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셔야죠.
하나라도 특별한 게 있다면
알리셔야죠.
심드렁한 표정으로 로그인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인사를 시작으로, 고객도 1분, 나도 1분, 자기소개를 진행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찰과 간판 다 떼고 소개해 주세요.”라고 했었다.
(새로 들어오는 고객들을 다 잃을 뻔했다.)
그래서 조금 친절하게 ‘재미있는 소개’라는 스페셜한 요청을 덧붙였다.
이 말이라도 붙이지 않으면,
아이들이 “○○초등학교, ○○학년, ○○반, ○○○입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회사, ○○부서, ○○직급, ○○○입니다.”로 끝난다.
작은 조건을 붙여서 소개를 요청할 때 보이는 것이 있다.
본인의 경력과 이력을 설명할 때와,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부분을 이야기할 때 표정의 차이가 있다.
의도적으로 고객의 이력과 여정에 대한 반응은 싱거운 톤으로 맞춰준다.
동시에, 고객이 나의 반응에 이어 어떤 이야기를 덧붙이는지를 기준으로 세션을 이어간다.
“와우, 특별한 경험이에요. 인상적이에요. 물론 그 사이엔 어려움도, 보람도, 여러 감정이 있었겠죠.
한 곳에서만 살았다면 알 수 없는 경험을 하셨네요.
그 경험에서 만족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공유하고 나누어야 할 이야기 같아요.”
신이 나서 이야기하던 고객의 얼굴이 갑자기 굳었다.
나는 말을 멈췄다.
(왜 그러시지? 내가 어떤 버튼을 누른 걸까? 뭐지 뭐지…!?)
잠시 후, 고객이 입을 열었다.
“흠… 코치님.”
“네.”
“제가요, 제 경험을 이야기하면 다들 감탄하고 ‘그랬구나’ 정도로 끝나요.
아무도 저한테 ‘이걸 가지고 나누라’고 한 적이 없어요.
배우자랑 가끔 추억을 되새기며 ‘좋은 경험이었지’ 하는 정도랄까…”
“그러셨군요. 하나 더 질문해도 될까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지금 이 내용을 먼저 꺼내신 이유가 있을까요?”
“흠… 이유요? 그냥 그때 새로웠고,
그런 경험을 하는 저와 가족이 자랑스러웠어요.”
“그러셨군요.”
“조금 다른 질문으로 바꿔 볼게요.
최근에 좋았던 일 중에 지금 떠오르는 거 하나만 말씀해 주시겠어요?”
“흠… 제가 조금 힘겹게 끝낸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끝냈거든요.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배우자가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안아주더라고요.
별말은 없었는데, 저도 마음이 안심이 되고 울컥했어요. 참 고마웠어요.”
“그 감정의 이유를 아시나요?
왜 그렇게 울컥하고 안심이 되었을까요? 왜 고마웠을까요?”
답을 알 것 같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첫날이니까 봐드립니다, 고객님…)
“제가 ‘나누셔야 해요’라고 한 내용과,
배우자가 안아주셨던 순간의 교집합이 바로 ‘알아줬다’ 예요.
본인도 특별한 경험이 경험에 멈추는 게 아쉬웠던 거고요.
배우자는 그 수고스러움을 알아주고 공감해 준 거예요.”
“알아준 것을 ‘알아챈’ 거고요.”
(crack…)
“코치님, 솔직히 리더십 교육에 크게 기대가 없었어요.
일대일 코칭도요. 로그인하기 1분 전까지도요.
근데 이런 걸 느끼게 하시네요… 어떻게 아신 거죠?”
나는 고객이 정확히 무엇을 느꼈는지는 모른다.
확실한 건, 그가 스스로 건드려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는 점이다.
코치가 마냥 ‘얻어걸림’이 아니다.
그의 이야기, 표정, 몸짓을 통해 보이는 여러 가지 버튼을 관찰하고,
그중 더 잘 보이는 버튼을 꾹 눌러준 것이다.
‘알아챔’에 갈증이 있었으니
이제는 다양한 음료수를 마실 준비가 된 셈이다.
곧 또 만나요!
냉장고에 여러 가지 음료를 쟁여 놓았답니다!
*** 알라. 모른다는 것을. 모르는 것을.
***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하셨다.
*** 배움에서 멈출 것인가, 사유의 장르까지 갈 것인가.
*** 생각의 교차점을 언어로 승화시켜 나누며 살아보시길.
함께 해요!
*** 오늘 알아챈 게 있으신가요? 이유는 무엇이었어요?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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