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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진 이유를 알아채는 일

나에게 물어본다.

by 오 코치
기분이 좋아진 이유를 알아채는 일
나에게 물어보다.


“기분이 좋아진 일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정말 화가 많이 나는 일이 있었어요. 예산 때문에요. 상사랑 각 지역별 팀장들이 다 모여서 결정했어요. 모여서 결정했으니까 양식에 맞춰 결재 올리는 일만 남아 있었죠.

그런데, 미리 경고도 없이 숫자가 바뀌었다고 지역 담당이 얘기하는 거예요. 상사가 바꾸라고 했다고요. 다들 우왕좌왕만 하고, 결재 마감일은 당장 코앞으로 다가오고요. 정말 난리도 아니었어요, 코치님!”


울만큼 억울하거나 얼토당토않은 일이 벌어져도 경쾌하게 마음을 다잡는 그였다.
오늘도 뭐가 좋은지, 얼굴을 보자마자 신이 나서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아이고. 소통은 참 알다가도 모를 어려운 일이네요. 그 난리에 무엇을 했길래 기분이 좋아진 거예요?”


“빠르게 내가 할 수 있는 거랑 아닌 거랑 알아챘어요. 매번 알아채지 못하고 일과 시간에 쫓겨서 일하기에만 바빴는데요. 위에서 바꿨다는데 제가 다시 잡고 뛸 일이 아니더라고요. 중간에 소통이 엉킨 부분만 처리했고요. 양식 기재해서 다들 프로세스대로 하라고 알리고, 그렇게 끝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 은근 기분이 좋았어요.”


“잘하셨네요. 은근 기분 좋은 건 은근 기분 좋아요! 그 기분 좋음에 다다르기까지, 무엇을 한 건지 알겠나요?”


“흠, 그러게요. 뭔가 하긴 했는데… 일단 업무가 순조롭지 않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상사가 ‘이유를 제공했다’로 구분했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니까 ‘제가 다 책임지고 뛸 일이 아니구나’라는 판단이 되었어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랑 아닌 거를 나누는 게 좀 쉬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전 같았으면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설명하고 확인했을 텐데, 이번에는 맡기고 기다렸어요. 제가 그렇게 한 거 맞죠?”


“맞다고 생각해요?”


진지한 표정으로 확인하듯 물으니, 그가 잠시 머뭇거렸다.

(아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확신에 찬 목소리였는데… 왜 움찔하는 거냐고…)


내가 웃어 보였다.


“앗, 제가 뭔가 놓친 게 있나 해서 잠시 긴장했잖아요.”


“아니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본인이 그랬다면 그런 거죠. 인지하고 한 거잖아요.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 본인이 얼마나 잘한 건지 말씀드립니다.


일단, 거슬림(트리거)을 인지했다.
그리고 뭘 할지, 안 할지, 어디까지 할지 선을 정했다.
또 본인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고, 문제의 간극을 줄이는 행동을 했다. 이거예요.”


그는 경쾌하게 물개박수를 치며 활짝 웃었다.

***


통제할 수 없는 문제를 어떻게든 안고 뛰던 그는 수없이 좌절했다.
그가 이렇게 간단하고 경쾌하게, 적절한 에너지와 시간으로 해낼 수 있었던 이유는 **‘거슬림을 알아차리고 멈춘 덕분’**이었다.


***

거슬림에 대한 것뿐 아니라, 기쁘고 만족스러울 때도 마찬가지다.
좋은 감정을 느낄 때도, 무엇이 그 트리거였는지 알 수 있다면, 그렇게 매일을 조금 더 온전히 살 수 있다.

그냥 되는 일은 아니다.


의도를 가지고 연습해야 한다.


한 시간에 한 번,
또는 반나절에 한 번,
그것도 어렵다면 눈을 떴을 때와 잠자기 전이라도,


잠시 멈추어 감정을 건드린 것을 포착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알아야 하나요?’
라고 묻는다면, ‘네, 그럼요.’


여러 차례 언급했던 말이지만 다시 남긴다.


‘굳이’로 시작해서
‘기꺼이’가 되면
‘그냥’이 된다.


힘이 들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이키의 슬로건은 정말 기가 막히다.
(Just do it에서 do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점은 Just에 있습니다, 여러분!)


‘그냥’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멈춘다.
그리고 묻는다.


“뭐 하냐?”
“좋은 거 맞지?”
“의도 안 까먹었지?”

라고요.


사실 그 외에도 수만 가지 질문을 더 한다.


그래서 말인데,
여러분은 본인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무엇인가요?


무엇이든, 스스로에게 물어봐주세요.


응원합니다!



알아죠.jpg ©Williams Oscar A.Z. All rights reserved.







사람과 문제 사이, “낀 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 속에서

“생각 리터치”로 조금 다른 각도로 사고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

울고 웃으며 달려왔습니다.


지금은 프로 코치로서, 생각의 결을 다듬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으로 더 많은 “낀 자”에게 닿기를 소원합니다.


생각이 잠시 머무는 곳,

오코치 드림


#생각의_잔상 #오늘의_사유 #감정의_기술 #직장인_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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