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떡해요...'
말보다 늦게 도착하는 마음의 신호
'나 어떡해요...'
지금과 과거를 오가며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많은 말이 오고 가고, 상황이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중간중간 속살을 드러내는 감정을 언급하지만 빠르게 지나간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심혈을 기울여도 들리지 않는다. 삼십여 분 동안 본인의 사십여 년 역사를 말하는 것이니 못 알아들을 수밖에 없다.
“나이가 더 들어서 다리 힘이 빠지기 전에 퇴사를 해야 할까요? 일이 년 더 하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갈 것 같기도 하지만요.”
라고 긴 이야기 끝에 나에게 물었다.
질문의 황당함에 물 한 모금을 머금는다. 그리고 몇 분이 남았는지 시간을 확인한다. 3분 남았다. 의식적으로 얼굴에 미소를 더 크게 올리고, 크게 한숨을 들이켠 뒤 말한다.
“다리에 힘 빠지기 전에 퇴사를 해야 하는지, 승진을 기다려야 하는지의 여부를 저한테 물으신 거 맞으시죠?”
혼잣말인지 질문인지 확인하기 위해 내가 물었다.
“네. 질문드린 거 맞아요.”
“답 드릴 수 있지요. 답을 드리면 그다음부터는 제가 하라는 대로 하시렵니까? 그냥 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제가 더 일을 할 수 있겠지요?”
(급 소심 모드인가? … 아… 물을 마시는데도 목이 탄다…)
“앞단에 이야기를 길게 들어서 곧 시간이 끝날 건데요. 조금 전에 하신 질문 좋습니다. 다음 세션에서 이야기하면 오늘 저에게 주신 질문에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객이 로그오프 한 후에도 노트 정리를 하지 않고, 화면을 쳐다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생각 정리가 안 되는 원인을 찾는 중이었다.
***
속내를 얘기하는 것이 많이 쑥스럽고 어색하다는 표시가, 안타깝게도 종료 1~2분 전에 드러났다.
감정 표현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냥 말을 시작한다. 듣지 않는다.
내 마음을 모르겠니, 말로 설명해야 알아? — 가 있다.
그냥 알아주겠지 — 가 있다.
겪은 풍파가 겪었다. 웬만한 것은 일도 아니야 — 가 있다.
네가 다양한 옵션을 알려주면 내가 판단할게 — 가 있다.
이 묵직함을 내가 살포시 찔러 해결할 일도 아니다.
(점집을 가시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스스로 답을 정의 내려보시겠어요?라고 묻고 싶다.)
***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언제나 묻는다.
대화를 해보고 싶으세요? (Confirming the willingness)
정말 해보고 싶으신 거죠? (Confirming the readiness)
최소한의 의지와 준비는 되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고개를 끄덕일 힘이라도,
네, 아니요라고 말할 힘이라도,
있어야 한다.
***
비타오백 한 병을 들이켜고
정신 챙겼다.
조금 덜 쑥스러운 마음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응원합시다, 여러분!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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