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바쁜 이유를 말해주세요.
항상 바쁜 그대여.
저기요! 바쁜 이유를 말해주세요.
“정말 하고 싶지 않은 프로젝트에 걸려 있고, 관계가 불편한 동료와 미팅이 잡혀 있어요. 너무 하기 싫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상황을 듣는 나도 괴로울 지경인데, 본인은 오죽할까 싶었다.
마술봉이라도 있다면 힘차게 휘둘러 씁쓸한 상황을 없애고 달달한 것만 남겨 주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일인 코치도 마음이 안 좋게는 매한가지다.
고객이 엄한 자리에서 에너지를 탕진하고 있을 때가 있다. 본인 설명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악다구니를 써가며 머문다. 이때도 마술봉이 있다면 힘차게 휘둘러 본인의 모습을 재생해서 보여주고 싶다. 그럴 수 없으니 질문으로 다가갈 뿐이다.
“아이고, 그렇게 하기 싫어서 어떡해요. 코칭 대화를 할 에너지는 있으세요? 컨디션 괜찮으세요?”
힘들어 질퍽거리는 모습에 확인을 해본다. 그냥 하소연을 들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해줄 선택의 여지를 주었다.
“네. 코칭은 좋아요. 생각 정리를 할 수 있어서요.”
(정리가 되어 가는구나. 몰랐네… 또 까먹… 코치 기준이 아니라, 고객 기준이라고! ‘과정을 믿으라’고 그렇게 떠들어대면서. 우야꼬, 오코치!)
“엇, 정리. 반가운 말이에요. 오늘도 더 깔끔한 정리를 해볼까요? 프로젝트는 마음에 안 들고, 동료도 마음에 안 들고… 흠. 자, 질문입니다. 상상을 해보기로 하지요. 5년 후,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지혜로운 조언을 하러 왔다고 해봅시다. 미래의 내가 뭐라고 말해줄 것 같아요?”
그가 질문에 흥미를 느낀 듯 몸을 카메라 앞으로 기운다. 심드렁한 표정이 걷혔다.
“5년 후 제가요? 흠… 흠… 하아, 정말…”
혼자서 혀를 끌끌 찬다.
(아, 뭔데 뭔데!)
“하… 정말. 코치님, 정말…
마, 그— 신경 꺼라.. 뭐 한다고 그래 들들 볶노. 그만 볶고, 정신 차리래이.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좋아하는 것만 해도 해야 할 게 천지삐깔인데. 왜 그러노. 집중해라, 집중…
뭐… 그 정도 말할 것 같은데요.”
(답 잘 알고 있구먼! 아놔!)
“하하하. 미래의 팀장님 좋네요. 답도 잘 알고 계시고요. 그래서, 어쩌실 건가요? 미래의 팀장님이 저렇게 말씀하셨는데요.”
“그러게요. 잘 알고 있네요. 하. 정말. 알고 있네. 그렇게 해야겠어요. 정신을 챙겨야겠어요. 일만 생각하다가 또 놓쳤어요. 바쁘다며 놓치고요. 아휴. 매번 알려주셨는데. 왜 자꾸 까먹는 거예요?”
혼자서 고개를 가로로 흔들며 하소연이다.
“까먹는 게 당연한 거긴 해요.
어릴 때부터 계속 뭔가 해야 하고,
안 되면 더 노력해서 또 해내야 했고,
하나 끝나면 또 무엇인가를 시작하고. 그렇게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결과도 만들어 낸 거고요. 잘한 거예요.
그것 이외에도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을 시작하는 거예요.
익숙하지 않으니까 까먹기도 하고요. 원래 하던 대로 습관에 치이는 것이기도 하고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 열심히 듣는다. 그러면서 불쑥 묻는다.
“코치님은요? 코치님은 안 까먹고 잘하세요? 일 많이 하시잖아요. 뭔가 바빠 보이시는데…”
(아이고, 이 양반아, 왜 마를 묻노..)
“저요? 흠. 이거 국가 기밀인데요. 팀장님한테만 말해 드릴게요.”
세션 종료 알람이 떴으니, 마무리 차원에서 슬쩍 흘려줬다.
“무언가에 말려들어가는데 그조차 인지 못할 때가 있어요.
알람 맞춰 놓아요.
한 시간에 한 번 울려요.
자리에서 일어나서 책상 주변이라도 한 번 돌아요.
리듬을 깨요.
집중하는 것을 인지할 때도 같아요.
알람이 울리고, 저는 리듬을 깨죠.
지금 하고 있는 행동과 생각이 마음에 드는지 묻죠.
‘굳이? 기꺼이? 그냥?’를 묻고요.
정말 혼자서 난리법석을 떨죠. 그 정도로 기억하기가 자연스러워지진 않아요.”
“아. 코치님도 그러시구나. 인간적이시네요. 다행이에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서.”
(고객님만 그럴 리 있나요….)
***
시시각각 나를 본다.
잘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 까먹지 않고 멈춘다.
멈춰야 보인다.
봐야 알 수 있다.
무엇을 아는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야 안다고요.
네!
***
바쁘다는 이유는 더 듣고 싶지 않습니다.
듣고 싶은 것은, 바쁜 이유가 무엇인지입니다.
무엇 때문에 바쁜가요?
그리고 무엇을 얻나요?
그 얻은 것이 정말 원했던 것 맞나요?
목적의식을 가지고 정한 목적지에 다다르기 위한 과정의 것이 맞지요?
***
일기 쓰기에 대하여,
일기 쓰기가… 정말 무언가를 쓰려는 목적도 있지만,
‘지금’ 머물러 있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과거와 미래만 자주 가지 마시고, ‘여기’에도 있어 주세요.
응원합니다!
지금 만나요!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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