩하다.
“기분이 조금 나아지고… 그리고요?”
(짜증이 1+ 된 표정인데… 음.)
“그러게요.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딱히 아닌 것 같고요. 뭘 해야 하죠? 계속 저런 빌런들은 회사 나가지도 않고 존재하겠죠. 아부도 잘해서 항상 저런 태도로 일해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더라고요. 제가 이직할 수도 없는 거고요. 팀원들도 그렇고요. 어떡해요? 뭘 해야 해요? 인사팀이나 상사한테 가서 이를까요? 그게 맞을까요?”
계속 흥분하고 화가 나 있는 모드다.
“오늘은 그냥 좀 쉽게 갈까요? 질문 그만할게요.”
“네, 자꾸 묻지 마세요. 오늘은 머리가 멈췄어요. 죄송해요, 코치님.”
“아니요, 미안해할 건 아니에요. 복잡할 때는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도움이 돼요. 내가 남을 바꿀 수 없다는 건 아시죠? 통제할 수 없고요. 그럼 그 반대는 나를 바꾸는 거랑 통제할 수 있는 것이겠죠.”
조금 진정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순간에 팀장님이랑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시지요.”
나는 매우 진중하게 두 손을 모으고 카메라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기도합시다. 숟가락 얹는 놈들이 일 잘하는 헤드헌터한테 헌팅당하게 하소서. 그리고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옵나이다. 아멘!”
그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기발한 생각이라며 본인도 “아멘!”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맙게도 오늘 답하지 못한 내용들을 생각해 오겠다고 약속했다.
(크! 좋았썽!!)
*** 화내지 말자. 화가 나면 딱 한 시간만 화내자. 그리고 기도… 아니, 인지하자.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을.
*** 공평하지 않고 억울하고 화나는 일이 더 많다. 그래서 ‘돈 받고 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 기억하자. 그리고 이왕 돈 받고 하는 거, 나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지,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집중하자. 윈윈으로 만드는 것이 스킬이고 능력자다. 제발, 그렇게 하자.
*** 우리 선조들이 이미 말씀하셨다. 백로는 까마귀랑 놀지 말라고 했고, 먹 옆에 있으면 먹 튄다고. 그리고 끼리끼리니까, 좋은 ‘끼리’의 무리에서 끼라고. 맞죠? 맞죠!
*** 그리고 책 읽읍시다. 장르는 상관없으니 책을 읽어요. 그러면 답이 보여요.
‘낀 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학교 교육을 마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돈벌이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돈벌이의 중심, 바로 ‘회사’라는 조직 속으로 들어가게 되지요.
‘낀 자’는 회사라는 조직 안의 모든 구성원을 말합니다. 우리는 늘 조직의 구조 안에 끼어 있고,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끼어 있습니다.
끼어 있는 건 알겠는데 어렵고 힘도 들지요.
그 안에서 웃고, 울고, 또 울고…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틀림없이 나아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조금 편히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낀 자’에게 그 작은 조각을 전하고자 합니다.
그 응원이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일 수 있도록, 한 편 한 편 쓰고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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